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에서 기본소득 재원 마련하자] 1. 대륙철도 연결

곽동기 박사 | 기사입력 2021/08/31 [14:25]

[남북경협에서 기본소득 재원 마련하자] 1. 대륙철도 연결

곽동기 박사 | 입력 : 2021/08/31 [14:25]

[남북경협에서 기본소득 재원 마련하자] 1. 대륙철도 연결

 

본지는 곽동기 박사(카이스트 신소재공학)의 기고 글 ‘남북경협에서 기본소득 재원 마련하자’를 몇 회에 걸쳐 소개한다. 곽동기 박사는 현재 촛불전진(준) 남북경협과 기본소득 분과에서 활동하고 있다. 

 

첫 번째는 ‘기본소득 재원은 대륙철도 연결로’라는 글이다.  


 

기본소득 재원은 대륙철도 연결로

 

최근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다. 기본소득은 K형 양극화가 굳어지는 한국사회의 현 상황에서 서민 경제난을 다소간이나마 해소할 하나의 방도로 타당하다. 다만 기본소득의 재원에 대한 여러 논란이 야기되는 만큼 기본소득 재원의 유력한 방도로 대륙철도 연결사업을 제안한다.

 

‘흠슬라’의 질주

 

2021년 상반기 한국 주식시장은 의외의 종목에 의해 견인되었다, 바로 지난날 현대상선에서 사명을 개명한 HMM이다. HMM은 한국의 수출입 물류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운수회사인데 원래는 해운업의 불황이 겹쳐 4조 원에 달하는 정부 지원으로 근근이 버티던 어려운 기업이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주가가 2020년 3월에 주당 2,120원까지 떨어졌던 것이 2021년 5월 28일에는 51,100원으로 무려 2,400%가 수직으로 상승하였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HMM을 두고 2020년에 압도적 주가 상승을 기록한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에 빗대어 ‘흠슬라’라고 칭하고 있다. HMM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원인은 물류대란이었다. 대형 컨테이너와 중소 컨테이너로 화물을 운반하며 운송 수수료를 받는 해운업종이 올해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운송 차질로 물류수송비용이 급증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국 항구가 폐쇄되고, 그로 인해 화물 적체가 심해지면서 해운 수요가 급증, 해운업계에 때아닌 호황이 불고 있다. 

 

세계 해운 물류 수송비용은 현재까지도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에서 태평양을 건너 LA에 도착한 컨테이너 운임은 14주 연속으로 수직으로 상승하여 2021년 8월 현재 40피트 컨테이너 1개(1TEU)당 5,744달러에 육박한다고 한다. 미주 동해안 노선은 무려 10,452달러라고 한다. 컨테이너 1개를 미국에 수출하는데 운임료만 6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니 수출이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 반도체, 스마트폰 등 고부가가치의 수출상품은 항공운송으로 해결한다고 하지만 제품 무게당 가격이 낮은 철강, 석유화학 제품 등 일부 주력 품목은 수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는 제품 수입도 마찬가지다. 해운 운임의 상승은 밀가루, 사료 등 필수 수입품의 가격폭등을 불러오게 된다. 밀가루 컨테이너 1개를 수입하는데 1000만 원의 웃돈을 얹어야 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물론 공급선 다변화로 피해를 최소화하겠지만 운임상승은 이미 국제적 흐름이 되어버렸다. 이는 생활 물가 상승으로, 서민경제에 직격탄이 될 위험이 다분하다. 선사 업계에서는 이러한 해운 운임의 상승세가 적어도 2022년 2분기까지는 지속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물류대란은 현재 해상운송에 극단적으로 편중된 한국경제의 물류 약점이 고스란히 노출된 하나의 사례다. 휴전선으로 남북이 가로막힌 지금, 대한민국은 사실상 섬나라인 셈이다. 육상운송이 막혀 있는데 해상운임이 상승해버리니 그 피해를 수출기업이 그대로 뒤집어쓰고 말았다. 그러니 홈슬라의 질주는 한국경제의 악재다. 운송으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수는 없는 터, 홈슬라의 급성장은 수출 주력 산업의 영업이익을 갉아먹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어떻게 진정될지 기약이 없는 상태에서 무역 비중이 매우 높은 대한민국이 물류를 해상운송에만 묶어두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이제 우리는 지난 2000년 6.15 공동선언 당시 우리 사회를 공동번영의 기대에 부풀게 하였고 4.27 판문점선언에서 사업추진이 강조되었던 남북철도 연결, 대륙철도 연결사업을 다시 들여다보아야 한다. 

 

남북이 연결한 철도, 누가 막았나?

 

남북철도 연결은 잘린 국토를 잇는다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과제다. 그러한 공동의 인식에 기초해 남북은 이미 철도 연결사업을 추진해 연결을 완공하였다. 남북은 2000년 6.15공동선언 직후인 7월 31일에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경의선 연결에 합의하고 2003년 6월 14일에 비무장지대 연결사업을 완료하였다. 동해선은 2004년 4월 17일에 군사분계선을 지나는 선로가 복원되었으며 이후 2007년 5월 19일에는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 시험 운행이 성공리에 진행되었다. 

 

2007년 가을부터 2008년 초까지는 매일 오전 9시에 남측 도라산역에서 개성공단의 원료를 실은 열차가 북측 개성공단으로 들어가고 오후 4시에는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을 실은 기차가 북측 봉동역을 출발해 남측으로 화물을 수송하는 실제 철도운송이 진행되었다. 당시 철도연결이 개성공단의 이익을 더욱 높여주었다.  

 

이미 연결이 완료되었고 운행까지 한 남북철도에 남아있는 기술적 문제는 일부 노선의 현대화뿐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미해결 과제는 정치·외교적 문제, 행정적인 문제뿐이다. 

