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의 민주화운동

정해랑 | 기사입력 2020/10/23 [11:08]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운동

정해랑 | 입력 : 2020/10/23 [11:08]

평화이음이 월간 '민족과 통일' 10월호를 발간했다. 

우리사회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운동

 

이제 민주화운동은 의미가 없는가?

 

우리 사회는 민주화되었는가? 헷갈릴 수 있는 질문이다. 민주화되었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아니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수도 있고, 저렇게 볼 수도 있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질문이 지금 이 시기에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혼란이 이 질문과 연관되어 있다. 민주화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현재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태도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리라.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었다기보다 오히려 망할지도 모를 위기에 빠졌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일단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다. 민주화가 되었으되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반민주세력의 역공으로부터 민주정권을 지켜 나가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민주화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형식적인 것에 그치고 새로운 집권세력이 적폐의 노릇을 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견해의 차이는 이전부터 싹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적폐세력이 집권하고 있던 2017년 이전까지는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앞으로 전개할 내용을 위해 위 질문에 대한 답을 한다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민주화운동이 의미가 있다. 그것은 첫째, 민주화운동의 성과를 지키기 위함이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진보사회로 전진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의 궁극적인 목표인 자주와 통일을 위해 민주화운동이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민주화의 보편성 - 권력 쟁취와 권리의 제도화

 

사실 민주화되었느냐 아니냐의 기준은, 머리카락 몇 개일 때부터 대머리냐는 말처럼 선을 그어서 확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머리라는 말이 아무 의미가 없는 말이 아니듯이 민주화라는 것도 객관적으로 몇 가지 기준을 세울 수는 있다. 민주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권력의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권리와 그것을 제도화하는 측면이다. 이것을 나누어서 생각해 보지 않으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민주화가 되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이전에 독재를 하던 세력으로부터 권력을 빼앗아야 한다. 일단 그것은 1987년부터 시작해서 1997년에 정권교체를 통해 일차 실현되었다가 다시 빼앗겼지만 촛불혁명 이후 2017년에 민주세력이 되찾았다. 그러나 권력을 빼앗았다고 해서 독재 세력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독재 세력은 이제는 권력을 잃은 수구세력이 되어 열배, 백배의 강한 힘으로 권력을 되찾으려고 한다. 권력을 빼앗긴 뒤 그들이 절치부심하면서 준비해 왔고, 행동에 옮기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여러 가지로 목도하고 있다.  

다음으로 잘못된 제도, 인적 자원 등을 개혁 혹은 청산하고, 민주화에 걸맞은 제도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 이것을 우리는 민주주의에서 권력이라는 측면과 구별하여 일반민주주의라고 부른다. 일반민주주의가 확대될 때 지배세력, 수구세력은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을 빼앗긴 수구세력은 일반민주주의적 개혁 자체를 방해하는 것이고, 그에 맞서 무엇보다 권력을 차지한 민주정부가 비상한 각오로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민주화의 특수성 - 자주와 통일을 위한 무기

 

앞에서 이야기한 것이 민주화의 보편성이라면 우리 사회 민주화의 특수성이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끊임없이 가로막은 것이 누구인가 하는 것을 밝히는 데서 해답이 나온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4.19혁명 이후, 6.10항쟁 이후, 촛불혁명 이후 등 민주화가 일정 정도 진전될 때마다 자주와 통일의 문제가 제기되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독재세력은 바로 외세추종세력, 분단고착화세력이다. 그리고 그 세력은 지금도 자신의 모습을 여러 가지로 위장해 가면서 민주화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이 땅의 수구세력은 외세에 추종하면서 민중을 억압하고 수탈하여 왔다. 그렇기 때문에 민중의 삶이 인간다운 삶으로 진보해 나가기 위해서도 외세로부터 자주적인 나라가 되어야 하고, 그 하수인인 수구세력이 완전히 무력화된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민주화 운동은 민족민주운동에, 민중운동에 강력한 무기가 된다. 집회 결사의 자유, 시위의 자유, 언론의 자유, 고문으로부터 벗어나는 일 등이 민중생존권을 진전시키기 위한, 외세와 결탁하여 민중을 수탈하는 자들과 싸울 수 있게 하는 무기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외세추종세력과 전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것을 잊고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논해서는 안 된다. 최근 상대적으로 민주적 제도가 앞섰다고 볼 수 있는 독일, 북유럽 등에 대해 경도되는 진보세력이 많이 있는데, 그들이 거기까지 오기에 제국주의적 토대가 있었다는 점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앞선 것은 앞선 것대로 받아들이되 그것에 대한 맹목적 동경이나 추종은 곤란하다. 또한 분단된 상태에서, 외세의 영향력이 막강한 상태에서 완결된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다는 착각을 가져서도 안 된다. 

