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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온 편지] 문 대통령 기념사...냉전 이데올로기, 한미동맹, 가짜평화

유선민 | 기사입력 2020/07/11 [10:23]

[감옥에서 온 편지] 문 대통령 기념사...냉전 이데올로기, 한미동맹, 가짜평화

유선민 | 입력 : 2020/07/11 [10:23]

 *21대 총선에서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 낙선운동을 했던 강부희, 유선민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 2명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현재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되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에서는 구속된 학생들이 보내오는 글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문재인 대통령의 6.25전쟁 70주년 기념사를 몇 차례 읽어보았다. 참전용사들의 유해 귀환에 대한 예우 정도에서 끝났으면 차라리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실망 그 자체였다. 기념사를 관통하는 3가지 낱말을 뽑아보았다. 냉전 이데올로기, 한미동맹, 가짜 평화이다. 문재인 기념사는 전반에 걸쳐 체제대결, 냉전시대 인식으로 꽉 차 있다. 지금의 경제발전, 민주주의 정신 등의 원천을 6.25전쟁에서 찾으려는 과한 평가도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남북관계가 경색과 파국으로 치닫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군사행동 보류 결정으로 잠시 소강상태에 있는 현 조건에서 6.25전쟁을 기념하며 체제대결이요,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이 과연 적절한가 싶을 정도로 과거 냉전 이데올로기에 머물러 있는 인식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한국전쟁에 대한 평가도 대결과 냉전 이데올로기에 기초해있다. 기념사에서 ‘유엔안보리가 한반도 평화와 안전의 회복을 위해 역사상 최초의 유엔 집단안보를 발동했다’고 했는데 그렇게 해서 유엔군의 모자를 쓴 미국을 위시로 한 다국적군이 한반도 평화와 안전회복을 위해 한 것이 무엇인가. 100만 명이 훨씬 넘는 민간인 학살, 무차별적인 폭격과 세균전까지.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사용된 폭탄보다 더 많은 폭탄이 한국전쟁 기간 사용되었다고 하니 과연 ‘세계 각국의 고귀한 희생’이 한반도 평화와 안전회복에 목적이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기념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동맹 맹신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한국전쟁은 지금의 한미동맹 절대 신화를 만들어주었다. 반미를 이야기해도, 통일을 이야기해도 분단적폐 세력은 ‘니들이 6.25를 알아’, ‘미국이 아니었으면 어쩌고저쩌고’가 무조건적으로 나온다. 전쟁의 아픔을 겪는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도 전쟁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미국, 일본, 분단적폐 세력이며 그 정점엔 미국이 있다. 정전인 상황을 이용하여 우리나라에 전략무기를 팔아먹고, 불평등한 주한미군 지위협정과 방위비분담금 인상 강요 등 국민 혈세를 강탈하고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이다. 거기에 이제는 이 땅에서 생화학무기 실험까지 버젓이 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 때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시작전권 전환도 ‘굳건한 한미동맹’ 위에가 아니라 ‘굳건한 자주국방’위에서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닌가. 이승만은 전쟁이 나자마자 국가의 주권인 군사주권을 미국에 넘겨주었다. 그렇게 70년이 지나도록 군사주권은 미국에 있고 미국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바로잡는 게 기념사에 담겨야 하는 내용이 아닌가. 2018년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마저도 미국의 노력으로 돌리는, 한미동맹 없이 못 사는 문재인 정부다. 최근 외교 안보라인의 진용을 새로 갖추기 위해 인적 쇄신을 하려고 하고 있지만 이런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없이는 한 발자국도 전진할 수 없다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문재인 기념사를 관통하는 마지막 하나는 가짜평화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해방 이후 자주독립국가 건설을 꿈꿨던 우리 민족은 외세에 의해 강제로 분단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지금까지 평화가 위협당하고 있다. 진정한 평화는 통일에 있으며 통일을 지향하지 않는 평화는 가짜 평화와 다름없다. 거기에 더해 기념사에서 ‘통일을 말하기 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표현은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한 관계로 보지 않고 두 개의 국가로 보는 인식이다.

 

이런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그동안 수많은 표현에서 통일이라는 말 자체가 안 나온 것이라는 것을 이번 기념사를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전쟁을 반대한다고 하면 2018년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15만 평양시민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5,000년을 함께 살았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는 민족의 관점에서 통일을 위해 나아가자고 호소해야 하는 게 아닌가. ‘통일을 당장 할 생각이 없다. 내가 말하는 평화는 6.15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통일 방안에 기초한 통일이 아니다.’ 결국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기초한 체제 통일임을 스스로 인정한 기념사라고 볼 수 있다. 6.15, 10.4, 4.27 등 수많은 남북 간의 합의가 있었지만 그 합의를 가능하게 한 것은 자주의 입장, 통일에 대한 철학인데 문재인 정부의 철학에 따르면 북한과의 합의는 결국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북한에 자연스럽게 이식시키려고 하는 목적에 따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위협하는 걸림돌부터 제거해야 한다. 전쟁을 반대한다면 전쟁을 조장하는 것들을 제거하면 된다. 뿌리 깊은 반북대결 의식을 통일의식으로, 정전협정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이 모든 것들은 이미 합의한 역사적인 남북 공동선언 조항 마다에 민족의 통일열망을 담아 한 자 한 자 적혀있다. 이대로만 하면 된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입장을 전환하면 좋으련만 문재인 정부의 뿌리 깊은 반북대결 의식과 한미동맹 맹신으로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바라는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는 부침을 계속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게 국민으로서 참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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