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지금] 러·중 협력으로 보는 러시아 대외 정책

이인선 통신원 | 기사입력 2021/03/19 [08:52]

[러시아는 지금] 러·중 협력으로 보는 러시아 대외 정책

이인선 통신원 | 입력 : 2021/03/19 [08:52]

안드레이 데니소프 중국 주재 러시아 대사는 2020년 12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면 푸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첫 번째 외교 정상이 될 것으로 러시아는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데니소프 대사는 “코로나19로 푸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지 못했지만 양국 지도자들은 전화 통화와 서한을 통해 긴밀히 소통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써 어떠한 외세도 양자 관계를 흔들 수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0년에만 5번 통화했다. 양국 정상의 대면 만남은 2013년 시진핑 주석 집권 이래 30번 이상 이뤄졌다.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소련 시기 흐루쇼프가 집권하면서 악화되었다. 중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등 많은 사회주의 국가가 흐루쇼프를 ‘수정주의자’라고 비판하며 손을 끊기 시작했다. 러·중 관계는 1989년 고르바초프의 중국 방문으로 점차 개선되어 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양국 지도자가 된 이후 본격적으로 양국 협력을 강화해왔다.

 

이번 글에서는 러시아·중국 협력과 그 의미를 살펴보겠다.

 

  © 이인선 통신원

 

1. 곳곳에 가닿는 러·중 협력

 

(1) 러·중 과학기술 혁신의 해

 

2019년 6월 러시아를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0년과 2021년을 ‘러·중 과학기술 혁신의 해’로 정했다.

 

시진핑 주석은 2020년 8월 27일 온라인으로 개막한 ‘러·중 과학기술 혁신의 해’ 개막식 축하 서신에서 “중·러는 가장 친한 이웃 국가로 ‘과학기술 혁신의 해’가 막을 올린 것은 양국 간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높은 수준과 특수성을 잘 보여준다. 중·러는 책임 있는 대국이자 중요한 영향력이 있는 과학기술 대국으로 양국 과학기술 연구자 간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라며 러시아와의 과학교류·협력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도 “과학 기술 혁신은 현재 러·중 양국 교류에서 가장 활발한 영역이다. 이는 양국 발전의 미래를 결정하고 양국 국민의 생활 수준 향상에 영향을 끼친다. 이번 ‘러·중 과학기술 혁신의 해’에 많은 활동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과학기술 연구, 박람회, 학술 교류 등을 통해 양국 정부와 의학, 과학 연구 분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연구에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라며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중국 통신사 화웨이는 2019년부터 러시아 통신사와 함께 모스크바에 5G 네트워크 구축을 하고 있다. 중국 디이차이징의 2019년 9월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현지 통신사와 함께 5G 네트워크 테스트를 진행했다. 자오레이 화웨이 러시아대표처 네트워크 담당 책임자는 “화웨이가 러시아의 첫 5G 네트워크 구축 프로젝트에 기술 지원을 제공했다. 화웨이의 기술이 러시아 디지털 인프라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2019년 중국의 달 극지(남극) 탐사 프로그램인 ‘창어 7호’ 사업, 달·우주 탐사 데이터센터 건설에서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만든 위성항법시스템인 베이더우와 러시아의 위성항법시스템인 글로나스를 공동 이용해 위치 정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와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2020년 12월 2일 화상으로 열린 정기 회담에서 달·심우주(deep-space) 탐사, 위성통신기술, 항공우주산업 부품, 러시아 심우주 탐사 과학위성 스페크르트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중국의 우주 사업 담당 부서인 국가항천국(CNSA)과 러시아연방항공우주국(로스코스모스) 대표는 2021년 3월 9일 중국과 러시아 정부 간 ‘국제 달 과학 기지’ 건설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러시아와 손을 잡음으로써 중국은 우주개발에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중국은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한 미국의 견제로 그간 국제우주정거장 건설 및 운영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었다.

 

두 국가 간 협약 내용에 따르면 양국은 달 표면이나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해 달 탐사와 이용, 달 기반 관측, 기초과학 실험과 기술 검증 등을 포함해 장기적인 과학연구 활동을 수행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관심을 가진 모든 국가에 참여의 문을 열어둔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우주 탐사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최근 몇 년간 무인 탐사선 ‘창어 4호’로 인류 최초의 달 뒷면 탐사, ‘창어 5호’로 미국과 러시아에 이은 세 번째 달 샘플 확보 등에 잇달아 성공하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창어 7호’는 2024년에 달의 남극으로 보내질 계획이다.

