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일부 지역 봉쇄 및 마스크 착용 요구 등 대책들을 취하니, 상당수 이탈리아인이 반대 시위를 했다. 마스크는 싫고 자유를 달라는 구호를 내건 시위가 중국에 알려지자, 한 달 반 남짓이 마스크 착용에 습관된 중국 네티즌들은 거의 비웃었다. 그러나 필자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14세기 돌림병을 피해 시골에 간 사람들이 심심풀이로 한 이야기들을 모으는 형식으로 지어진 세계문학명작 《데카메론》이 나온 땅에서 수백 년 뒤에 저런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게 서글퍼서였다. 역사는 나무가 아닌 이상 자연발생적으로 발전만 하지 않음을 통감했다.
♨ 한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어 각계가 자제를 당부하는데도 일부 개신교 교회들이 8일 여전히 모임 예배로 주일예배를 치르겠다고 나서고 이재명 경기 도지사가 확산을 막기 위해 7일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 검토를 거들면서 의견을 구하니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8일 자신의 SNS에서 반대했다. “신앙의 가치는 대통령도 못 건드리는 것이다”, “방역을 하라, 정치를 할 게 아니라”.. “모두까기”답다. 그렇게 까다가는 결국 자기 자신도 까지 않을까?
♨ 진중권 전 교수의 논리인즉 "주일예배 강행하는 교회들을 위한 방 역대책, 즉 입구에서 소독을 철저히 하고 신도들은 떨어져 앉게 하고 창문 실내 환기를 자주 하고 등등이 이 지사의 임무"이고,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감염자가 생기면, 그건 지사가 아니라 목사가 책임질 일"이라는 것이다. 논리학에는 맞겠다만 현실적으로 교회에서 감염자들이 생겨나고 사회에 퍼지면 목사가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워낙 피할 수 있었던 감염자들은 결국 소중한 의료자원들을 소모하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난은 정부 수장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
♨ 전광훈 목사처럼 표현이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병을 하나님이 낫게 해준다고 믿는 목회자들과 신도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 사람들의 논리인즉 남이 몹쓸 병에 걸리면 신앙심이 부족하거나 신앙이 거짓이어서 그렇게 됐다는 것이요, 자신이 병에 걸리면 하나님이나 예수님이 고쳐준다고 우기는 것이다. 그런 독실한 신도들이 감염병을 전파할 수 있다는 거야말로 심각한 문제이다. 중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을 비롯한 병들이 도니 독실한 신도들은 교회당에 몰려가 맹렬히 기도했고 결과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옛날에야 발병 원인과 전파경로를 몰라 그랬다지만, 현대사회에서야 알면서도 위험을 방치해서야 되겠는가?
♨ 지난 12월 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견한 이래 신앙과 상관없이 수만 명이 감염되었다. 불교도, 도교도, 기독교도, 천주교도, 불교도, 이슬람교도 등등 하나도 바이러스를 피하지 못했다. 단, 신직인원(한국에서는 성직자와 비슷한 개념)들은 다수 안전했으니 예컨대 베이징의 여러 가지 종교의 150여개 시설의 신직인원들은 하나도 감염되지 않았다. 그들이 믿는 신이 가호해서가 아니다. 음력설 전야부터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알리고 종교조직과 시민들의 단체 활동 자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여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등장하는 융허궁(雍和宫옹화궁, 라마교 절간)에서 설날 향을 사르는 대형행사(한 해의 행운을 비는 향 사르기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모이고 거액의 돈이 오감) 등이 긴급 취소되었고 기타 장소들에서도 지금까지 단체 활동을 하지 않는다. 중국은 지방마다 종교관리국이 있고 국무원에는 국가종교사무국이 있다. 국가종교사무국 국장이었던 예샤오원(叶小文, 1950)은 한때 한국 동국대학 겸직 교수로도 되었던 사람으로서 언젠가 미국에 갔다가 질문을 받았다. 당신네 공산당은 무신론인데 왜 종교를 관계하는가? 그러자 예샤오원은 이 문제는 해석해드려야겠다, 우리 중국에는 연초관리국이 있는데 국장은 흡연자가 아니다. 당신이 기독교도더러 불교도를 관리하라면 불교도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이슬람교도더러 기독교도를 관리하라고 해도 이슬람교도들이 접수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신론자인 내가 관리하는 것이고, 나는 그저 일종 봉사(서비스)를 제공할 따름이다. 이 말을 이렇게 인용하면 어떤 한국인들은 일당 독재국가 관료의 궤변이라고 비난하면서 신앙자유 탄압을 부르짖을 수 있는데 돌림병 그것도 특효약이 없는 신형 돌림병 앞에서 신앙의 자유가 전파의 자유로 이어지면 누가 감당해내겠는지 의문이다. 현재 코로나19 방역보다 더 큰 정치문제가 있겠는가. 방역이자 정치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코로나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