살길은 대륙진출
[이병진의 현미경망원경]
이병진 교수 | 입력 : 2015/03/29 [13:22]
[편집자 주: 국가보안법으로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병진 교수가 자주시보에 보내온 편지 중에는 독자들과 국민들, 특히 해외교류를 많이 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 그런 내용을 [이병진의 현미경망원경]이라는 연재꼭지를 통해 소개합니다.]
인도는 비동맹 전통이 남아있고 지정학적으로도 중동, 아프리카아 교류도 많습니다. 제가 다녀던 델리대학에는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유학온 학생이 많았지요. 그런 친구들 덕분에 세상 보는 눈이 넓어졌답니다.
원래 아시아 대륙은 실크로드를 따라 거대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분단이 되면서 우리는 섬 아닌 섬나라로 편입되었지만 우리 민족의 정체성은 대륙에 가깝습니다. 분단은 우리에게 이념의 노예뿐만 아니라 대륙으로 뻗어갈 상상의 날개도 꺾어버렸습니다. 우리의 눈으로 세계를 보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버렸죠.
국제학술대회에서 중앙아시아국가들에서 온 학자들은 제가 지니고 있던 USB, 노트북 같은 것에 많은 관심을 갖었어요. 가격을 물어보았더니 그 나라에서는 10배 20배 비싼 고가였었요. 우리가 대륙으로 진출할 수만 있다면 어마어마한 시장이 열리는데도 미국이 만들어준 시장 안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70-80년대처럼 물건을 값싸게 만들어 수출하는 전략은 이제 시대에 맞지 않고 우리의 경제규모에서는 대안이 아닙니다. 상대국 특히 저개발, 개발도상국가에 자본과 기술도 제공하면서 협력적인 관계를 토대로 진출해야 합니다.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만드는 것도 그런 이유겠지요.
우리나라 수출입은행은 주먹구구식이죠. 이제 이런 수출주도형 방법은 한계가 왔다고 봅니다. 현지 정보와 현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여 그런 현지 사정을 활용하는 사업전략을 세우고 개척해가는 게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당연히 남북이 협력하고 대륙으로 함께 진출하는 것이 기업들에게도, 국민경제를 일으켜세우는데도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고 봅니다.
요즘 국제정세는 신냉전체제로 재편되는 것 같습니다. 그 정점에 북-미관계가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미국이 일본의 재무장을 돕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입지만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나리라 봅니다. 왜냐면 일본의 팽창이 주변 아시아국가들의 긴장을 높여 미국의 의도대로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섬나라인 일본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일본이 나진-선봉 진출에 실패함으로써 대륙진출에 실패한 것이 결정적인 실수입니다.
우리도 주변정세를 잘 살피고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텐데,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한 보수세력은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고만 하다 보니 나라가 점점 더 퇴행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보수세력의 무능과 한계들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리라 봅니다. [2015년 3월 19일 이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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