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사막에 무의미한 피만 흘린 미국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8/30 [15:17]

아프간 사막에 무의미한 피만 흘린 미국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1/08/30 [15:17]

제프리 드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Project Syndicate)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아프간에서 실패는 단순하게 미국 지도자의 실패가 아니라 미국 외교, 정치문화의 끊임없는 실패라고 짚었다.

 

‘다른 백년-열린광장 세계의 눈’에 올라온 번역본을 아래에 소개한다. (편집자 주)


 

아프간 사막에 무의미한 피만 흘린 미국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국의 실패 규모는 숨이 턱 막힐 정도입니다. 그것은 민주당 지도자나 공화당 지도자의 실패가 아니라 미국 정치문화의 끊임없는 실패이며, 이는 미국 정책입안자들이 다른 사회를 이해하는 데 무지하며 관심이 없다는 점을 반영합니다. 그리고 너무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개발도상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은 예외 없이 부패를 경험했습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전반기에 미국은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 등 인도차이나에서 싸웠습니다. 이에는 민주당의 린든 B. 존슨 대통령과 그의 후임자인 공화당 리처드 닉슨 대통령도 책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완벽하게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거의 같은 해에 미국은 라틴아메리카 전역과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독재자들을 세우고 지원했지만, 수십 년 동안 참담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1961년 초에 CIA가 파트리스 루뭄바 암살을 암암리 지원한 이후, 콩고 민주 공화국의 모부투 독재 정권의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오.

 

1980년대에는 로널드 레이건 휘하의 미국은 좌파 정부를 방해하고 전복시키기 위한 대리전쟁으로 중앙아메리카를 황폐화했으며 해당 지역은 아직도 치유되지 못했습니다.

 

1979년 이후 중동과 서아시아는 미국의 외교정책의 어리석음과 잔혹함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아프간 전쟁은 42년 전인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 행정부가 소련이 지원하는 정권과 싸우기 위해 이슬람의 지하디스트를 은밀히 지원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곧바로 CIA가 지원하는 무자헤딘은 소련의 침공을 도우며 역설적으로 소련을 쇠약하게 만드는 분쟁에 가두는 동시에, 아프가니스탄을 폭력과 유혈 사태의 40년 동안 끝없는 나락의 상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아프간을 포함하여 중동과 서남아 지역 전체에 걸쳐 미국의 외교정책은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1979년 이란의 샤(미국이 설치한 독재자)를 축출한 이란혁명에 대응하여, 레이건 행정부는 이란의 신생 이슬람 공화국과 전쟁 과정에서 이라크 지도자 사담 후세인을 지원하고 무장시켰습니다. 당시의 이란-이라크의 전쟁에는 대량 유혈 사태와 미국의 지원을 받는 화학전이 뒤따랐습니다. 황당하게도 상기의 유혈 사태(이라크의 실패)는 사담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이어지고 1990년과 2003년 두 차례 미국 주도의 걸프 전쟁을 낳았습니다.

 

‘아프간의 비극’이라는 마지막 라운드는 2001년에 시작되었습니다. 9.11 테러 공격이 있은 지 겨우 한 달 만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지원했던 이슬람 지하디스트를 전복시키기 위해 미국 주도의 침공을 명령했습니다.

 

그의 뒤를 이은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쟁을 계속하고 더욱 더 많은 군대를 추가했을 뿐만 아니라 CIA에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하여 시리아 대통령 알-아사드를 전복시키도록 명령했고, 이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는 잔인한 시리아 내전으로 이어집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듯이, 오바마는 NATO에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엘-카다피를 축출하라고 명령했고 리비아와 이웃 국가들(리비아에서 전투기와 무기 유입으로 불안정해진 말리 포함)에 10년간 불안정을 조장했습니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단지 정책실패만이 아닙니다. 모든 것의 기저에는 모든 정치적 도전에 대한 해결책이 군사개입 또는 CIA가 지원하는 불안정화(CIA-backed destabilization)라는 미국 외교 정책기관의 믿음이 있습니다.

 

이러한 믿음은 미국 외교정책 엘리트들이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다른 나라들의 욕망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대부분 경우에서 보듯이 미군과 CIA 개입은 심각한 경제적 궁핍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국가군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고통을 완화하고 대중의 지지를 얻는 대신, 일반적으로 이들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소수의 기반시설을 폭파하는 한편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이 목숨을 걸고 해외로 도주하도록 결과합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지출을 얼핏 보기만 해도 아프가니스탄 정책의 어리석음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아프가니스탄재건 특별감찰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01년에서 2021년 사이에 약 9,460억 달러(1,101조9,008억 원)를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근 1조 달러에 달하는 지출을 했지만, 미국은 아프간인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습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9,460억 달러 중 8,160억 달러, 즉 86%가 미군을 위한 군사비로 사용되었습니다. 더구나 너머지 1,300억 달러 중에 830억 달러가 아프간 보안군에게 지원되고 약 100억 달러는 마약 금지 작전에 150억 달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관에 사용되는 등,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미국의 지원에 혜택을 실제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경제적 지원” 자금으로 210억 달러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테러를 지원하고 국가 경제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효과적이고 접근 가능하며 독립적인 법률 시스템의 개발을 우선 지원했기 때문에 이마저도 지출의 많은 부분이 실제 발전과는 거의 관련 없이 이루어졌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 지출의 2% 정도, 아마도 2% 미만이 기본 기반시설 또는 빈곤 감소 서비스의 형태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미국은 깨끗한 물과 위생·학교 건물·진료소·디지털 기반투자·농업 장비 및 확장·영양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투자하여 경제적 궁핍에서 국가를 구제했어야만 했습니다. 대신 기대수명이 63세, 산모 사망률이 10만 명당 638명, 발육부진아의 비율이 38%인 나라를 남겼습니다.

 

미국은 1979년에도, 2001년에도, 그리고 그 이후 20년 동안도 아프가니스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일단 군사개입이 불가피했다면, 미국은 산모의 건강·학교,·안전한 물·영양 등에 투자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이고 번영하는 아프가니스탄을 육성 지원할 수 있었고 또 그렇게 해야 했습니다.

 

특히 아시아 개발은행과 같은 기관을 통해 다른 국가와 함께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의 인도적 투자는 아프가니스탄과 기타 빈곤한 지역에서 유혈 사태를 종식하고 미래의 전쟁을 미리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 지도자들은 그런 사소한 일에 돈을 낭비하지 않을 것을 미국 대중에게 강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슬픈 진실은 미국의 정치계급과 대중매체가 가난한 나라에 가차 없이 무모하게 개입하면서도 그들 나라의 사람들을 경멸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미국 엘리트들은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조차 비슷한 경멸의 대상으로 여깁니다.

 

카불 함락 이후 (한때 미국의 중동개입을 충동질한) 미국 대중매체는 예상했다는 듯이 아프가니스탄의 회복 불가능한 부패를 미국의 실패 탓으로 돌립니다. 미국인의 문제의식에 대한 부재는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라크·시리아·리비아 등의 전쟁에 수조 달러를 지출한 후 미국이 행한 노력의 결과물로 보여줄 것이 모래 위의 뿌려진 피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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