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기업들이 경쟁하듯 미국 내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의 주력산업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부문 기업들의 미국 투자 규모는 40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내에서 전기차를 직접 생산하겠다며 2025년까지 5년간 74억 달러(약 8조 4,000억 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현대자동차 그룹 내 전기차 모델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 측은 미국에 전기차 생산 공장이 생기더라도 국내 생산라인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국내생산 부분에 영향이 없을 수 없다. 국내생산 물량을 해외에서 생산하게 된다면 고용, 임금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삼성전자는 7월까지 17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로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계획을 오는 한미정상회담을 전후로 발표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전 세계적 반도체 부족 현상 속에서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선포한 바이든 행정부는 삼성전자 등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LG전자도 테네시주 클라크스빌 세탁기 공장에 2,050만 달러(약 229억 원)를 투자해 생산라인을 확장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배터리 기업들도 속속 미국 내 투자계획을 밝히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지분 절반씩을 보유한 합작 법인(얼티엄셀즈)을 설립하기로 했다. 9억 3,350만 달러(약 1조600억 원)를 출자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합작 투자와 별개로 2025년까지 5조 원 이상을 미국에 투자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조지아주에 기존 26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에 24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투자 금액이 5조 5,00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미국 조지아주의 외국인 투자 규모로는 역대 가장 큰 수준이다.
미국 내 생산 공장이 없는 삼성SDI도 미국 투자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국내 기업들의 미국 투자는 미국의 압박이나 암묵적 강요에 의해 이뤄진 것들이 많다.
일례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바이 아메리칸’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정부 기관이 외국산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경우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의 허가를 받도록 해 연간 6,000억 달러(약 661조 원)에 달하는 정부 조달을 자국 기업에 집중키로 한 것이다.
결국 외국 기업들은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거래하려면 ‘미국 기업’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미국은 중국 제품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 구축을 위해 소위 ‘동맹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제품에 의존하지 않게 ‘동맹국’들이 미국에 투자해 미국 땅 내에서 관련 제품을 생산하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반도체다.
이러한 미국의 압박에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겠다며 경쟁하듯 계획을 내놓고 있다.
과연 이러한 투자가 우리 기업, 우리 국민을 위한 투자인가. 이번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현대판 ‘조공외교’라 평가하는 게 과도한 해석은 아닐 듯 보인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미정상회담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