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적폐 세력과 잔당들 뿌리부터 뽑아내야

김수형 | 기사입력 2020/03/03 [16:46]

[감옥에서 온 편지] 적폐 세력과 잔당들 뿌리부터 뽑아내야

김수형 | 입력 : 2020/03/03 [16:46]

감옥에서 온 편지'는 지난해 10월 18일 미 대사관저 월담 투쟁으로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김수형김유진김재영이상혁 학생들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으로 보낸 편지를 소개하는 기사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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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이래 계급이 분열되기 시작한 이후, 소수가 부의 대부분을 통제하는 사회가 형성되면서 특권집단이 살아남으려면 형벌과 법률을 만들고 집행하는 일이나 군대를 조직하는 일, 무기를 생산하는 일들을 독점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피억압 계급을 착취하고 자신의 이익과 권력 유지에 기꺼이 복무하는 사회를 굳건하게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재판관, 경찰, 보안경찰, 군 장성, 국가 관료집단의 성장을 수반했고 그들은 모두 특권계급의 지배를 보호해주는 대가로 특권계급이 가진 부의 일부를 얻었습니다. 간혹 과도한 힘을 이양받은 나머지 지배층을 전복시키고 스스로 권력을 찬탈하는 쿠데타를 벌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 경우에도 근본적인 사회구조가 변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체로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자처했던 그들은 지배계급의 이권이 안전하게 보장되는 사회를 지키는 데 앞장섰습니다.

 

그중에서도 기득권으로부터 제일 막강한 권력을 나눠 받은 하수인은 바로 법을 다루고 해석하는 이들이었습니다.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는 법률을 독점했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이미 법은 사회를 이롭게 하는 수단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권력을 옹호하는 무기로 전락해버렸기에 사법제도 내의 기생충들은 날이 갈수록 그 몸집을 무섭게 불려갔습니다. 그들은 본인들이 극진히 모셔야 하는 특권층이 법의 울타리 안팎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충성을 다 했으며 사회 전반에 기득권의 이해를 반영한 지배적 가치를 널리 형성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가령 막걸리 보안법이라고도 불리던 국가보안법의 경우, 정부가 추구하는 이념과 상반된 양심이나 사상을 가진 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정부에게 있어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됐습니다. 이를 통해 정부의 정체성과 정당성을 위협한다고 판단되는(판단해야 했던) 민주인사들을 고문, 투옥했고 이 같은 행위들은 안보라는 이름으로 채색되어 당시 반공체제교육과 함께 국민들의 눈과 귀를 철저히 가로막는 역할을 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일제의 잔재를 바탕으로 제정된, 개인의 양심적 자유를 허용치 않고 민족통일을 향한 국민의 요구를 배반하는 악법이란 사실은 지배층과 그의 하수인들에게는 절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들이 선택한 가치와 권력만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을 존속시킬 수만 있다면 그들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고 사회변혁을 외치는 민중들을 억압해왔던 것입니다. 허나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자들이 한통속으로 법률과 사법제도를 주무르며 활개를 치니 권력가와 그의 부역자들은 응당한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사회적 관례로 자리 잡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과거 선열들이 피로서 쟁취해낸 민주주의 정신이 나라의 근간을 이루고 우리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천명한 국민주권 시대에도 위 같은 일들이 끝없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전히 권력의 노예들은 지배층의 부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국민이 시대에 부여한 엄중한 가치를 기어코 거스르려 하고 있습니다. 은수미 성남시장 재판, 김성태 의원 채용 비리 재판같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당판결의 연속은 비단 특정 검사나 판사 개인의 부도덕성으로부터 비롯된 게 아닙니다. 이는 애당초 대한민국 사회의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어야만 자신들의 명줄을 부지할 수 있는 적폐 권력 카르텔의 숨통이 아직도 멀쩡히 붙어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기득권, 정치검찰, 부패사법부, 적폐 언론 간의 불순한 유착관계를 종식시키지 않는 한 부실 수사, 무성의 재판은 앞으로도 필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한세상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사법 권력을 꽉 움켜쥐고서 만에 하나 흘러내릴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적폐 세력과 그 잔당들을 뿌리부터 완전히 이 땅에서 뽑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 대중의 단결된 조직적 힘으로 실현될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시급한 민주개혁세력의 당면 과제입니다. 우리는 거듭된 대중 투쟁을 통해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무기일 뿐이었던 사법제도의 의미를 공정과 질서 평등으로 향하는 이정표로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 더불어 대한민국이 다시금 국민주권을 떠받드는 힘에 의해서만 진일보 할 수 있기에 모두가 끝없이 사색하고 실천한다면 적폐들이 아무리 공들여 세운 탑일지언정 무너뜨리는 것은 그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 미 대사관저 투쟁으로 구속된 대학생들의 수번과 이름     ©자주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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