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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일침 579] 트럼프와 국정원

중국시민 | 기사입력 2018/12/30 [11:12]

[정문일침 579] 트럼프와 국정원

중국시민 | 입력 : 2018/12/30 [11:12]

 

여러 날 지속된 미국 정부의 셧다운 상태가 아직도 해결가망이 보이지 않는다. 2020재정연도 군사비 문제에서 수백 억 달러 폭으로 오르내렸던 트럼프가 고작 수십 억 달러 장벽건설예산 때문에 정부까지 문을 닫게 만드는 게 우습지 않을 손가. 군비예산을 제 맘대로 고무줄 다루듯 하고 외국 폭격도 제멋대로 결정하던 트럼프가 아닌가. 미국 대통령의 권한이란 참으로 기묘하다. 

 

트럼프는 연일 멕시코와의 변경에 꼭 장벽을 세워야겠다면서 민주당이 전에는 동의했는데 이제 와서 반대한다고 공격한다. 장벽문제를 거창하게 해석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이민국가로부터 비이민국가로 전환하는 시발점이라고 본다. 필자는 그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지식이 부족해 뭐라고 말하기 어려우나, 장벽 건설비용만은 기억력이 과히 나쁘지 않은 덕에 지난날엔 트럼프가 장벽건설비용을 멕시코에게 맡기겠다던 장담을 잊지 않았다. 2016년 대선 때만이 아니라 2017년 취임 후에도 여러 번 그렇게 선언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미국의 돈으로 건설해야 함을 주장하면서 예산통과에 인색한 민주당을 비난한다. 우습지 않을 손가. 

 

전날의 트럼프가 오늘의 트럼프 귀뺨을 때리는 현상은 드물지 않다. 틸러슨과 매티스를 비롯하여 트럼프가 한때 극찬했던 각료들이 쫓겨나고 트럼프의 혹평을 받은 건 그래도 인간들 사이 문제라 이해가 되는데, 자기의 공약을 뒤집으면서도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트럼프의 기억력이 5분 이내라는 말이 실감난다. 하기는 트럼프의 지지자들도 그가 자신의 지난날 주장을 뒤집어도 여전히 지지하니 그들도 5분 기억력 소유자인가 싶다. 

 

세상에 기억력이 나쁜 사람들이 많을 때에는 기억력이 괜찮은 사람들이 고통스럽다. 지난해 연말에는 국가정보원의 개혁과 개명이 뜨거운 화제였다. 새 이름도 둬가지 방안이 언론에 오르내렷다.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국내업무의 경찰이관은 했노라는 주장이 나왔는데 그 이상의 개혁과 개명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서훈 원장이 남북, 북미 교류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알려지고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연회에서 그가 눈물을 닦는 사진이 보도된 뒤부터 분위기가 달라지더니 일 잘하는 국정원을 그대로 놔둬야 되겠다는 인식이 퍼졌는가? 

 

국정원과 달리 탄핵정국, 조기대선과 2017연말정국에서는 별로 거들어지지 않았던 군대내 정보기관 기무사가 똥볼을 거듭 찬 게 뒤늦게 알려지면서 공분의 대상이 되었고 급기야 이름까지 바꾸게 되었다. 여야와 여론, 민중이 기무사 개혁 혹은 개조에 집중하고 뒤이어 유치원, 김용균 등 이슈들이 터지는 덕에 국정원은 지금까지 이름을 유지하고 개혁압박도 받지 않는 판이다. 

 

허나 전직 원장들이 빵에서 썪는 판에 국정원이 뭔가 확실하게 바꾸지 않고서는 현황을 유지하기 쉽지 않겠다. 2019년에는 국정원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아지리라고 감히 예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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