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총선은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 자리며 향후 정국주도권을 누가 쥐느냐, 나아가 차기 대선 결과까지 내다볼 수 있는 중요한 정치 일정이다. 이에 민주당, 자유한국당 두 당을 중심으로 총선 결과를 예측해본다.
1. 민주당이 압승한다는 예측
민주당 내에서는 민주당이 압승한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4월 17일 원외지역위원장 총회에 참석해 “내년 240석을 목표로 준비하겠다”, “비례대표 의원까지 합하면 260석쯤 될 것”, “지난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지역 기반이 좋아졌기 때문에 충분히 꿈꿔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총선 압승을 자신했다. 국회 의석수가 300석이니 260석을 차지하려면 그야말로 싹쓸이를 해야 한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압승할 것으로 보는 근거는 크게 세 가지로 찾아볼 수 있다.
(1) 높은 지지율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올해 들어 35~4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16~25%에 머물고 있다. 또한 6월 25~27일 조사한 총선 투표 의향에서 민주당이 39%, 자유한국당이 24%로 나왔다. 물론 조사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민주당 지지율이 확실히 높은 것만은 동일하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30%대까지 올랐다고는 하지만 선거는 1등만 당선되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 위협이 될 수 없다. 또한 이런 지지율이 역전될 가능성도 없다고 본다. 월간조선 7월호는 민주당이 총선 필승 전략으로 박근혜 관련 정보를 터뜨릴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5월 17일 언론에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음파일이 느닷없이 공개된 것처럼 총선을 앞두고 이런 녹음파일을 풀어 자유한국당을 공략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월간조선이 이런 예측을 하는 배경에는 여전히 우리 국민의 적폐청산 요구가 높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민주당이 안심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2) 민주당의 정책적 우위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반북대결, 좌파척결 등 낡은 시대의 논리에 집착하며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없기에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고 여긴다.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미 정상 만남을 두고도 자유한국당은 비핵화 진전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객으로 전락했다며 트집을 잡았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평화번영이라는 미래지향적 정책을 펴고 있어 국민의 지지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여긴다. 또한 한반도를 둘러싸고 대화와 협상이 이어지면서 평화번영의 성과가 나타날수록 민주당을 향한 지지는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 한 마디로 한반도 평화나 남북관계 등에서 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의 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경제부흥도 이야기하지만 정부 발목잡기 이상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 박근혜를 거치며 자유한국당 세력이 경제에서도 무능함이 확증되었다고 여긴다.
민주당은 이런 이유들로 자유한국당은 총선에서 이길 수 없고 자신이 필승하게 되어 있다고 자신한다.
(3) 자유한국당 전략의 한계
자유한국당도 나름의 총선 필승 전략을 짜고 있다. 집토끼를 잡은 후 산토끼를 잡기 위해 총선에서 대규모 물갈이를 하고 유명인을 대거 영입하고 다른 보수정당을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아침햇살33]2020년 총선 압승을 노리는 황교안과 자유한국당」 참조) 하지만 그런 전략이 있어도 실행을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실패할 것으로 보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서로 다른 성향의 집토끼, 산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결국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5일 황교안 대표는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행이 나온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당내 막말이 횡행하는 현상에 제동을 걸었다. 그럼에도 하루 만에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재인은 빨갱이”라는 막말을 해 논란이 되자 황 대표는 다음날 “막말이라는 말부터 조심해야 할 것”이라며 다시 막말을 비호했다. 11일에는 “아무거나 막말이라고 말하는 것이 막말”이라는 궤변까지 늘어놓았다. 집토끼를 잡자니 막말을 하게 되고, 산토끼를 잡자니 막말을 막아야 하는 딜레마에서 헤매는 것이다.
