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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72] 코로나19와 경제위기②

문경환 | 기사입력 2020/03/31 [21:30]

[아침햇살72] 코로나19와 경제위기②

문경환 | 입력 : 2020/03/31 [21:30]

※ 앞의 글에 이어

 

3. 향후 전망

 

(1) 세계 자본주의권의 극심한 혼란과 침체

 

코로나19를 퇴치하느냐 여부와 상관없이 향후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자본주의권은 극심한 혼란과 침체에 빠질 것이다. 

 

지금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자체 성장동력이 없다. 

 

지금 주목하는 인공지능(AI)이나 4차 산업혁명은 소수 대독점자본에게는 큰 이익을 가져다줄지 몰라도 대다수 중하위층 국민에게는 소득 감소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2018년 1월 열린 세계경제포럼, 일명 다보스포럼은 ‘미래 충격(future shock)’이라는 세션을 신설해 4차 산업혁명이 만들 미래에 깊은 우려를 보냈다. 포럼은 4차 산업혁명의 결과 업종별로 1~2개 기업만 살아남는 독점기업 사회가 열리며 이로 인한 양극화, 불평등, 국가별·계층별 격차가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다가올 미래는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격차는 물론 노동자 내부의 격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8~2028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존 산업에 종사하는 단순노동 일자리는 빠르게 사라지는 반면 전문가 중심의 고급인력 일자리는 천천히 늘어나 초기 성장통이 예상된다고 한다. 노동자 안에서도 소수의 고급 전문가와 다수의 단순 노동자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는 셈이다. 

 

물론 엄청난 빈부격차에도 불구하고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 막대한 돈을 뿌렸기에 전반 경제지표는 좋을 수 있다. 특히 주가 등은 금융거품을 통해 상승을 거듭, 경제가 호황이라는 환상을 유포시켰다. 예를 들어 지난해 백악관이 꼽은 트럼프 정권의 업적 2위는 사상 최고치를 갱신한 주식시장이었다. 뉴욕 주식시장의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은 2019년 한 해 21.9%와 34.2% 상승했다. 그야말로 ‘트럼프 경제 호황’이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이런 금융거품은 코로나19 사태로 일거에 꺼졌다. 불과 한 달 만에 다우존스지수는 트럼프 취임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코로나19를 조기에 퇴치한다고 해서 경제상황이 호전되지도 않을 것이다. 엄청난 빈부격차가 국민의 소비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서민들이 돈이 없어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될수록 심해질 것이다. 지금 세계 각국이 재난기본소득이라며 서민들에게 현금을 풀지만 일시적 효과만 낳을 것이다. 독점기업들이 아무리 4차 산업혁명으로 포장된 첨단 상품을 내놓아도 살 사람이 없으면 결국 기업은 망한다. 과잉생산에 따른 공황이다. 

 

▲ 한 달 만에 3년의 성장이 날아간 미국 증시.  © 뉴욕타임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갈수록 확산되는 코로나19가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경제 순환을 막아버린 것이다. 국가 간 무역이 위축되고 한 나라 안에서도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 경제가 멈출 지경이 됐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사라지면 보상심리 때문에 경제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일시적 효과에 불과할 것이고 반대로 최소 소비 생활 패턴이 습성화되어 이전만큼 소비하지 않는 저소비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사실 저소비 시대 전망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경제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자본주의 모순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당장 독점자본가들은 이번 기회를 이용해 자신들의 탐욕을 실현하려 할 것이다. 

 

재벌의 입장을 대변하는 미래통합당의 황교안 대표는 지난 3월 12일 코로나19 사태의 대책이라며 “자유시장경제 대책들을 쓰라”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법인세 인하, 최저임금 업종별 적용, 주52시간 예외허용 등 시대에 역행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제시했다. 이들의 이런 주장은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오래전부터 계속 되던 것들인데 마치 코로나19 사태의 대책인 것처럼 포장해서 또 꺼내놓은 것이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도 제로금리와 함께 법인세 인하에 나섰다. 또한 실업수당을 늘리기로 했는데 이는 정리해고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업 방지책을 처방한 유럽과는 다른 접근이다. 미국 고용부는 3월 셋째 주 1주일 사이에 무려 328만3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들 신규실업자들이 과연 코로나19가 퇴치되면 다시 직장을 구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취업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이나 기존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는 등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독점자본가들은 경제난을 명분으로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한다. 대량해고와 임금인하, 비정규직 확대 등 이른바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한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들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가 좋아지면 이를 복원하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 유지한다. 이러니 경제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부자는 점점 부자가 되고 서민은 갈수록 삶의 질이 떨어진다. 

