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이음이 월간 '민족과 통일' 2월호를 발간했습니다. 우리사회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검찰과 법원의 적폐 비호, 그 끝은 어디인가?
무전 유죄, 유전 무죄.
우리 국민들이 검찰과 법원을 얼마나 불신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그래도 국정농단한 대통령을 촛불 들어 탄핵하기까지 했는데, 사법농단을 한 대법원장을 구속까지 시켰는데, 최소한 명분이라도 찾고 사법정의의 흉내라도 낼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개꼬리 3년 묵혀도 황모 못 된다고 했던가. 오늘날 검찰과 법원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세월호 참사가 어떤 사건인가?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300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그것도 대부분 생때같은 청소년들을 천천히 수장시킨 기가 막힌 일이었다. 그 뒤 우리 국민들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대오각성을 하고, 그것을 지켜주지 못하는 우리 국가에 대해 온몸과 정성을 다해 꾸짖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다짐으로 살았다. 말하자면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국가 구성원들에게 정말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깨닫게 한 대사변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정(正)이 있으면 반(反)이 있는 법. 세월호 참사를 통해 깊이 각성하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는 대다수의 사람이 있었다면, 진실 규명을 훼방하여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자들이 있었다. 더욱이 당시에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자들이 그랬다는 것은 이제 만천하에 밝혀진 사실이다. 다만 그들의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와 형식이 한통속인 자들의 방해로 차일피일 미루어져 왔을 뿐이다. 그런데 검찰은 국민들의 압력에 못 이겨 특별수사단까지 구성하여 진상을 규명한다고 하더니, 마지막 진상규명이 될 거라고 하더니, 기껏 한다는 것이 그들을 무혐의로 만들어서 면죄부를 준 것이었다.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피해 사건이란 무엇인가? 돈이 되면 뭐든지 하는 자들의 짓이 우리 가정 깊숙이 침투하여 너도 나도 모르게 나와 내 가족의 생명과 건강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참사였다. 이에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한 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기대하였다. 그런데 법원은 증거가 부족해서 그들이 무죄란다. 내 몸이 증거라고 하는 피해자들의 한 맺힌 절규는 물론이려니와 재판 과정에 참여했던 과학자조차 단정하지 못할 뿐이지 증거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함에도 그와 같은 뻔뻔스러운 판결을 내렸다.
증거가 없으니 피해자가 있어도 무죄라는 논리, 피해자는 무수히 많은데 가해자는 없다고 하는 억지는 우리나라에서는 굉장히 낯익은 소리다. 산업재해 현장에서마다 나오는 말이요, 바로 1980년 광주에서 시민들을 무참히 학살한 전두환과 신군부 일당들의 주장이다. 가해자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자가 자신이 가해자가 아님을 증명해야지 힘없는 피해자들이 어찌 그것을 밝혀야 하나?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와 판매를 한 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부와 권력을 쥔 재벌들이다. 그동안 이들이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자신들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슨 짓을 했을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어째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는가? 검찰과 법원이 여전히 적폐세력을 비호하는 자들에게 장악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검찰과 법원은 가진 자들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일 뿐, 힘없고 못 가진 사람들과는 너무나 먼 거리에서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서 살아가는 자들로 가득 차 있다. 이제 이들을 개혁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그 추운 날 촛불 들고 외쳤던 함성이 다 무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에는 촛불시민들에게 적폐청산의 임무를 위임받은 정부 여당의 안이한 태도에도 책임이 있다. 현 정부와 여당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망각하거나 안이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은 왜 이전 정권이 탄핵을 당해야 하고, 어떠한 국가를 우리가 만들어나가야 하는지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 일들이었다. 그것은 바로 권력을 위해, 돈을 위해 인명을 경시하는 그런 세상을 막아보자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서는 과감하고 단호한 적폐청산이 필요하다. 그러지 못한다면 현 정부와 여당은 이전 정권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지금은 갈등을 봉합하는 정치력이 필요할 때가 아니라, 적폐에 대한 단호하고 과감한 청산이 요구되는 때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검찰의 행태를 두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라는 허황된 구호에 집착하는 이들도 있다. 현재의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는 민주검찰이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을 공격하여 무기력하게 만들고, 죽어가는 적폐세력을 되살리려고 하는 의도를 분명히 지니고 있음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이번 결정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삼권분립이라는 형식논리만 생각하여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는 따위의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법원의 그릇된 판결은 시민의 힘으로 거부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길임을 우리는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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