 

(2) 활기를 띠는 경제협력

 

▲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 © 이인선 통신원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협력도 원활하게 진행하고 있다.

 

장한후이 주러 중국대사가 러시아 국영통신 스푸트니크에 밝힌 바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 3분기까지 러시아 대외무역의 17%를 차지했다. 러시아의 대(對)중 농업 수출은 15.8%, 중국의 대러 비금융 직접투자는 7.4% 증가했다.

 

양국은 앞으로 농산물을 비롯해 에너지·천연가스·원자력 등으로도 협력 분야를 넓힐 계획이다. 

 

데니소프 주중 러시아대사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러시아 농산물이 아직 절대 규모가 크진 않지만 중국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왔다”라며 “농업 투자 협력 확대와 대규모 농업 단지 건설 등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지선인 ‘동부노선(시베리아의 힘을 중국 쪽으로 연장한 것)’을 통해 연간 380억㎦의 천연가스를 30년 동안 중국에 공급할 예정이다. 계약 기간 전체 공급량은 1조㎦ 이상이다. 초기 단계에선 연 50억㎦ 규모로 공급을 시작해 2022년 150억㎦, 2025년 380억㎦ 등으로 점차 공급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중국은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의 개통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통과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을 직접 연결해 주는 에너지 수급망을 확보했다. 중국은 이 가스관으로 미국이 지배하는 해상 길을 통하지 않고서도 에너지 수급 물량을 점점 늘려갈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중국은 에너지 안보 확립 측면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3) 기타

 

양국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는 백신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의심할 여지 없이 백신은 모든 대중의 소유”라며 “우리 백신을 필요한 국가에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 역시 “다른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고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전 세계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백신을 글로벌 공공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중국 백신 ‘시노백’은 러시아 백신인 스푸트니크 V와 같이 안전성과 효과에서 광범위한 인정을 받고 있다. 중국은 이미 수요가 있는 69개 국가에 백신을 무상으로 원조하고 있다. 또한 43개 국가에 백신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은 아세안 역내 코로나19 예방 퇴치를 위해 관련국들과 협의, 인도네시아에 동남아 백신 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러·중 협력은 운송 및 환경 부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2021년 2월 18일 모스크바에서 출발한 열차가 목재와 사탕 등 컨테이너 47개 분량의 화물을 싣고 9,100km를 달려 쑤이펀허에 도착했다. 열차 운행 시간은 12일 정도였다. 기존 운송방식과 비교해 40여 일 단축된 시간이다. 열차가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운행한 점이 주목받으며 유라시아 횡단철도 사업의 현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흑룡강성은 러시아 원동과 동서 시베리아 4개 지역과 환경보호 협력을 전면적으로 강화할 것을 제기했다. 이에 흑룡강성 환경보호부처는 러시아 측과 ‘의향성 협의’를 체결했다. 중국 흑룡강성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쌍방은 다국경 대기와 수질 감측과 다국경 자연보호구망 건설, 폐기처리기업 합자 설립, 그리고 환경보호 기술과 경험 교류 강화 등 분야에서 협력을 진행한다. 흑룡강성은 중국과 러시아 국경 동부에 위치해 러시아 아무르스크주와 하바롭스크국경구 등과 인접해 있으며 국경선 길이가 약 3,000km에 달한다.

 

2. 러시아와 중국이 협력하는 이유

 

▲ 상하이협력기구  © 이인선 통신원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은 날이 갈수록 단단해지고 있다. 양국은 단순한 협력을 넘어 뜻을 같이하고 있다.

 

2020년 중국과 미국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 두 지도자는 2020년 9월 3일 반파시즘전쟁 승리 75주년을 기념해 상호 축전을 교환하며 우의를 돈독히 했다.

