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0일, 평양에서는 대규모 역사적 노동당창건 75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이번 행사를 주시했던 지구촌은 문자 그대로 경천동지(驚天動地)를 직접 경험하게 됐다. 우선 지상 최대의 제재와 압박,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재앙, 그리고 보기 드문 자연재해 등 3중고를 극복하고 오늘의 영광을 성취했으니…누구에게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괴물’ 같은 전술무기 등장에 입이 딱 벌어지는 건 이상할 게 없지만, 수만 명의 열병식 참가자들과 관중들이 눈물을 삼키거나 흘리며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에 심취돼 지도자와 인민이 하나가 되는 모습은 인류 역사에 없는 장관(壯觀)이었다. 아, 이게 미국과 맞장 뜰 수 있는 힘이라는 걸 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오늘 이 영광스러운 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노동자, 당원, 그리고 혁명군대 장병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결코 잊어선 안 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한 명의 코로나 피해자 없이 모두 건강해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악성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조속히 행복과 웃음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나만 잘살면 그만이고, 우리만 무사하면 된다는 편협한 이기적 선진국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이야기다. 인류애 정신, 유엔 정신에서 출발한 모범적 자세라고 평가될 만 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평화수호를 위한 최강의 군사력을 비축한 것은 자주권, 생존권, 평화수호에 이바지할 전쟁억제력이라고 강조했다. 이건 절대 남용이나 선제 사용에 쓰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미국이 신형무기 시험이나 공개하지 않도록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아첨했건만, 끝내 최신 전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이 전격 공개됐다. 또, 단거리탄도미사일, 지대지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대구경조종방사포 등 각종 신형 무기들이 등장했다. 지구촌은 일제히 환희로 들끓었다. 부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반대로 미국은 놀라 기절해 뒤로 발랑 넘어졌을 게 뻔하다. 그래도 실망했다는 말은 잊지 않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기념사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발언은 “이제 남은 건 부흥번영의 이상사회를 최대한 앞당기는 것”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동시에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사랑하는 남녘 동포”라는 말과 “코로나가 가신 후 두 손 맞잡을 날”이라는 표현이다. 혈육의 정, 동족애는 변함없다는 것과 민족의 혈맥을 끝내 이어가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 결의를 나타낸 것이라고 봐야 맞을 것 같다. 김정은 위원장은 “동지들! 우리는 강해졌으며 시련 속에서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시간은 우리 편에 있습니다. 위대한 우리 인민 만세!”라고 크게 외치면서 기념사를 마무리했다.
이 짧은 김정은 위원장의 말속에는 ‘우리는 어떤 고난도 정면으로 뚫고 승리를 쟁취할 자신이 넘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바꿔 말하면, 우리 주장이 정의롭고 정당하기 때문에 반드시 관철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노동당 75주년 행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지구를 움직이는 위대한 힘이 여지없이 과시된 역사적 대경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서울과 워싱턴이 받은 충격은 실로 엄청나게 컸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건 좋은 징조다. 낡은 대북 적대정책으로 재미를 보는 시대는 가버렸다는 걸 절감케 만든 것도 큰 수확이라 하겠다.
서울은 한미동맹과 자주성(독립성) 중 무엇을 택하는 게 도리이고 국익에 걸맞은 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트럼프는 지난 하노이 ‘조미선언’ 결렬에 책임을 통감하고 막심한 후회를 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 평화가 이행되고 동시에 노벨 평화상을 목에 걸었다면 대선 열세라는 악재에서 탈출하고 대선 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기에 더욱 통탄할 것이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한마디로 말해, 그는 헛똑똑이다. 한편, 바이든 오바마는 평양의 핵보유는 아직 멀었다고 무시 얕보다가 핵보유국을 만든 당사자들이다. 바이든은 마침내 낡은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를 재고하게 만들었을 게 분명해 보인다.
예상대로 한미 주요 언론들은 이번 75주년 행사를 매우 부정적으로 보도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우익 세력과 언론은 일제히 북측의 호전성을 과장 확대했고 문 정권의 대북정책 실패라고 몰아갔다. 미국의 CNN, 복스,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화성-15형’을 능가하는 위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미국이 사정권에 들어가 위협적이라고 했다. 동시에 트럼프가 북핵 외교에 실패했고 북의 위협을 제거하는 데 실패했다고 일제히 비난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행사 이틀 후, 플로리다 유세 중 자신이 전쟁을 막았다며 대북외교의 성과라고 자랑했다.
이번 행사에서 특기할 사항을 들라면 먼저 새로운 전술무기들이라 하겠다. 미국 전문가들까지 세계 최대 미사일 무기라고 혀를 찬다. 오죽하면 많은 전문가가 ‘괴물’이라는 표현을 한다.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타격할 수가 있다는 걸 드디어 시인하게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 언론 매체인 ‘복스뉴스’는 신형무기들이 공개됐다고 트럼프가 분노 실망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평양이 공개적 시험발사를 자제한 건 순전히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한 친분관계 때문일 것이다. 재집권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알면서 트럼프의 체면을 살리는 동시 차기 집권자와 상대해야 하는 다목적을 노린 포석일 것이다.
누가 정권을 잡아도 구태의연한 과거의 ‘대북 적대정책’을 고집할 형편이 못 된다. 이제 급한 건 미국이다. 미국이 통째로 북의 사정권에 들어 있는 조건에서 적대관계를 유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적대관계 해소에 역점이 찍혀야 한다. 차제에 서울 정권은 미국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굴욕적 자세를 탈피해야 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철도연결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행돼야 한다. 깊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고 남북선언 이행을 위해 우선적으로 이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정원장이 평양특사로 나서야 한다. 사기를 당해 입국한 김련희 여성, 납치된 북 해외식당 종업원 12명 ,그리고 형기를 마친 연로한 장기수들을 앞세우고 평양 특사로 간다면 정말 세상이 놀라고 지구가 들썩거릴 것이다. 오해와 앙금이 사르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어떤 어려운 문제도 쉽게 풀리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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