 

미국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로 실업률이 10%까지 치솟았다가 대대적인 양적완화로 4.9%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전 3~3.5%였던 시간당 평균 임금상승률은 실업률이 하락한 뒤에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때의 2.5%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사실 실업률이 줄어든 비결이 저임금 일자리의 급증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 호황이니, 트럼프 호황이니 이야기하며 독점자본가들이 샴페인을 터뜨려도 노동자의 삶은 금융위기 당시에서 하나도 나아지지 않은 셈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계기로 정리해고, 비정규직, 파견근로제 등 온갖 신자유주의 정책이 도입되었다. 그 뒤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IMF를 졸업한 모범국가라고 자랑했지만 노동자들의 처지는 갈수록 열악해졌다. 이제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일상화되었다. 

 

경제위기는 노동자는 물론 개미투자자도 털어먹을 것이다. 증권시장이나 파생상품시장은 원래 자금력이 클수록 유리하다. 이들은 ‘실탄’(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까지 팔아치우고 있는데 이로 인해 경제 위기 상황에 금값이 떨어지는 기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거대자본들은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에서도 ‘역사적 저점’인 지금이 오히려 투자 적기라며 개미투자자를 유혹한다. 

 

이렇게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세계적 차원의 경제 위기는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애초에 코로나19 전부터 악화일로를 걷던 경제인데다 코로나19로 인해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고 양극화도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이를 극복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2) 독점자본이 추구할 해법

 

독점자본의 이익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나온다. 즉, 자본주의가 붕괴되면 독점자본이고 뭐고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자본주의 위기 상황에서는 독점자본도 일정한 양보를 통해 체제를 유지하려고 할 수 있다. ‘착한 자본주의’니 ‘오블리스 노블리제’ 같은 게 등장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였던 빌 게이츠가 올해 초 “부자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1억 달러를 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세계적 투자가 워런 버핏도 한때 부자증세를 주장해 이른바 ‘버핏세’ 논란을 일으켰다. 

 

경제위기로 인한 민중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각종 복지정책이나 사회주의적 요소를 도입할 수도 있다. 뉴욕주지사가 의료장비 구매와 공급의 국유화를 주장한다거나, 과거 좌파정책으로 치부되던 기본소득제(물론 기본소득제는 우파도 주장해온 정책으로 딱히 좌파정책이라 볼 수는 없다)를 일시적으로 시행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자본가 전체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없으며 극소수만 찬성할 뿐이기 때문이다. 또 중하층이 구매력을 가질 만큼 자기 몫을 내놓지도 않는다. 어차피 독점자본의 기득권 유지가 목적이므로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고 모두 함께 잘 사는 길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부자증세나 복지확대 등은 한계가 분명하다. 이걸로는 미국의 샌더스 후보 돌풍으로 보듯 민심이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미국은 결국 전쟁과 약탈이라는 전통적 해법을 다시 사용할 것이다. 제국주의가 갈 곳은 여기밖에 없다. 

 

하지만 전쟁은 쉽지 않다. 지금 미국이 누구를 상대로 전쟁을 할 수 있을까?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와 전쟁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전쟁도 어느 정도 규모가 돼야 경제적 효과가 있다. 심지어 2003년 이라크전의 경우 1년 동안 무려 1500억 달러를 지출했지만 미국 GDP의 1.5% 정도에 불과해 군비 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인 ‘영구군비경제(permanent arms economy) 효과’가 별로 없었고 오히려 경제 위기만 불러왔다. 물론 이라크전은 경제효과만 노린 것은 아니며 탈냉전 시기 미국이 국제사회의 기강을 잡으려는 측면도 있었다. 

 

어쨌든 미국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세계대전과 맞먹는 전략적 요충지에서 전쟁을 일으켜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 중국과는 전쟁을 할 수 없다. 수천 기의 핵미사일이 오고가며 세계종말을 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나마 미국이 생각할 수 있는 선택지는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정도다. 

 

먼저 북한을 보자.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 됐다. 그것도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전략핵보유국이다. 러시아, 중국과 다를 바 없다. 지금 북한이 시시때때로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지만 미국이 아무 말도 못하고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러브레터’같은 친서를 보내며 어떻게든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만은 막아보려고 하는 것도 모두 북한이 전략핵보유국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 국가 핵무력을 완성한 건 대한민국 국익의 관점에서 볼 때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안 그랬으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뻔 했다. 한반도 전쟁은 우리가 반대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다음으로 이란을 보자. 

 

이란은 핵보유국은 아니지만 지역 군사강국으로 미국이 섣불리 전면전을 하기 부담되는 나라다. 최근 드론을 이용한 암살 등으로 부분적 충돌이 있었지만 전면전으로 확대될 분위기는 아니다. 특히 이란과 북한이 핵, 미사일 협력을 한다는 정보가 전부터 있었고, 러시아도 시리아를 지원한 것처럼 이란에 적극적인 군사적 지원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국의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끝으로 베네수엘라를 보자. 

