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교열사 동지들에게 남긴 편지 ©자주시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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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교 열사가 운명하기 전 동지에게 쓴 편지 전문을 싣는다.
김승교 열사는 최후 승리의 날에 다시 만난다는 굳은 약속을 하며 그는 운명하였다.
<동지들 진정 고마웠소>
동지들 면목 없소!
최후승리의 날까지 동지들 곁에서 동지들을 지키며 동지들과 함께하려 했건만 이제 그 약속을 지킬 수가 없을 것 같소.
동지들 고마웠소!
나는 진심으로 동지들에게 반했고 동지들을 좋아했더랬소.
헌신적이고, 겸손하며, 예의바르고,
자신을 낮추어 다른 이를 높일 줄 아는 동지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새 것을 모색하고,
누구보다 사랑과 신념이 굳세며, 용감하고,
누구나 꺼릴 어려운 초소 맨 앞장에 서길 주저하지 않고,
이름 없는 전사로 사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알아 일을 해도 공을 탐하지 않고 오로지 조국과 민족에 득이 되는 것으로 족할 줄 아는 속이 깨끗한 동지들이었소.
그 많은 전업상근자를 두고 그럼에도 상근비를 한푼도 받지 못하는 제일 가난한 운동가들이었소.
그럼에도 낙관에 넘쳐 늘 웃으며 살고 일도 척척 잘 해내는 동지들이었소.
그런 동지들과 오래 함께 해서 즐거웠고 행복했소.
동지들 미안하오!
동지들과 연을 맺은 지 어느덧 20여 성상이 다되어가는구려. 그 사이 떠나가고 흩어지고 낙오한 이들도 더러 있었지만, 새로 만난 동지들이 더 많았구려. 돌아보니, 새 동지들과의 인연에는 내가 참으로 소홀했구나라는 뒤늦은 후회와 자책이 이는구려. 미안하오.
존경했고 사랑했던 동지들!
나는 동지들이 밥 한 끼라도, 술 한 번이라도 근심 걱정 없이 즐길 수 있기를... 단 하루만이라도 자신을 위해 사고픈 것 사고 하고픈 것 맘 편히 하기를 바랬소. 이젠 그것마저 도와줄 수 없게 되었구려.
우리가 어디로 어떻게 갈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나보다 남은 동지들이 더 빨리 더 잘 찾으리라 믿기 때문이오. 다만, 산첩첩 물겹겹이어 길이 험하고 안 보여도 '꽃향기 그윽하고 술 익는 마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은 꼭 잊지 말아주시오.
동지들 진정 고마웠소!
최후승리의 날, 우리 동지들이 백발의 원로 선생님들, 선배 투사들을 모시고 터질 듯한 환희 속에 축복받을 때... 나도 나무를 스치는 바람소리로라도, 지저귀는 새소리로라도, 기쁨의 빗물로라도, 눈부신 햇살로라도 함께 하리다.
그 때까지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