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616] 당선보다 값질 불출마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9/10/25 [11:22]  최종편집: ⓒ 자주시보

 

10월 중순 첫날에 금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에티오피아 지도자라는 결정이 선포되니, 그 사람보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나 스웨덴 환경보호 소녀 툰베리를 더 관심 두는 사람들이 많았다. 현장에서 노벨상 위원회에 왜 툰베리가 수상하지 못 했느냐고 질문하는 기자까지 있었다. 국제적으로 별로 알려지지 않은 수상자보다 지명도가 훨씬 높은 두 인물의 “낙선”을 놓고 별별 유머가 다 생겨났다. 트럼프가 화장실에서 울다가 기절했다, 툰베리가 노려보는 대상이 노벨상위원회로 바뀌었겠다 등등. 

 

10월 하순의 둘째 날에 일본 새 천황이 즉위하니 중국에서는 의식의 주인공보다 영국 왕세자 챨스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30년 전, 일본전임 천황의 즉위식에 찰스가 왕세자 신분으로 참가했는데, 이제는 그 아들의 즉위식에 역시 왕세자 신분으로 참가하니 기분이 어떻겠는가 하고. 엘리자베스 여왕의 장수와 찰스 본인의 이미지 약점 때문에 왕세자 보유 연한 기록을 만들어가는 찰스는 이제 왕위에 올라보지 못할 위험까지 있다. 자칫하면 윌리엄 왕세손이 직접 왕위를 이으리라는 설이 여러 해 꾸준히 나돌지 않는가. 

 

뭔가 얻은 사람들보다 뭔가 얻지 못한 사람들이 주목받는 현상들을 거듭 접하다나니, 뭔

가 얻으려는 사람들보다 뭔가 얻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더 돋보인다. 

 

작년부터 소문도 많다가 이제는 실감 나게 다가온 한국 총선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물갈이 소문이 나와 뒤숭숭하고 자유한국당은 공천가산점제도를 내놓아 논란을 자아낸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철희 의원, 표창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건 의미심장하다. 

 

한국 국회에는 300명을 넘기는 의원들이 있다고 하는데, 당직을 갖고 활동하여 언론에 오르내리는 의원들을 내놓고 각종 사안과 이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확실하게 밝히는 의원들은 아주 드물다. 언론 노출도가 높은 이름들을 꼽아보면 20명 되나마나 하니 총 수자의 10% 미만이다. 90% 이상은 도대체 뭘 하는지 알기 어렵다. 정치는 머리로만이 하는 게 아니다. 머리만 놓고 보면 조훈현 9단을 따를 사람이 몇이 되겠냐만 조훈현 9단은 자유한국당이 영입하고 밀어주는 덕에 거리유세를 거치지 않고 손쉽게 국회의원이 되었으나 몇 해 지나도록 도대체 뭘 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세비를 꼬박꼬박 받았으리라고 짐작할 수밖에. 

 

명년 총선에서도 조9단 같은 국회의원들이 탄생한다면, 당선자들보다는 불출마를 선언하고 물러난 사람들(이미 선포한 2명 외에도 또 나올 소지가 다분한데)이 오히려 인기를 더 끌고 역사에도 이름을 남길 수 있겠다. 웃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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