6월 9일 성한용 한겨레 기자는 「‘황교안 체제’ 자유한국당 혁신의 세 가지 조건」을 통해 자유한국당이 황교안이라는 유력 대선주자를 갖췄지만 내부 갈등으로 인해 결국 공천 물갈이, 당 정체성의 근본적 변화를 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친 민주당 성향의 한겨레가 특이하게 자유한국당에 훈수를 두는 것 같은 내용이지만 알고 보면 ‘자유한국당은 승리의 길을 알려줘도 어차피 못 한다’며 조롱하는 투다. 이처럼 민주당 내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어차피 환골탈태를 할 수 없기에 총선에서 충분히 이길 것으로 안심하고 있다.
2. 자유한국당이 대승한다는 예측
반면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대승을 거두고 민주당이 패배한다는 관측도 있다. 이 역시 세 가지 근거가 있다.
(1) 여당을 위협하는 미국발 경제위기
경제위기는 언제나 정부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제위기가 심화되면 민주당에게는 악재로, 자유한국당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한국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미국이 의도적으로 경제위기를 일으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흔든다면 자유한국당에게 승산이 있다. 자유한국당은 경제문제를 쟁점으로 만들어 지금의 열세를 뒤집어엎을 수 있다고 여긴다.
(2) 민주당 내분
어떤 정당이든 선거를 앞두고는 공천 갈등을 겪기 마련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현재 높은 지지율로 총선 압승을 내다보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더욱 심각할 것이다. 누구든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공천 경쟁이 과열되고 이게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내 분열의 씨앗은 이미 전해철, 이인영 의원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6월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공격하며 ‘내전’에 돌입했다. 당시 이재명 공격을 주도한 전해철 의원은 2018년 4월 8일 이재명 지사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이재명 지사를 둘러싼 민주당 내분은 온 언론을 뒤덮었고 이 여파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하락, 2018년 9월에는 40%대까지 떨어졌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
지난 5월 8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친문세력의 분화도 눈길을 끈다. 기존 친문세력은 김태년 후보를 지원했으나 전해철 의원이 친문세력에서 떨어져나가 이인영 후보를 지원, 결선투표 끝에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렇게 원내대표에 당선된 이인영 의원은 청와대와 선을 긋기 시작했다. 정부와 여당 사이에 갈등을 일으킨 것이다. 지난 6월 14일 국회 개원을 둘러싸고 정당 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인영 원내대표를 만나 논의를 하려 하자 이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와 관련해) 청와대가 개입할 이유도 없고 제가 전권을 가지고 하는 건데 청와대를 끌어들일 이유도 없다”고 반발했다.
원래 정부와 여당은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국정운영을 하게 마련이다. 당정협의를 국무총리 훈령에 규정하고 고위 당정회의, 부처별 당정회의, 실무 당정회의를 정례적으로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걸 거부한다면 여당의 존재 이유도 없고 대통령이 특정 정당에 속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이인영 원내대표는 자기가 전권을 가지고 있으니 간섭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향해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단호함이 청와대를 향해서만 나타나는 것도 의아하다.
벌써부터 나타나는 민주당 내 분열 양상을 보면 내년 총선에서 분열과 대결이 극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을 알 수 있다. 2012년 총선 공천 파문이 재현될 수 있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패배로 갈 수 있다.
국회 내 범여권세력인 정의당, 민주평화당과의 분열도 변수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6월 28일 국회 정상화 합의를 하면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맡고 있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교체하기로 하면서 정의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사전에 교감해놓고 왜 딴소리냐고 반박하고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사전 교감은 없었다며 “(민주당이) 한국당의 떼쓰기에 끌려다닌다면 개혁 전선은 와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정의당이) 뒤통수를 맞은 배신감에 차 있다”며 “남의 일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되면 내년 총선에서 범여권세력이 단합은커녕 자기들끼리 싸우게 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폭넓은 진보민주개혁세력의 분열도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미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을 통해 민주노총과 문재인 정부가 날카롭게 대립하게 되었다. 물론 자유한국당이 민주노총을 지속적으로 공격하면서 정부를 압박한 것에 밀린 측면이 있지만 현 정부여당과 진보세력의 갈등은 봉합하기 어려운 수순으로 가고 있다.
(3) 낮은 투표율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가, 투표율이 낮으면 자유한국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 만약 내년 총선의 투표율이 낮다면 자유한국당이 승리할 수 있다.
