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비건 특사의 대화제의, 지연 작전?

이흥노 재미동포 | 기사입력 2019/12/19 [13:44]

방한 비건 특사의 대화제의, 지연 작전?

이흥노 재미동포 | 입력 : 2019/12/19 [13:44]

                                                                                     

비건 국무차관 지명자가 지난 12월 15~17일, 방한해 북측에 대화 제의를 했으나 북측은 이를 외면하고 말았다. 비건은 이도훈 본부장과 기자회견까지 열고 “타당성 있는 단계와 유연한 조치를 통해 균형 잡힌 합의에 이를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연말 시한’에 구애받지 않는다면서 접촉할 방법까지 알고 있으니 당장 만나서 일을 끝내자고 했다. 적극적 자세로 보이긴 한다. 그의 유연한 자세라는 말은 아마 북측이 선호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뜻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진짜 함정이 거기에 있다는 걸 북측은 주목하는 것 같다. 북측의 무대응, 무반응은 비건의 대화 제의가 진정성 없는 말장난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해설 수 있다. 과거와 같이 알맹이 없는 대화 타령에 더는 속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 여겨진다. 

 

조미대화를 미국이 국내 정치와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지연 작전을 써오고 있다는 게 북측 평가다. 이것은 과거 하노이 회담 (2/28/19)과 스톡홀름 실무협상 (10/5/19)을 통해 얻은  결론일 수 있다. 접촉 방법을 아는 건 북측만이 아니고 미국도 잘 알고 있다. 진정성 있는 새 제안이 마련됐다면 여러 통로를 이용해 북측에 제의하는 게  상식이다. 굳이 서울까지 날라와 불쑥 대화 제의를 하는 건 어딘가 매끄럽지 못한 구석이 있다. 이번 비건의 대화 제의는 ‘연말 시한’과 세계 여론을 의식한 미국의 상투적인 특유의 선전술로 보이기 쉽다. 북측이 말하는 ‘지연 작전’의 일환일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북측이 수용 불가능한 ‘선비핵화’를 앞세우고 대화 타령만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9월 말, 리기호 유엔 대표부 북 참사는 뉴욕에 있는 콜럼비아 대학에서 개최된 ‘글로벌 평화포럼’ 연설을 통해 “북측은 여러 선제적 조치를 취한 데 반해, 미국 측은 아무것도 않고 말만 요란하다”고 신랄한 비판을 한 바 있다. 이후 북측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빼지 않고 줄곧 이를 복창하고 있다. 지난 12월 12일에 있었던 미러 외무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미국은 현상 유지에 역점을 둔 말장난을 했고 러시아는 정치적 관여를 강조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제재 이행과 핵미사일 발사 자제를 강조했다. 러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안보리가 제재를 능사라고 보질 않고, 정치적 관여를 더욱 강조한다고 했다. 다음날 미국이 소집한 안보리에서 중·러는 핵미사일 발사를 중단한 만큼 대북제재 수준도 조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대로 미국은 제재 이행과 미사일 발사 자제 약속을 준수하라고 했다. 한편, 미 유엔대사는 유연성 있는 접근으로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과거와의 차별화다. 최근 방한한 비건 특사도 융통성 있는 접근법으로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표현을 썼다. 뭔가 새로운 제안이 준비됐다는 신호로 북측을 대화에 끌어들이려는 호객행위라고 북측은 보는 것 같다. 진정성 없는 말잔치 준비가 돼 있다는 걸로 북측은 취급한 것 같다. 이어 중국은 지난 12월 17일, 러시아와 같이 안보리에 대북제재 일부 해제, 남북 철로 도로 연결, 6자회담 재개 결의 등 초안을 제출 (12/17)했다고 발표했다. 방한했던 비건이 예정에 없는 중국을 택했다. 최근 중』러의 안보리 제출 안건과 무관칠 않을 것도 같다. 행여나 북측이 중국에서 비건과 대화를 하자는 역제안을 했을 수도 있다.

 

중·러의 안보리 제출 건에 대해 미국은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청와대는 “지금은 북미대화에 전념할 때”라고 우회적 거부 반응을 보였다. 유엔 뿐 아니라 주변 열강들의 북핵 태도에도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전혀 변화가 보이질 않고 구태의연한 태도로 일관하는 건 문 정권뿐이다. 서울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중·러가 대신해주고 있다. 엎드려 고맙다곤 못해도 주변 열강들의 대북 제제 일부 해제와 남북 철도 도로 연결 제의에 재를 뿌려서야 될 말인가. 문 정권은 입만 벌리면 북미, 남북  관계 ‘선순환’ 소리만 외치고 있다. 북미 관계가 거덜 나면 남북 관계도 같이 거덜 나도 좋다는 건가. 또, ‘평양선언’이 휴지가 되어도 괜찮다는 말인가? ‘선순환’이라는 게 자기 입장을 관철하는 지혜는 없고 오로지 상전에게 순종만 있으니…한심하기 짝이 없다.