 

미국은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마약밀매 혐의로 기소하였다. 이는 1988년 미국이 노리에가 파나마 대통령을 마약밀매 혐의로 기소한 것과 유사하다. 미국은 기소 1년 뒤인 1989년 12월 파나마를 침공해 민간인을 대량 학살한 끝에 노리에가를 체포해 재판에 넘겼다. 이와 유사하게 미국이 이번에 베네수엘라를 침공할 명분을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도 미국에게 쉬운 상대가 아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베네수엘라 침공을 추진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군이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맹세한 데다 러시아가 군사지원까지 하면서 끝내 전쟁을 일으키지 못했다. 러시아 외에 중국, 이란, 북한, 쿠바 등 다른 반미국가들도 베네수엘라를 지지한다. 이번에도 마두로 대통령 기소 소식에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이 유엔헌장과 국제관계 기본원칙에 따라 베네수엘라 내정을 간섭하는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베네수엘라를 지지했다. 

 

이렇게 보면 미국이 전쟁을 걸만한 반미국가는 없다. 

 

전쟁을 못한다면 미국은 약탈에 집중할 것이다. 약탈 역시 어느 정도 경제규모가 있는 나라를 대상으로 해야 효과가 있다. 사실 미국의 경제적 약탈은 이미 진행 중이다. 주로 자기 하위동맹인 유럽, 일본, 한국 등이 약탈의 대상이다. 약탈은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관세 인상과 수입 압박으로 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미국과 유럽연합은 2018년부터 알루미늄과 철강, 청바지, 위스키, 치즈, 커피 등 각종 상품을 두고 고율 관세를 매기며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로 휴전을 하면서 다시 유럽과 무역전쟁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대이란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다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8년 9월 한미 FTA 개정을 통해 미국은 자동차 부분에서 자국의 요구를 관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상을 자신의 집권 초기 최대 치적으로 꼽는다. 올해 들어서는 삼성을 겨냥한 발언으로 한국을 긴장시켰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은 그들(애플)의 최고 경쟁자라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하며 애플이 삼성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관세 부과를 면제해줬다고 자랑했다. 만약 애플이 삼성에 밀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관세를 포함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기어이 삼성을 주저앉힐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세계 곳곳에 주둔하는 미군의 주둔비를 인상하는 방식으로도 약탈을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나토 방위비 인상으로 인해 독일은 국방비를 무려 11%나 올려야 할 형편이 됐다. 한국도 주한미군 지원금 5배 인상 압박을 받아 아직도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있다. 미군 주둔비 갈등은 최근 일이 아니라 이미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문제다. 이것만 봐도 지금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이 코로나19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이 자기 하위동맹들을 약탈하면서 자본주의 내부의 협력관계, 공생관계에 금이 가고 대립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자본주의는 모순과 혼란으로 빠져든다. 이게 공멸의 길임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게 자본주의의 운명이다. 마치 미국이나 일본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는 것과 비슷하다. 사재기를 하지 않아야 함께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를 믿지 못하고 나부터 살자는 욕심으로 너도나도 사재기에 뛰어든 것이다. 

 

한편 국가 간 전쟁과 약탈뿐 아니라 국가 내에서의 전쟁과 약탈 현상도 펼쳐지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 총기 사재기가 유행하고 미국과 유럽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공격이 펼쳐지는 상황은 폭동이나 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미국이 미중 무역전쟁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1차전에서 패한 미국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역전쟁을 시도할 것이다. 즉, 관세를 주고받는 난투극 식의 무역전쟁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중국을 봉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미 그런 징후가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말 미국 최고 수준의 과학자로 꼽히는 찰스 리버 하버드대 화학·생물학과 교수가 체포됐다. 중국 우한이공대학에서 매달 5만 달러의 월급과 매년 15만 달러의 생활비를 받으며 연구를 했는데 이를 하버드대와 국방부, 미 국립보건원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10월 이후 관련 혐의로만 19명을 구속했다. 이는 중국과의 학문교류를 차단하겠다는 신호로 보인다. 