지금 자유한국당의 전략은 집토끼(정통보수성향 유권자)를 축으로 산토끼(중도보수성향 유권자)를 최대한 견인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정치혐오증을 확산시켜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것 역시 핵심전략이다. 정치혐오증이 확산되면 중도층이 투표를 기피하고 결국 양당 집토끼의 싸움이 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정통보수성향 유권자의 기세를 올리면서 민주당 지지자의 기세를 꺾으려 할 것이다. 그러면 자유한국당 표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민주당 지지자의 투표율만 낮아지게 된다.
지금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 이런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하다.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저지를 명분으로 국회를 완전히 폭력이 난무하는 동물국회로 만든 뒤 장외투쟁을 전전하며 온갖 막말을 내뱉고 그 무슨 ‘엉덩이춤’ 같은 추태를 부렸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정치퇴행, 국회파행의 주범으로 몰아붙여 매장해버렸어야 했지만 거꾸로 승리의 월계관을 넘겨주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했다. 6월 28일 국회 정상화 합의를 마치고 나오는 나경원은 만면에 승리자의 미소를 띠고 있었다.
시점을 5월로 돌려보자. 자유한국당이 한창 장외투쟁을 하던 5월 11일, 나경원 원내대표는 일베 용어인 ‘달창’을 사용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민의 지탄이 쏟아지는데도 바로 다음날 이인영 원내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같은 소리를 하며 중국집에서 비공개 만찬을 하며 밀담을 나눴다. 또 20일에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까지 끌어들여 맥주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자유한국당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이른바 ‘엉덩이춤’ 논란으로 다시 여론의 몰매를 맞는 상황에서도 이인영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 규탄의 목소리를 낼 대신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 교체 등 나경원 원내대표의 요구를 들어주며 자유한국당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자유한국당 해체를 요구하던 국민은 허탈한 표정으로 돌아서야 했다. 자유한국당에게 완전히 놀아난 것이다.
국회 정상화 협상 과정도 철저히 밀실협상으로 일관했다. 정치를 자신들만의 것, 이인영, 나경원, 오신환 3자의 비공개 영역으로 만들고 국민을 배제했다. 국민의 힘을 믿었다면 공개 협상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억지 주장을 드러내 국민의 정치감정을 자유한국당 반대로 모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철저히 자유한국당에 끌려 다녔다. 이 과정에서 국회 파행의 책임은 여야 모두에게 있는 것으로 비춰졌으며 민주당, 자유한국당이 다 똑같다는 정치 혐오가 퍼졌다.
이런 전반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의 노림수는 완전히 관철됐다. 첫째, 국회 파행의 책임을 자유한국당이 아닌 정치권 모두의 것으로 만들었다. 둘째, 자유한국당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자유한국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국회는 열릴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결국 자유한국당 지지자를 결속시키고 기세를 올리며 민주당과 진보민주개혁세력 전반의 기세를 꺾어버리고 민심의 분란을 일으켰다.
이런 상황을 보면 내년 총선까지 대체로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며 자유한국당의 전략이 대체로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3. 두 가지 예측 중 어느 가능성이 높은가
(1) 미국의 의도
미국이 한국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따라서 미국의 의도를 정확히 아는 것은 중요하다. 미국은 내년 총선을 자유한국당 대승으로 몰고 갈 것이다.
그 근거는 첫째, 미국의 동북아 기본 전략이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진해 대북적대전선, 중국·러시아 견제를 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민주당이 아닌 자유한국당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일 관계는 심각한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미국은 한일 관계 개선을 강요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강력한 반발을 우려해 쉽게 미국의 요구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한일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민주당이 아닌 자유한국당을 선택할 것이다.
지난 2월 12일 워싱턴을 방문한 나경원 원내대표는 귀국해서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이 ‘한일관계를 제발 부탁한다. 사이좋게 지내달라’고 했다”며 “설리번 부장관뿐만 아니라 그 밖의 미 의회 지도자도 전부 한일관계를 언급했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자유한국당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홍보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도 지난 6월 7일 한일 갈등을 빨리 풀어 한미일 협력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며 동시에 친일 정당인 자유한국당과 이른바 태극기부대에 힘을 실어준 발언이다.