 

시진핑 주석은 축전에서 “75년 전 오늘 중국의 항일전쟁과 소련의 대일 작전의 승리가 전 세계에 선포되며 반파시즘 전쟁이 최종 승리를 거뒀다. 중·러 양측은 각각 아시아와 유럽의 주요 전장으로 전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를 위해 큰 희생을 감내하며 역사적 공헌을 했다”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양 국민이 함께 싸우고 피로 뭉쳐 우의를 다지면서 양국 관계의 견고한 기초를 마련했다”라며 러시아와 관계를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런 전쟁 속에서 양국과 양 국민은 깊은 전우애를 맺게 됐다”라며 “오늘날 이런 상호 협력 정신이 끊임없이 발전해 러·중 전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라고 러·중 협력의 의의를 언급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내정 간섭에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방국가들은 갖가지 구실로 양국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참고 기사- http://www.jajusibo.com/54397)

 

중국과 러시아는 2001년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과 함께 정치·경제·안보 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를 출범했다. 2017년 인도와 파키스탄도 가세해 회원국이 8개로 늘었다. 준회원국으로 아프가니스탄·이란·몽골·벨라루스가 있으며, 협력 파트너로 터키·스리랑카, 대화 상대국으로 네팔·캄보디아·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가 지정돼 있다. 이 국가들의 면적은 모두 합치면 유라시아 대륙의 약 60%를 차지하며, 인구는 31억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달한다. 이 기구는 서방의 전통적인 국제기구와는 달리 특정 국가를 겨냥하기보다는 협력과 발전을 강조해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이 가입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협력기구는 2020년 11월 10일 제20회 정상회의 이후 발표한 선언문에서 다자주의의 기초로 다극화한 세계질서를 구축해 세계와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공고히 하자고 제창했다. 선언문의 내용은 회원국들이 국가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하고 내정 불간섭과 함께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 등의 원칙을 따르며. 정치외교 방법으로 충돌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협력하는 이유는 다른 국가와의 대결이 아니라 모두 함께 서로 돕고 발전해나가기를 바라는 점에 있다. 

 

3. 마무리 : 제재에 맞서는 러시아와 협력 국가들

 

▲ 17개국이 참여한 ‘유엔 헌장을 수호하는 친구 집단'  © 이인선 통신원

 

러시아와 중국은 2019년 12월 16일 유엔 대북 제재 해제를 골자로 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초안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결의안 초안에는 북의 해산물과 섬유 수출 금지 해제와 해외에 근로하는 북한 노동자를 모두 송환하도록 한 제재의 해제를 담았다. 또한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 프로젝트’를 제재 대상에서 면제하는 내용도 있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세계 평화와 발전에 중요한 책임이 있다”라면서 “중·러 양국이 포괄적인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다자주의를 수호하며 전 세계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하길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중국·러시아 등 15개국은 2021년 3월 9일 제46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서방 일부 국가의 일방적인 강제 조치가 자국의 인권을 엄중히 침해한다며 즉각적인 취소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17개국이 참여한 ‘유엔 헌장을 수호하는 친구 집단(Group of Friends in Defense of the Charter of the United Nations)’ 추진안이 로이터 통신 등을 통해 공개되었다.

 

이 추진안은 “전 세계는 고립 및 독단적인 행동으로 특징지어지는 일방주의에 대한 의존이 커지는 것을 보고 있다. (여기에는) 일방·강압적인 조치의 부과, 역사적인 합의 및 다자기구 탈퇴를 비롯해 공통·글로벌 과제 해결 노력을 저해하는 시도도 포함된다”라고 역설했다.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인권위원회, 유네스코, 파리 기후협약, 이란 핵합의(JCPOA) 등을 일방적으로 탈퇴했던 점을 두고 지적하는 부분이다.

 

‘유엔 헌장을 수호하는 친구 집단’에는 북한·중국·러시아·이란을 비롯한 알제리·앙골라·벨라루스·볼리비아·캄보디아·쿠바·에리트레아·라오스·니카라과·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시리아·베네수엘라·팔레스타인이 함께 하고 있다. 

 

협력의 사전적 의미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서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다. 협력에는 상하 관계도 없다. 러시아는 중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와 교류하고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가스관과 관련해서도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이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다.

 

러·중 협력과 더불어 현 정세를 고려해보면 러시아가 협력하는 국가들은 앞으로 더 늘어갈 것으로 보인다.

평화을 위해선 21/03/19 [11:37] 수정 삭제
  전쟁을 하는 마당에서는 먼곳 보다는 평화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까이 있는 이웃들과 친하는게 안전하다
로그인 후 글쓰기 가능합니다.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