 

수구 회귀를 막아야 할 책임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그리고 지금의 문재인 정부를 민주정권으로 볼 것이다. 물론 이 정권이 여러 가지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 또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현 정부는 외세에 대해 대단히 무기력하고, 노동자들에 대해 편파적이며, 각종 비리 의혹 등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전 수구 정권과 마찬가지라고 보는 것은, 머리가 한 가락도 없어야 대머리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민중들에게, 이 땅의 자주와 통일을 바라는 이들에게 상당히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현 정부가 나태하거나 소심하여 수구세력의 무력화에, 일반민주주의의 확대에 주저한다면 민족민주운동은 정부를 비판하고 압박을 가해야 한다. 때로는 현 정부를 구성하는 일부가 수구기득권층과 이해관계가 다르지 않아서 개혁을 회피하거나 역주행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정부를 비판하는 일에 주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아무리 실망을 준다고 해도 수구세력으로부터 지켜야 할 민주정부라는 사실은 변할 수가 없다.

우리가 일단 현 정부를 민주정부라고 인정한다면 정부를 무너뜨려서 민주화 이전으로 되돌아가려는 세력으로부터 이 정부를 지키고 진보와 개혁으로 견인하는 것은 우리의 임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 정부를 대체하고 좀 더 자주적이고, 민중적이고, 통일지향적인 정부를 당장 세울 수 없는 상황에서 수구세력의 정권재탈환을 막는 책임을 방기한다면 역사에 커다란 죄를 범하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 근현대사는 실패한 역사인가?

 

현 정부를 수구세력으로부터 지킨다는 것 때문에 결국 진보세력은 들러리나 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우리의 민주화운동이 계속 ‘죽 쒀서 개 주는 꼴’이라는 말들을 한다. 진보세력을 대하는 현 정부와 집권여당의 태도에 대해서는 비판할 여지가 많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민주화운동이 남 좋은 일이나 해주면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민주화운동은 독재와 싸워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민주화운동을 바탕으로 자주화를 위한 투쟁, 통일을 위한 투쟁, 민중생존권의 확보와 향상을 위한 투쟁을 지속해 왔고, 발전시켜 왔다. 그 과정에서 민주화운동을 통해 민족민주운동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혁을 위해 나아갈 길을 찾아 왔고, 외세와 결탁한 수구세력을 무장해제해 왔다. 4.19혁명이 전자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것이라면, 5.18광주민중항쟁이 바로 후자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린 것이었다.

소규모 써클을 만들어서 자주화와 통일, 민중의 생존권 향상을 위한 투쟁을 논의한 것만으로도 모진 고문을 당하고 목숨까지 잃기도 한 시절이 있었다. 정권을 바꾸어도 군사쿠데타의 위협에 전전긍긍해야 하는 시절도 있었다. 이 시절을 뚫고 전진해 온 것은 바로 우리의 민주화운동 때문이었다. 1987년 6월 항쟁 때 군사독재가 군을 동원하지 못한 것도, 2016~2017년 촛불혁명 때 친위쿠데타 모의까지 하고도 적폐정권이 더 이상 나가지 못한 것도 바로 민주화운동의 진전이 가져다 준 결과였다.

 

민주·민족자주·통일의 그날을 향해 나아가자!

 

정리해 보면 우리의 민주화운동은 외세의 앞잡이인 독재를 무너뜨리고, 반외세투쟁을 대중적으로 전진시켜 온 것이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오늘의 민주화운동을 바라보아야 한다. ‘죽 쒀서 개 준 것’도 아니고,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혁을 위한 진전이었다. 그 여정 속에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운동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의 민주화운동의 성과를 바탕으로 하여 좀 더 민주화를 진전시키면서 이 사회 변혁의 궁극적 목표인 자주와 통일, 민중의 해방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변혁을 가로막고 외세를 추종하며 민중을 수탈하는 수구세력을 무력화시키고, 외세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고, 민중의 생존권이 보장되며 향상되는 사회를 위하여 나아가는 것이다.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