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한미정상회담] 2. 한미연합방위태세 강화의 덫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기사입력 2021/06/25 [00:43]

[되돌아본 한미정상회담] 2. 한미연합방위태세 강화의 덫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입력 : 2021/06/25 [00:43]

지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이 백악관에서 열렸습니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방대한 분량의 공동성명을 잘 살펴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입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성과만 강조하는 사이에 심각한 문제들이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마치 남북관계에 적극 협력할 것처럼 오도되고 있습니다.

 

이에 주권연구소와 자주시보는 한미정상회담 한 달을 즈음해 이번 정상회담 합의의 위험성과 허구성에 대해 7회에 걸쳐 기획 글을 연재합니다.


 

2. 한미연합방위태세 강화의 덫

 

전쟁훈련 초래하는 한미연합방위태세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국 방어와 한미연합방위태세에 대한 상호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우리는 연합방위태세를 향상시키고 동맹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보여주는 다년도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서명을 환영하였다.” -지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공개한 공동성명 중에서.

 

한미 양국 정상은 지난 정상회담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강조했다. 그런데 연합방위태세에 관한 몇 줄 되지 않는 위 문장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해칠 무시무시한 덫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은 한미연합방위태세를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유지를 위한 긴밀한 군사동맹”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미국이 말하는 평화는 허울일 뿐이다.

 

공동성명에서 언급된 “연합방위태세 향상”이란 한미 양국군이 벌이는 전쟁훈련의 강화를 뜻한다. 공동성명에 상세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는데, 미국의 의도를 살필 수 있는 실마리가 있다. 한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지난 5월 18일,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군사적 준비 태세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미국의 공식 입장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또한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전개하는 작전계획에 주한미군의 병력을 포함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주한미군이 펼치는 군사작전에 한국군이 강제로 동원될 길이 열린다. 한국이 중국과 군사적으로 정면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매우 심각한 문제인데, 미국은 한국의 상황을 아랑곳하지도 않는 듯하다.

 

이 가운데 미 국방부는 올 8월 한미연합훈련을 반드시 벌이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런 정황은 미 국방부의 공식 입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을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군사 준비 태세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최우선 사안.”,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동맹국의 준비태세를 보장하는 주요한 방법.”, “(연합군사훈련은) 오늘밤에라도 (북한과) 싸울 수 있도록 동맹의 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것.”-지난 5월 미 국방부 대변인실이 자유아시아방송(REA)의 논평 요청에 꺼낸 말.

 

미국은 한미연합훈련의 명분으로 “북한과 중국의 전례 없는 위협”을 들고 있다. 특히 고도화된 북한의 핵위협을 막기 위한 “비도발적이자 방어적인 훈련”임을 정당화하려 한다. 하지만 한미연합훈련은 미국이 수립한 작전계획 5015에 따라 ‘북한 점령’을 명시한 전쟁훈련이다. 북한을 점령하겠다며 ‘도발’을 해놓고 “비도발적이자 방어적 훈련”을 주장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미국은 “북미관계의 새로운 수립”을 약속한 북미 싱가포르합의성명을 뭉개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해왔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합의를 존중한다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말뿐이다. 

 

‘북한 점령 작전’‥대미종속 극심한 한국군의 실상

 

미국은 한미연합방위태세라는 이름으로 ‘한반도 전쟁’의 칼자루를 쥐고 있다. 전쟁을 결정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이 통째로 미군에 넘어간 상황에서 한국군은 주한미군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고 있다.

 

한국군은 70년이 넘도록 주한미군의 지휘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대통령을 군최고통수권자라고 규정하지만,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군최고통수권자가 아니다. 한미연합군사령관을 겸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작권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미국이 원하면 한국군이 언제든지 전쟁에 동원된다는 얘기다. 한미연합방위태세의 치명적 위험성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한국을 전쟁에 동원하는 과정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일까? 이쯤에서 한미연합훈련이 벌어지게 되는 과정을 짚어보자.

 

한미연합훈련의 실시 여부는 국방장관급 실무기구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결정된다.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한미 양국군의 전략이 마련되면 한미군사위원회(MCM)를 거쳐 지시사항이 한미연합사령부로 전달된다. 한미연합사령부의 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하며, 부사령관을 맡은 한국군은 철저히 미군의 통제 아래에 놓여 있다. 애초, 한미연합방위태세가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다.

 

한미연합사령관을 겸해온 역대 주한미군사령관들은 하나 같이 “언제라도 북한과 싸울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라고 강조해왔다. 반면 미국은 우리 국민이 외치는 ‘전쟁훈련 반대’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군이 중심이 되는 한미연합방위태세를 추진하겠다며 ‘전작권 전환’을 강조한다. 그러나 70년이 넘도록 주한미군의 명령을 철저히 따라온 한국군 고위장성들이 미군을 지휘·통솔하는 장면은 도저히 상상하기 어렵다. 한미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면서 전작권을 되찾겠다는 발상이 불가능한 이유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서 전작권을 돌려받을 의사가 정말로 있다면, 한미연합방위태세 자체를 박차고 나가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언제나 미국에 의한 ‘승인과 허락’ 주변에서만 뱅뱅 맴돌 뿐이다. 당장 지난 3월, 국회를 비롯한 시민사회 각계에서 한미연합훈련 연기·중단 여론이 빗발쳤지만 끝내 한미연합훈련이 강행된 점을 봐도 그렇다.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반응은 ‘미국이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26일 “미국과 협의를 하면서 훈련의 시기·방식·수준에 대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라고 말하며 한미연합훈련 연기·중단에는 딱 잘라 선을 긋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이 우리 정부에 전작권 전환의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 실시를 내건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군이 주도적으로 연합방위태세를 끌고 갈 수 있는지 ▲북한의 핵위협에 한국군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미군이 한국군에 전작권을 넘겨도 될 만큼 안보환경이 적합한지를 검증해야 한다며 3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이와 관련해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의 분석을 주목해 봄직하다.

 

“자주권을 회복하는 측면에서는 연합훈련을 해서 우리가 검증을 제대로 받아야 하는데, 그러면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은 고조돼서 다시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게 모순관계가 돌고 돌게 돼 있어요.” -문장렬 교수가 지난 6월 15일, <주권방송>과 가진 특별대담 ‘6.15남북합의와 한미동맹의 미래’에서 한 분석. 

 

이 또한 대미종속에 치우쳐진 문재인 정부의 민낯이다. 한미연합방위태세 아래에서 한국군의 자주적인 군사계획 수립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미국이 정한 조건을 그대로 따라야만 하는 현실이 어떻게 정상이라 말할 수 있을까.

 

시대 역행은 이제 그만‥평화와 번영, 통일이 절실한 때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한국군 55만 명을 대상으로 얀센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한국군의 백신 접종을 이유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이 또한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을 의도하며 놓은 덫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이 의도하는 대로 한미연합훈련을 전개하면 평화는 깨지고 한반도 정세는 긴장과 불안으로 치닫게 된다. 만약 올 8월,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한미연합훈련이 열린다면 “선대선 강대강” 기조를 밝혀온 북한의 공세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강조하건대 한미연합방위태세 강화는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는 꼴’이다. 더 이상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격화된다면 남북관계는 돌이킬 길이 없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단호히 결단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과 연합방위태세를 공고히 다질수록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은 아득히 멀어지게 된다. 미국은 70년 넘도록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가로막아왔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 들어주기만 하는 맹목적인 대미 추종은 우리 국민에게 극심한 해를 끼칠 뿐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미국이 놓은 한미연합방위태세’라는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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