 

또 지난 2월 18일 미국은 자국 내 설립된 신화통신, CGTN(CCTV 자회사), 차이나데일리, 하이톈 디벨로프먼트(인민일보 배급사), 중국국제방송라디오 등 5개사를 중국 대사관이나 영사관과 같은 지위인 ‘해외 공관’(foreign missions)으로 지정하고 자산과 직원 신고를 의무화했다. 이는 중국 언론사를 일반 언론사가 아닌 중국 정부의 선전기구로 규정한 것으로 일종의 제재에 해당한다. 이에 반발한 중국은 다음날 월스트리트저널 중국 특파원 등 미국 언론인 3명을 추방했다. 이 역시 중국과의 언론교류를 차단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코로나19를 활용해 중국을 봉쇄할 명분을 찾고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 정부가 은폐로 일관해 귀중한 두 달을 놓쳤다. 그 결과 수백만이 우한을 빠져나갔고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이 재앙을 맞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더믹의 중국 책임론을 들었다. 짐 뱅크스 미 공화당 하원의원은 “신종 코로나가 미국에 끼친 피해에 대해 중국에 물어내라고 강요해야 한다”, “대통령이 중국에 대부분의 미국 채무를 감면하라고 강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이를 두고 “미국에서 출현한 가장 지랄병 같은 제의”라며 격하게 반발했다. 

 

전염병이 처음 발생한 나라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은 세계적인 반중 감정을 불러일으키려는 목적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최대한 활용해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사례들을 폄하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언론은 하나같이 중국의 방역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중국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식의 보도만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군대를 동원한 엄격한 격리 정책이나 초단시간 임시병원 개조, 15분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 개발 등의 성과로 3월 들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거의 사라지는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화학연구원 신종바이러스연구단과 웰스바이오연구원 공동연구팀의 분석 결과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 중국, 일본의 진단키트가 정확성이 높았다고 평가할 만큼 중국의 진단키트는 정확성과 속도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성과들은 언론에 그다지 노출되지 않는다. 

 

이처럼 미국은 코로나19를 활용한 중국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1차 무역협상 결과를 뒤집고 새로운 무역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3) 주목해야 할 북한의 길

 

세계 경제가 대책 없이 허물어질 상황에 처한 지금 북한의 판단을 주목해야 한다. 

 

언론에서 아무런 근거도 없는 추측성 보도를 남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북한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출현했다는 발표는 없다. 전 세계 205개국에 확진자가 나타나는 속에서도 방역에 성과를 낸 것이다. 북한은 코로나19로 대혼란에 빠진 다른 나라들과 달리 상당한 사회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 코로나19 세계 확진자 현황.  © 코로나보드

 

특히 북한 경제는 코로나19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전 세계 자본주의 경제가 심각하게 요동치고 있고 심지어 부정적 전망을 좀처럼 언급하지 않는 미국 연준 의장조차 “경기침체에 들어간 것 같다”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북한의 모습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은 그동안 자립경제노선을 유지해왔는데 지금 같은 비상 상황에서 상당한 생명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중국은 코로나19를 거의 퇴치했는데 이제 공장을 다시 가동해봐야 다른 나라에서 중국 상품을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상품을 만들어도 팔수가 없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제 서서히 경제활동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한국만 정상화해봐야 소용이 없는 상황이다. 세계화 시대 경제의 특징이다. 코로나19 사태 같은 세계적 위기가 닥치면 일국 차원에서 극복하는 게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데 북한 같은 자립경제국가는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를 최소화하면서 자체로 발전할 수 있는 체질이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의 모습을 보면 건설붐이 몇 년 째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3월 17일에는 평양 한복판에서 현대적 종합병원인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을 진행했다. 착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은 건설목표가 대단히 방대하지만 당창건 75주년인 올해 10월 10일까지 완공하자고 호소했다. 북한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이 미국의 대북제재를 정면돌파전으로 파탄 내는 상징적인 공사라며 의의를 부여했다. 

 

북한은 평양종합병원뿐 아니라 삼지연시 3단계 공사,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순천인비료공장 등 여러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 전 세계에서 이 정도의 건설붐을 일으키는 나라는 북한 밖에 없는 듯하다. 물론 북한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그동안 경험으로 보면 북한은 지금보다 더한 악조건에서도 자기 목표를 대체로 달성해왔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여러 경제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로 증폭된 전 세계적인 정치, 경제, 사회적 위기와 혼란, 붕괴 속에서 북한의 독특한 자립경제노선이 어느 정도 생명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그리고 자립경제노선이 세계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여러 나라에서 추진하는 재난기본소득도 따지고 보면 자국 국민의 구매력을 높여서 내수시장을 일으키고 국내 경제순환구조를 탄탄하게 하자는 정책이다. 이는 세계화 노선과는 다른, 큰 맥락에서 보면 자립경제노선과도 이어지는 정책이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세계화 노선보다는 자국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초한 국내 경제선순환구조를 튼튼히 다지는, 큰 틀에서 자립경제노선으로 볼 수 있는 그런 경제노선이 선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 지금 그런 전망이 열리는 것 아닌가 싶다. 

 

※이 글은 자주시보와 주권연구소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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