둘째, 미국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대북정책이 불안하다. 지난해 9월 남북정상회담 후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미국의 통제를 일부 벗어난 것이었다. 그래서 급히 한미워킹그룹을 만들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하나하나 통제하였다. 그래도 북미 관계가 변화해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면 언제 또 통제를 벗어날지 모른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미 관계가 어떻게 흘러가든 반북정책을 일관되게 펼칠 자유한국당이 필요하다.
셋째, 미국은 한국사회의 영원한 친미보수화를 원한다. 북미 대결에서 밀려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질수록 한국은 더욱 철저히 친미보수사회로 남아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친미보수세력이 몰락하면 자주통일세력이 급성장해 미국은 더 이상 한반도에 발을 붙일 수 없게 된다. 미국은 세계 최대 해외 주둔 기지인 평택 미군기지를 비롯한 주한미군기지를 동아시아 전략의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를 잃어버리면 미국의 세계 패권은 송두리째 무너질 것이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촛불 민심의 눈치를 보는 문재인 정부보다 철저히 친미보수의 길을 걷는 자유한국당이 집권해야 한다.
이런 이유들로 미국은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을 음으로 양으로 전폭 지원할 것이다. 지난 4월 22일 해리스 주한미대사가 황교안 대표를 만나 “한미 동맹은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안심시켜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서 황교안 대표가 큰 힘을 얻지 않았나 싶다. 항간에는 해리스 대사가 황교안 대표를 적극 지지할 테니 열심히 해보라는 말을 했다는 설이 퍼져 있다. 실제로 정치 경험도 없고 자유한국당 내 지지기반도 없는 황교안 대표가 자신감 있게 적극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몰아붙이고 있는데 든든한 배경이 있지 않고는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이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을 지원할 수 있는 위력한 무기 가운데는 경제도 있다. 미국은 한국 경제를 의도적으로 위험에 빠뜨려 자유한국당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지난 3월 12일 미국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IMF가 한국 경제의 위험성을 발표한 것은 그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지금도 미국은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 등 미중 무역분쟁에 한국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는데 만약 한국이 여기에 동참했다가는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은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의 압승을 바라고 있으며 이미 행동에 들어갔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미국의 자유한국당 지원은 더욱 노골적이고 활발해질 것이다.
(2) 유약하고 방만한 정부여당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여당은 미국이 자기와 가깝고 자기를 지원한다고 착각한다. 미국은 절대 자유한국당을 지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현실을 부인한다. 이들은 미국이 틈만 나면 이야기하는 한미동맹 강화가 문재인 정부와 미국의 ‘동맹’이라 착각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지금 트럼프 정권이 북한과 타협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중재자인 문재인 정부가 필요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미국이 자기편이라 여기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기본 대북정책이 적대정책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결과다. 물론 미국은 북한과 타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고 그 과정에 문재인 정부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정상적 타협을 위한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를 대북적대정책의 보조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다.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든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은 변하지 않는다. 대결을 앞세우느냐 대화를 앞세우느냐의 형식과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지금도 미국은 판문점에서 정상 만남을 하는 한편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19-2 동맹’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우리가 자유한국당을 지원할거다’는 느낌을 주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그렇게 허술한 나라가 아니다. 정부여당 인사들을 만나면 마치 미국이 문재인 정부를 전폭 지지하는 것처럼 대할 것이다. 그래서 정부여당은 현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 여기서부터 기본 대응태세가 무맥해진다.
유약하고 방만한 정부여당의 모습은 자유한국당을 대하는 데서도 나타난다. 문재인 정부는 자유한국당을 적폐청산 대상으로 보지 않고 그냥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할 공존 대상 정도로 인식한다. 그래서 경각성이 떨어진다.
