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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기와 함께 사는 사람들] 성채린 “낙관이 길을 만들고 희망을 만든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0/11/18 [13:09]

[이창기와 함께 사는 사람들] 성채린 “낙관이 길을 만들고 희망을 만든다”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0/11/18 [13:09]

11월 18일은 이창기 기자 2주기입니다.  

이창기 기자를 늘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이창기와 함께 사는 사람들 다섯 번째는 성채린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 회원이다.

 

성채린 회원은 지난 9월 8일부터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대진연 미군장갑차 추돌사망사건 진상규명단(이하 진상규명단) 활동을 했다.

 

성채린 회원은 진상규명단 활동에 대해 “세상이 참 많이 병들어 있다는 것을 느꼈고, 동시에 희망을 보았어요”라고 말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처음 진상규명단을 시작할 때 우리의 목표는 오로지 진상 규명을 이뤄내고 반드시 가해자 미2사단으로부터 사죄를 받아내는 것,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었습니다. 막상 투쟁의 현장은 달랐어요. 가해자 미2사단 외에도 우리가 맞서야 할 대상이 너무도 많았어요. 죽어가는 우리 국민들은 외면하고 범죄 집단 주한미군을 비호하는 경찰들, 매일같이 진상규명단에 폭언과 인신공격을 쏟아내던 극우 세력들, 동두천의 상인들까지. 미국은 이 사회 곳곳을 잠식하고 있었어요. 두 달여 간 동두천을 오가며 미국의 그림자 아래 병들어 버린 한국 사회의 모습을 똑똑히 보았죠. 하지만 무력감에 빠지지 않고 투쟁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시민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다 보면 ‘돌아가신 분들과 무슨 관계인데 이런 일을 하느냐’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어요. ‘내 일이 아니면 나서지 말아라’, ‘오로지 나를 위해 살아라’라는 인식이 기저에 깔린 질문 같아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횡행한 세상에서 ‘내’가 아닌 ‘우리’를 더 앞에 두는 사람들. 일신의 안위와 자본이 주는 파편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할 때 참된 행복을 찾는 사람들. 스스로를 내던지며 어떻게 더 헌신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 말 그대로 ‘희망을 만드는’ 동지들이었습니다.”

 

이어 성채린 회원은 진상규명단 활동이 성과를 만들어냈다며 ‘▲사건 초기와 달리 사고 원인을 미군에게 책임을 묻는 여론이 형성된 것 ▲국회의원을 비롯해 지자체가 움직인 것’을 꼽았다. 

 

▲ 성채린 회원  © 자주시보

성채린 회원은 이창기 동지에 대해 “선배들의 이야기, 노랫말, 그리고 이창기 선배님이 생전 쓰셨던 글을 통해 이창기 선배님을 그려 보는 것. 그것이 제가 이창기 선배님을 만나는 방법이었어요. ‘통일은 꼭 된다고 말하던 사람’, 누구보다 사람을 사랑하고 민족을 사랑하고 조국을 사랑하며 언제나 긍정과 낙관,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던 사람으로 이창기 선배님을 그려보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단연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은 ‘후배 사랑’이었습니다. 후배 동지들을 마음 깊이 사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한 번도 직접 뵌 적은 없었지만, 왜인지 이창기 선배님을 떠올릴 때면 가슴 한쪽이 뭉클해집니다. 매번 상상해 보고는 합니다. 대학생들의 투쟁을 이창기 선배님께서 보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물심양면 지지를 보내 주시고 더 해주지 못함을 못내 아쉬워하지 않으셨을까? 투쟁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대학생들을 고생했다며 넓은 품으로 꼭 안아주시지 않았을까? 언제나 학생들을 사랑하셨다던 선배님이기에, 육체는 떠났어도 그 사랑은 깊이 뿌리 내려 이창기 선배님을 한 번도 뵙지 못했던 저조차 선배님의 마음을 느끼고 종종 이창기 선배님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성채린 회원은 이창기 동지를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활동하다 보면 종종 패배감에 빠질 때가 있어요. 사람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고, 우리 눈앞의 벽이 너무 높게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이창기 선배님을 떠올립니다. 통일을 위한 투쟁의 길을 나보다 적어도 백만 보는 더 걸으셨을 이창기 선배님. 선배님은 그 길 위에서 무엇을 보았길래 이토록 승리를 확신하고 낙관할 수 있었을까요? 진상규명단을 하며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죠. 낙관이 길을 만들고 희망을 만든다는 것을, 그렇게 조금씩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러한 변화를 가장 선두에서 이끌어 왔을 이창기 선배님이기에 그 낙관에 저도 확신이 생겼습니다.” 

 

성채린 회원은 “통일은 꼭 될 것이라는 믿음. 낙관이 있기에 투쟁하는 것이 즐거워요. 선배님이 가르쳐주신 행복 가득 받아안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더 헌신하겠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후배가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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