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황선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대법원은 십 년도 더 전에 6.15 공동선언이 좋아 이제는 미군도 고향에 보내줘야 한다, 한반도 종전선언도 먼 미래의 일 만은 아니다, 모여앉아 희망에 부풀었던 청년들에게 이적단체 가입과 고무 찬양의 죄가 여전하다 판결했다.
그 때 홍안의 청년들은 이미 아랫배가 무거워지고 이마가 벗겨지거나 흰머리 성성한데, 이 나라 사법부는 여전히 유신을 살고있다. 국가안보를 위해 정치사상의 자유 쯤은 무시하고 총화단결 하라고 아직도 각하의 유신선포문을 헌법으로 수호한다.
한편, 국민연금 수천억 원을 날린 재벌의 재판이 4년이나 진행중이라며 측은지심에 흐느낄 듯 국회의원의 장탄식은 헤드라인에 나부끼고, 고집스런 혐오의 전단지에 실을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느라 경찰이 가스총을 자진해 맞는다. 팡파레 소리만 듣고도 북의 애국가 한 음과 닮았다며 죄 많은 인간들 제 풀에 소스라친다.
대통령은 제도로서의 민주주의 완성을 선포하고, 보안법은 손 대지도 못 하는 의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입법하겠다고 또 한 번 아우성이다.
대결과 평화, 표현의 자유와 이적표현물, 국가보안법과 차별금지법, 이 모든 공존할 수 없는 것들이 버무러져 제도 민주국가 대한민국을 비웃고 있다.
우리의 자화상은 언제까지 이렇듯 우습고 참혹해야 하는가. 우물쭈물 하는 사이 모순만 덤불처럼 무성하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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