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어느 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총학생회실에서 수배자들과 밤늦도록 토론 후 술을 한잔 하던 어느 날 이었다 총학생회 들오는 긴 복도에서 들리는 뚜벅뚜벅 구둣발 소리..
올 사람이 없는데??
난 자연스레 문 앞을 나갔고 걸어오는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
제가 누군지 알고 인사하세요?? 그냥 쁘락치는 아닌 거 같아서요 저 노원경찰서 누구입니다 하고 불쑥 총학생회실로 들어갔다
아차!! 털리는구나 난 얼른 옆방으로 가서 짧은 단봉을 들고 나왔다 총학생회실에 들어서니 형들과 앉아서 웃고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곤 소개를 받았다 그가 대학시절. 손에 두개 바바리주머니에 두 개, 앞주머니에 두 개, 뒷주머니에 두개
그렇게 여덟 개의 꽃병을 들고 덩실덩실 어깨 춤추며 병을 꽂던 사람이라고 이름은 홍치산
그 전에 난 바보과대표를 읽다읽다 엉뚱한 결론에 다다른 적이 있었다 바보과대표는 학우들에게 의, 조직화를 앞세우지 않은 대중추수주의자라고
플랑 하나 더 쓸 시간에 밍맹몽이나 하고 앉아 있고 다현사 읽을 시간에 바둑이나 두는 모습이 마지 조직화하기 싫은 내 모습인 것 같아 학습하기 싫은 내 모습인듯 하여 영 마음에 안 들었었다
대중추수와 대중 속에 사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던 철부지 어린애였던 것
바보과대표는 글자 속에 있는 게 아닌데 참 어렸었다
잘 가십시오 스무살 바보과대표
이두선(서울주권연대 회원)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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