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에 “예지바오(野鸡报)” 혹은 “예지샤오바오(野鸡小报)”라는 말이 있다. “예지(野鸡)”란 꿩이고 “바오(报)”는 신문이니 꿩신문이란 말일까? 그리고 “샤오(小)”는 작다는 뜻이니 꿩이 작은 신문이란 소릴까? 아니다. “예지”는 속어에서 기생, 그것도 기생집에 적을 두지 못해 거리나 으슥한 곳에서 호객하여 몸을 파는 최하 수준의 몸 파는 여자를 가리킨다. 꿩이 수풀에서 함부로 몸을 섞는다 하여 비유법으로 생겨난 말이라 한다.
예지가 무자격기생이라면 “예지바오(野鸡报)”는 무엇일까? 무단 발행하는 엉터리 신문이나 공식발행하지만 편법으로 인기를 끌어 돈벌이를 하는 신문을 가리킨다. 역사가 있고 지위가 있으며 취재, 편집 능력이 강한 신문사의 직원들은 “예지바오”를 거들 때 입을 삐죽거린다.
그런 신문이 중국의 발명은 아니다. 외국에서 먼저 생겨났고 중국에서 새로운 별명을 얻은 것이다. “예지바오”의 원형은 무엇일까? 지식이 있는 이들은 벌써 알아맞췄을 텐데 “타블로이드지”이다.
외국의 타블로이드지, 중국의 예지바오가 발표한 내용들은 공신력이 너무 약해 구색을 갖춘 언론사들은 인용하지 않는 게 관례다. 중국 언론사들은 어느 타블로이드지의 설을 어떤 이유로 거들게 되더라도(예컨대 중국 정계나 군대 관련 내용) 신빙성이 부족함을 지적한다.
필자가 한국 언론을 수십 년 접해온 경험에 의하면 한국 내부 관련내용들은 외국 타블로이드지의 주장을 따오는 경우가 아주 적다. 그러나 조선(북한)과 관계되고 그것도 북에 불리한 내용이기만 하면 타블로이드지의 주장이라도 일단 옮기고 본다.
8월 23일 한국 모 일간지가 영국 타블로이드지 익스프레스의 20일 보도를 뒤늦게 전했다. 미국의 공격 등 전시상황이 발생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중국으로 도주하는 비밀 계획을 세워뒀다는 것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조선대사관 공사가 지난해 7월 망명 직전에 영국 비밀정보부 MI5와 미 중앙정보국(CIA)에 넘겨준 정보란다.
세상 어느 나라의 공사급 외교관이 국가의 비상사태대비용 극비계획을 알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들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사실 외교부문의 수장이라도 불가능하니까. 그리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전략군사령관 김락겸, 군수공업 담당자 김정식만 대동하여 소형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탈출하련다는데, 현시대에 그런 탈출계획이 시행가능할까? 비행기가 수십 분 가는 거리를 미사일은 몇 분이면 간다.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제일 먼저 막히는 게 하늘길이거늘 누가 비행기를 타고 움직이겠는가.
게다가 그 타블로이드지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중국으로 탈출한 후에도 압록강과 인접한 중국의 은신처에서 북한군의 작전을 지휘하게 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다. 조선의 현대사와 지도자들의 특징 그리고 전투준비과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중국의 형편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위의 주장들이 얼마나 황당한지 대번에 판단할 수 있다.
태영호 전 공사가 이런 수준의 첩보를 영국과 미국 정보기관에 넘겨주어 인정을 받았다면, 그런 정보기관들에 대한 모욕이다. 태영호 씨는 자유를 찾아 망명했겠는데 한국에서 국정원의 엄밀한 보호를 받으면서 자유 없는 생활을 한다고 알려졌다. 허나 그를 직접 취재하지 못한 언론들도 숱한 기사들을 써낸다.
프랑스대혁명 시기에 롤랭부인이 했다는 말 “자유여, 자유, 얼마나 많은 죄악이 그대 이름을 빌어서 일어나는가?”를 빌면 “영호여, 영호, 얼마나 많은 소설이 그대 이름을 빌어서 씌어지는가?”라고 말할 수 있겠다. 태영호 씨가 그의 이름을 내걸어 돈벌이를 하는 내외언론들을 기소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영에 가깝겠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탈북자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중국시민의 정문일침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