 

최근 트럼프는 런던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자신의 관계가 최상이라면서 “미국 대선에 김정은 위원장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건 아주 의미심장한 말이다. 미 대선에 김정은 위원장의 영향력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걸 인정하고 그와 함께 비핵 평화를 성취해내겠다는 의지를 밝히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트럼프의 눈에 보이는 건 오로지 재선 성공뿐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싱가포르 조미공동선언> 이행이 재선 성공 비결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북미 대화 반대 세력의 높은 장벽이 놓여있다. 이 장애물을 뚫어야 할 결정적 시기를 내년 봄으로 정한 것 같다. 하원을 통과한 탄핵 열풍도 곧 가라앉게 되고, 미대선 운동이 본격 시작될 명년 봄이 핵 담판의 결정적 시점으로 낙점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때까지 미·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한국의 차기 정권 교체를 위해 문 정권을 좀 더 흔들어야 하고 수금도 해야 하고,무기도 더 팔고 배치도 해야 하는 등 미해결 일들을 끝내려 할 것이다. 북측이 선호할 제재 일부 해제나 평화조약 같은 제안을 담은 친서가 조만간 김 위원장에게 전달될 수도 있다. 내년 초 3차 조미정상회담에 초점을 맞출 가능서이 커 보인다. 3차 회담이 불발되면 트럼프와 미국은 줄초상 난다. 패권 지위 축소 상실, 최초 최대의 안보위협, 재선 실패와 가족들의 동반 고통이라는 3중고의 끔찍한 비극을 맞게 된다. 반대로 북한은 잃을 게 없고 얻는 것뿐이다. 핵 지위를 완전히 굳히게 된다. 과연 트럼프가 재선 실패를 포함한 총체적 재앙을 감수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트럼프의 굳은 비핵 평화 의지에 희망을 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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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기만전술ㄹ 2019/12/20 [06:32] 수정 | 삭제
  • 이흥노선생의 글에 대체로 동감입니다. 첫째, 비건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내가 여기 왔으니, 북의 대표는 판문점으로 와서 만나자"고 건방지게 떠들어댔지요. 이게 외교하는 미국의 태도라면 참으로 세계인들의 눈에 꼭 양아치들 노는 꼴로 보일 일이었습니다. 이는 "내가 지나는 길에 한번 꼭 만나야겠으니, 나오라"하는 극히 불손하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막가파식 뗑깡이라고 하는게 더 어울릴 조잡한 행동이었습니다. 그저 묵묵부답으로 무시해 버린 북한의 대응이 더 무게 있고 외교적으로 성숙한 조처였다고 볼수 있습니다. 둘째, 미국은 지난 하노이 정상회담 후 여태까지 근 10개월 동안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길 선택"을 경고한 금년말까지 오직 미국의 새로운 셈법을 조건으로 한 3차 조미정상회담에 대해서 실무접촉의 창이 열려있다는 최후통첩을 왜 무시하고 딴 소리만 해 왔나? 지금까지 조선은 한다면 하는 가장 예측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외교를 펼쳐 왔다. 미국은 그저 구태의연한 협박, 공갈, 경제제재의 수단에 매달려서 상대국을 백기투항하기를 기다리는 전략만을 고집할 뿐 그 어떤 진정성 있는 대책도 보여 주지 못했다. 그렇게 볼 때 미국은 싱가포르 회담으로 약속한 조선과의 평화적 관계 설정은 커녕, 조선이 일방적으로 취한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 시험 중단 (moratoriujm)에 대한 일말의 상응조치도 취함이 없이 "더 강력한 경제제재"를 위협하며 조선을 일방적으로 무장해제시키려는 어리석고 무도한 강압적 대화 강요만을 일삼고 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대조선 대화를 또 하나의 압력수단으로 삼고 있으며 오로지 자기들의 정치적 계산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용하려는 목적 밖엔 없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제 조선이 이미 경고한 대로 "새로운 길"을 선언하고 미국을 놀래킬 만한 행동이 굉음을 일으킬 날이 이젠 몇 주 남지 않았다. 그때엔 미국의 트럼프도 폼페어도 비건도, 그리고 평범한 미국의 시민들도 조선에서 울려오는 굉음에 간이 다 조릴 것이 예측된다. 지난 일년간 보여주었던 조선의 선의의 비핵화 약속은 그를 물건너 가게 만든 장본인인 미국이 책임지게 될 일이다. 그 땐 너무 늦었다. 미국이 좋던 싫던 간에 어쩔 수 없이 이 세계에 조선이라는 또 하나의 핵국가를 기정사실로 받아 들일 수 밖에. 모든 것을 다 뺐으려다간 하나도 뺏을 수 없는 형국이 어쩔 수 없이 겪게 될 미국의 자업자득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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