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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산지석] 한자 헷갈리는 한국 전문가, 여론을 호도하는 한국 언론

중국시민 | 기사입력 2018/08/06 [14:28]

[타산지석] 한자 헷갈리는 한국 전문가, 여론을 호도하는 한국 언론

중국시민 | 입력 : 2018/08/06 [14:28]

 

지난 3월 하순에 쓴 타산지석 “한국의 “중국 전문가”가 길 때, 중국은 나는데”(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8536&section=sc29&section2=)에서 한국 언론이 중국인의 직무와 성명을 헷갈려 중국에 없는 성씨를 만들어낸 오류를 지적했다. 

최근에는 그 정도 오류는 아니나, 중국어 자료를 급급히 베끼고 옮기다나니 만든 오류를 접했다. 몇 해 전 부터 중국이 미국을 추월했다고 주장해온  칭화대학(청화대학) 후안강(胡鞍鋼,호안강, 65) 교수가 거센 해임 압력에 직면했다는 기사에서였다.  

 

“그의 정책 아이디어가 지난 20여 년간 중국의 중대 고비마다 핵심적 역할을 했다. 1993년 홍콩중문대 교수와 공저한 '중국국가능력보고'는 중국 세제개혁의 가이드 역할을 했고, 1998년 '중국의 실업문제와 취업전략'은 당시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정책에 전폭적으로 반영했다. 시진핑 주석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구호도 그가 2011년 펴낸 책에 등장하는 말이다. 그의 '국정보고'는 중국 최고 지도자들의 필독 자료였다.” 

 

후안강 교수가 국정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그의 국정보고가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필독 자료인지는 필자가 최고지도자가 아니어서 모른다. 헌데 “시진핑 주석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구호도 그가 2011년 펴낸 책에 등장하는 말이다.”는 후 교수가 그런 구호를 만들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데, 정확하지 않다. 1989년부터 2002년까지 중국의 최고직위를 맡았던 장저민(강택민) 총서기가 “쭝화민주더워이따푸싱(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운운하는 장면이 2011년 훨씬 전에 텔레비전에 많이 나왔고 “부흥”이 널리 쓰인 구호로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에 쫓기는 기자들과 편집자들이라 익숙하지 못한 분야에서의 실수는 그나마 너그럽게 봐줄 수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로 자처하는 이들이 저질오류를 범하는 건 도저히 눈을 뜨고 보기 어렵다. 지난 6월 중순에 중국인민해방군에 관한 글을 많이 쓴 군사전문가가 이러저런 근거들을 제시하면서 논리를 전개한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풋 웃음과 함께 신뢰가 산산이 깨어진 적 있다. 2017년 11월에 실시한 군사 훈련 “엄한(嚴寒)-2017”에 대한 설명 때문이었다. 

 

“2017년 11월 26일 중국 국방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전일부터 군사 훈련 '엄한(嚴寒)-2017'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은 인민해방군 북부전구(戰區) 제 78집단군(集團軍)이 북중 접경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북부 커얼신(科爾沁)초원 일대에서 엄동기 항공술을 연습하기 위해 기획됐다.” 

 

그 초원 科尔沁의 발음은 커얼신이 아니라 커얼친이다. “沁”은 워낙 “신”으로 발음되지 않는다. 만약 그 군사전문가가 대중국작전을 지휘한다면 부대가 목적지에 제대로 가 닿을지 의심스럽다. 뭐 경도, 위도를 미리 입력하여 날려 보낸다는 무인기를 운용한다면 모를까. 

지금 중국에 상주하거나 중국을 드나들면서 중국은 이런 나라라는 식으로 한국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자기 판단을 전달하는 한국 전문가들이 참 많다. 단 수준은 높은 경우가 적다. 얼마 전 마오쩌둥(모택동) 주석이 무슨 책을 읽었는가를 다룬 글을 보았는데, 내용은 꽤나 충실했으나 마오쩌둥의 독서생활을 정리하여 책으로 펴낸 사람의 이름이 펑센즈로 나와 김이 새버렸다. 중국에서 출판된 《毛泽东的读书生活(모택동의 독서생활)》가 한국에서 《마오의 독서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는데도 저렇게 틀리느냐 싶어 자료를 찾아보았더니 여러 해 전 한국판에 편찬자 중 한 사람의 이름이 1929년생인 펑센즈(逢先知)로 떡하니 나왔다. 

실제로 그 편찬자는 중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인물로서 이름은 팡센즈(逄先知)이다. 逢과 逄은 아주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글자로서 오른쪽 아래부분의 가로금이 하나는 셋이고 하나는 둘이다. 중국어 병음으로 하나는 feng으로 하나는 pang으로 표기한다. 뜻도 전혀 달라 앞의 글자는 만난다는 뜻이고, 뒤의 글자는 사람의 성이다. 예전처럼 우리말 한자음으로 표기하면 모두 “봉”이라 역자나 전문가가 잘못 알고 잘못 읽었더라도 흠집이 드러나지 않았을 텐데, 현대중국어발음대로 표기하다나니 무식함을 폭로하고 말았다. 인터넷 검색을 한 번만 했더라도 피할 수 있는 오류가 한국에서 여러 해 유지된다는 게 신기하고도 안타깝다.

한국의 중국 전문가들은 황당한 실수 외에 대개 자신과 개인적 교분이 있는 중국학자를 과찬하는 경향이 심해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곤 하는데, 한국 언론들은 목적을 위해서는 머리꼬리를 자르고 보도하는 수법을 즐겨 기사의 감화력을 떨어뜨린다. 

 

말이 되지 않는 “시황제”타령이 높이 불려지던 무렵, 한국 언론들은 시진핑 주석의 처사를 반대한다는 사람들의 주장 전달에 열을 올렸다. 기사들만 보면 시진핑의 국가주석연임제한 폐기 등 처사로 반대파들이 엄청 생겨난 것 같지만 사실 그런 반대파의 다수가 10년, 20년 지어 더 오래 중국공산당을 반대했던 사람들이다. 국가주석 연임문제가 불거지지 않더라도 중공과 시진핑을 욕하지 않을 리 없는 인간들이다. 무척 웃긴 건 중공 원로이자 중국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이었던 뤄루이칭(罗瑞卿라서경)의 아들 뤄위(罗宇라우)가 시진핑을 비판했다고 크게 떠들면서, 이른바 중공 태자당의 시진핑 반대를 시사했는데, 뤄위는 근 30년 전에 변절해서 반공활동에 열을 올려온 사람이다. 한 사람이 예순 살을 넘겨서도 아버지 이름을 빌어야 언론들이 알아주는 것만큼 한심한 경우도 드물다. 

한국의 중국 전문가들의 주장이나, 중국 관련보도들만 많이 보면 중국에 대해 오판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그런 수준의 글들이 한국인들의 지능마저 떨어지지 않을까 슬그머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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