문재인 대통령 자신부터 탄핵 국면 때 박근혜를 향해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준다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며 “뿐만 아니라 퇴진 후에도 대통령의 명예가 지켜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즉각 퇴진과 구속 처벌을 바라던 국민 정서와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를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에도 자유한국당을 협치의 대상으로 인식했다. 2018년 7월 23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인물이면 ‘협치 내각’을 구성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협치의 대상을 두고는 “(보수 정당이 참여할) 가능성과 폭은 많이 열려있다. 정치를 ‘살아있는 생물체’라고 한다”며 자유한국당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하지만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장관 자리 나눈다고 협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안”이라고 거절했다.
‘협치 내각’은 2005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연합정부를 제안한 것을 연상시킨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은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 부딪혔고 노무현 지지층과 열린우리당 내부에 충격을 주는 등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켰고 노무현 정부 몰락을 앞당기는 결과를 낳았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정부여당의 안일한 태도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열린우리당 의원 시절인 2005년 11월 “박근혜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된다고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 야당도 나라를 위해서 할 일이 있다”는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민주주의가 충분히 발전했으니 누가 당선돼도 완전히 후퇴는 못 시킨다고 자족한 것이다. 이런 자세로 2007년 대선을 맞은 민주당은 재집권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부터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유한국당 집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자세, 끝까지 싸우려는 태세는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타살이었다. 자유한국당 세력은 민주당과 달리 정적에 대한 철저하고 잔인한 보복과 응징을 한다.
정부여당의 안일한 태도는 지금도 계속된다. 유시민 이사장은 올해 5.18 기념식에 황교안 대표가 참석하는 것을 두고 “얻어맞으려고 오는 것”이라며 “가장 좋은 방법은 황 대표가 나타날 때 즉시 등을 돌리고 뒤로 돌아서는 것”이라며 “그것이 물병을 던지고 하는 것보다 국민통합에 더 좋은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적폐세력과 싸우기보다는 무시하는 전략을 쓰자는 것인데 적폐세력의 실체를 제대로 못 보는 유약함의 표현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은 홍준표와 합동방송을 하면서 ‘적폐 무시 전략’도 지키지 않았다. 5.18 기념식에서 황교안 대표를 규탄해 결국 행사장에서 도망다니게 만들고 전두환 파쇼독재자의 후예로 낙인찍은 것은 청년학생과 민족민주운동단체들이었다.
정부여당이 유약하고 방만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태생적으로 기회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미국의 지지도 끌어오고 싶고, 촛불 민심도 이용하려 하고, 심지어 자유한국당에게도 인정받고자 한다. 기회주의는 자기 독자적 힘이 없어 남에게 기대는 속성에서 출발한다. 정부여당이 자기 독립적인 입지를 형성하지 못하고 강력한 적폐청산 의지와 태세를 갖추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자유한국당 압승을 바라는 미국의 의도, 정부여당의 유약하고 방만한 기회주의적 태도를 놓고 보면 내년 총선은 자유한국당의 압승, 민주당 패배로 갈 가능성이 높다.
4. 과제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주체는 언제나 국민이었다. 4.19혁명, 반유신 투쟁, 5.18 민주화운동, 87년 6월 항쟁, 박근혜 탄핵 촛불 모두 우리 국민의 저항이자 민주화의 장엄한 투쟁이었다. 민주당 쪽 정치인들은 항상 이 열매를 따먹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한국 사회 민주화 운동의 아버지는 국민이며 민주당은 자식이라고 볼 수 있다.
박근혜를 탄핵시킨 촛불 국민은 다시 자유한국당을 해체해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기 위해 단결해서 떨쳐나서야 한다. 그 누구에게 기대할 것도, 기댈 것도 없이 국민이 직접 해내야 한다. 그리고 정부여당은 자기 아버지인 국민을 존중하고 하늘처럼 여기며 국민의 뜻에 따라 적폐청산에 나서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공존의 대상, 협치의 대상이 아닌 오직 해체의 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국민의 뜻에 부응해 대오각성하여 긴장을 높여 싸워야 한다. 국민이 부여한 적폐청산 임무를 제대로 완수해야 한다.
※이 글은 자주시보와 주권연구소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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