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전쟁터"
황선 | 입력 : 2020/07/29 [13:48]
전쟁터
-황선
전쟁이
달리 전쟁이 아니다.
옥수수밭 사이로 총탄이 날고
하늘에서 네이팜탄 파편이 우박처럼 쏟아져
안방으로 포탄이 떨어져야만
전쟁이 아니다.
급여 끊긴지 오래인 숱한 프리랜서와
울며 겨자먹기로 명함을 판
흔한 사장님들,
넘치는 바이러스와 폭우 속
씨 마른 일자리를 찾느라
새벽 인력시장을 서성이는 그림자들.
국민들 재난지원금은 태부족인데
천조국 재고품
전투기는 사들여야 하고,
운동장이 그리운 아이들은 묶어두어도
천조국의 젊은 실업자들은 주한미군이라는 이름으로
평택으로 해운대로 이태원으로
바이러스처럼 자유로운 곳.
해 마다
어벤져스 시리즈
한반도 배경 삼아 스릴 넘치게
찍고싶어 안달하는 곳.
천조국의 헛기침에
똥별들
한미동맹 한미동맹
바람 빠진 주기도문
허풍처럼 내뱉으며 개 폼 잡는 곳.
그곳이 화선이다.
제 집 안방 내주고 능욕을 당하면서도
그게 치욕인 줄 모르는
가장 부끄러운 전쟁터.
70년 세월 내일 전쟁이 터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이 상태가 바로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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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2020/07/29 [20:43]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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