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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용산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

이상윤 | 기사입력 2020/10/16 [10:17]

끝나지 않는 용산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

이상윤 | 입력 : 2020/10/16 [10:17]

평화이음이 월간 '민족과 통일' 10월호를 발간했다. 

우리사회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끝나지 않는 용산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

 

▲ 미군의 용산미군기지 기름유출을 형상한 상징의식, 자주시보 자료사진

 

110여 년이 넘게 외국군대의 발아래 있었던 용산 미군기지가 우리 국민의 품 안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정부는 2019년 12월 용산 미군기지 반환협의를 공식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반환협의를 시작해도 갈 길은 멀다. 용산 미군기지는 한미주둔군지휘협정SOFA에 따라 ▲반환협의 ▲환경조사·협의 ▲반환건의 ▲반환승인 등의 반환절차를 거치게 되며, 현재 환경오염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반환받은 다른 미군기지 사례를 봤을 때, 용산 미군기지를 미국이 깨끗하게 정화할 확률은 0에 가깝다. 일례로 2007년 반환된 춘천의 캠프 페이지에서는 최근 유류에 오염된 토양층이 발견되었으며, 확인 결과 ‘석유계 총 탄화수소’TPH가 기준치의 6배 넘게 검출되었다. 2006년 반환되어 정화가 완료된 용산의 유엔사 부지도 2018년 환경오염물질이 다시 발견되어 정화작업이 진행 중이다. 

 

밝혀진 환경오염사고만 90여 건에 달하는 용산 미군기지를 깨끗하게 반환받으려면 첫 단추가 될 환경오염조사부터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미군 측은 오염사고기록 등 환경오염 기초조사단계에서 필요한 중요한 자료를 우리 측으로 넘기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군의 비협조가 계속되는 한 환경오염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

 

환경오염조사가 제대로 진행되려면 관련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용산 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용산 미군기지 반환협상을 어디까지 진행하는지, 환경오염조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했다. 그러나 정부는 미군 측과 협의 중인 내용이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군 측이 우리 국민에게 환경오염 사고 관련 정보를 숨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용산 기지 근처 대표적 환경오염 사고인 녹사평역 사건(2001년)도 지하철 공사 중에 발견되었으며, 항공유 성분(JP-8)이 나오기 전까지 자신들과 상관없는 사고라고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2017년 시민사회단체들이 미국정보자유법FOIA을 통해 용산 기지 내 환경오염사고가 알려진 것보다 84건이 더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 전까지 정부가 미군 측으로부터 파악한 사고 건수는 5건에 불과하다. 

 

환경오염조사부터 미군의 비협조로 어렵사리 진행되는 판에 용산 기지의 환경오염실태가 명명백백 밝혀질 리가 없으며,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정화비용을 미국에게 받아낼 리가 없다.

 

환경오염사고가 발생하면, 정화책임 및 피해보상 책임은 오염자에게 있다. 이를 오염자 부담 원칙이라고 하며,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 국내에서 환경오염사고가 발생해도 해당 원칙이 적용된다. 그러나 미국은 이 원칙을 대한민국에서는 완전히 무시해왔다.

 

지금까지 반환된 많은 미군기지에서 유류, 중금속 등 각종 오염물질들이 발견되었으나, 미국은 단 한 건의 정화비용도 지불하지 않았다. 특히 오염범위와 그 정도가 심한 용산 기지도 정화책임을 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들이 저지른 환경오염사고조차 책임지지 않고, 정보공개조차 하지 않으며 비협조적인 미국의 태도는 날강도와 다를 바가 없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처럼 미국이 정보를 공개해주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협상 태도를 유지하고, 미국에 저자세로 일관하는 한 정화비용을 받아 낼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는 협상력을 높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을 믿고, 당당히 미국에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용산 기지 정화비용을 비롯한 환경오염사고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일본에서 미국으로 상전만 바뀌었던 해방 직후의 아픔과 핵무기가 배치되어 한반도를 전쟁의 먹구름에 휩싸이게 했던 역사가 있는 용산 기지. 용산 기지의 아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급 발암물질이 여전히 1,000배 넘게 검출되는 오염된 땅. 용산 기지의 아픔은 영토주권이나, 환경주권 같은 우리 주권을 우리 마음대로 행사하지 못하는데 근본 원인이 있다.

 

미국이 오염된 용산 기지를 책임지고 정화할 수 있도록, 더 이상 평택, 성주 등 이 땅을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국민들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민족의 상처를 진정으로 치유하기 위해, 우리의 주권을 되찾기 위해 모두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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