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시] 감사편지

황선 | 기사입력 2020/11/14 [00:58]

[추도시] 감사편지

황선 | 입력 : 2020/11/14 [00:58]

감사편지

(이창기 동지의 2주기 추모일에 즈음하여)

 

-황선

 

전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어요.

오늘도 우리는 장갑차의 음흉한 질주를, 

파헤친 자리마다 고이는 군대의 배설물

정화되지도 않는 그 고약한 오물들을

목격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제 전쟁의 복판은 귀향선을 탔어요. 

화선은 저만큼 태평양을 건넙니다.

하 많은 이들의 생을 삼켜버린 전쟁의 끄트머리가 

우리 마당에 걸쳐져

아직은 피를 뿌리고 있지만,

 

이제 저들의 미사일방어시스템은 

제 손바닥 기관총의 방아쇠를 

제어할 수 없어요.

타민족의 몰살만을 도모하던 

거대한 미사일은 녹슬고

자랑하던 핵단추도 

정부 참칭의 소용돌이 속에서 향방없이 떠돌 신세.

화선은 날마다 백악관 앞으로 전진중입니다.

 

바보같은 당신과 우리 모두의 겨레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역사를 썼어요.

이런 날을 훤하게 내다보며 웃던 당신은 

그래서 행복하셨죠.

왜, 가시밭길에서도 군무를 추듯 내내 상기된 얼굴 

늘 명랑한 편지만 썼는지,

오늘 우리는 점령군의 잔해를 청소하며

비로소 끄덕거리잖아요.

 

고맙다고, 고맙다고, 

정말 고마운 한 생이었다고 우리의 인사도

당신의 하늘에 닿고있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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