 

철도연결의 당사자인 남북당국은 철도연결에 적극적이다. 남북정상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서 “(2007년) 10ㆍ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일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라고 합의해 철도연결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가장 큰 걸림돌은 휴전선 남측 일대의 군사권을 쥐고 있는 주한미군, 즉 유엔사령부의 반대다. 이들은 남북철도 연결이 휴전선 일대 군사적 긴장을 해소해 군사분계선 이남을 실질적으로 쥐락펴락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입지를 축소, 약화할까 우려하고 있다.

 

일례로 통일부는 2018년 8월 22일, 서울에서 출발한 남측 열차 6량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개성을 거쳐 신의주까지 운행하고 27일에 귀환하는 방식으로 경의선 북측구간 현대화사업을 위한 공동조사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당시 유엔군 사령부는 우리 정부가 통행계획을 48시간 이전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핑계로 통일부의 북한방문 요청을 불허했다. 유엔군 사령관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직하고 있으므로 유엔사령부의 철도연결 실무접촉 불허는 바로 미국 행정부의 입장이라 할 수 있다. 

 

미국뿐 아니라 남측의 일부 정치세력도 남북 철도연결에 반발하고 있다. 

일례로 탈북자 출신 국민의힘 국회의원 태영호는 2018년 5월 14일, 남북철도연결을 공허한 선언이라고 치부하였다. 북한 동해안의 군부대가 철도를 따라 주둔하고 있는데 철도를 연결하면 북한 군부대의 작전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 개성공단의 사례를 볼 때 태영호의 근거 없는 낭설일 뿐이다. 지난 2000년 개성공단을 개발, 운영할 당시 북한은 총면적 300만 평 규모의 초대형 국가공단으로 개성공단을 활성화시킬 계획을 밝히며 접경지역인 개성 일대에 집중 배치된 조선인민군 부대들을 후방으로 이동조치 시킨 바 있다. 평양을 방어하는 개념의 인민군 핵심부대도 남북경제협력을 위해 후방으로 이전하였는데 동해안의 군부대들 때문에 시베리아 쳘도 연결이 되지 않을 거란 이야기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황금알을 낳는 대륙철도 연결

 

남북철도연결은 곧바로 대륙 횡단철도로 이어지게 된다. 유라시아 횡단철도 연결은 남북철도 연결의 궁극적 목표다. 문재인 대통령도 2021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떨쳐내고 사실상의 섬나라를 벗어나 대륙으로 연결될 때의 이익은 막대하다”라며 대륙철도연결 사업을 강력하게 시사하였다. 

 

대륙철도 연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연결되는 대륙횡단철도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GR), 만주횡단철도(TMR) 등 다양한 노선이 구상되고 있다. 이들 철도연결 시스템이 완료되면 대한민국은 유럽연합과 중국을 비롯한 유라시아 대륙과의 수출입 운송을 철도운송으로 다변화할 수 있다. 

 

강원연구원은 부산역에서 출발한 철도가 두만강, 유라시아를 잇는 대륙철도망으로 연결되면  컨테이너 물동량이 57만 TEU에 달하며 생산유발효과는 4조 7,426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1조 9,188억 원에 이른다고 발표하였다. 여기에는 중앙아시아, 유럽으로의 수송은 고려되지도 않은 수치이다. 이에 더해 강원도에 동해선 철도가 건설되면 생산유발효과가 10조 8,555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4조 3,92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 대륙철도 연결은 한반도 물류의 혁신이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다.

 

정성희 평화철도 집행위원장은 대륙철도가 연결되면 부산, 목포, 울산 등 동, 서해안의 주요 항구가 국제물류기지로 탈바꿈되리라 전망하였다. 이들이 유라시아의 물류를 태평양으로 내보낼 수 있고 동시에 태평양에서 이들 항구를 통해 유라시아 내륙으로 물류수송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당장 일본과 유럽연합 간의 물류수송은 해상운송보다 한반도를 거치는 것이 훨씬 유리해진다. 지난 20세기 수에즈 운하가 세계 물류수송의 중심지였다면 21세기의 물류 중심지는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잇는 한반도가 될 수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연결도 이미 가시화되어 있다. 철도 사업은 남북한뿐 아니라 러시아도 주목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1년 10월 13일, 북한과 러시아는 러시아 하산시와 북한 나진시를 잇는 철도 개보수 공사를 완료하였다. 이로 인해 현재는 부산역부터 모스크바, 유럽까지 철도는 사실상 연결되어 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을 통해 시베리아 지역의 개발을 이끌어 이른바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인 국토의 균형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기에 유라시아 횡단철도 사업에 적극적이다. 

 

최근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물류기지 건설에 우려도 있지만, 이는 적극적으로 극복해가야 할 과제다. 대륙철도 연결을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 이미 북한-중국은 접경지역에 방역 소독 설비를 구축하였는데 북·러 접경지역, 남북 출입관리소도 코로나 방역에 만전을 기한다면 철도수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반도 철도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되면 대한민국 물류의 일대 혁신이 일어나게 된다. 무역 비중이 높은 한국경제는 원만한 수출입 통로확보가 절실한데 유라시아 횡단철도를 구축하게 되면 기존의 해상수송, 항공수송에 이어 철도수송이라는 물류의 3대 축이 완성된다. 철도수송은 비용에서 항공수송보다 유리하며 신속성에서 해상운송보다 유리하다. 대륙철도연결은 한국경제의 원료공급선을 더욱 다변화하고 제품의 판로를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륙철도연결의 수익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대륙철도 연결은 남북의 협력사업이므로 그 수익은 남북이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남북경제협력은 통일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협력사업이다. 그러므로 남북은 협력사업을 남북통일의 희망을 키우고 그 가능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 책임이 있다. 

 

남북당국이 모두 남북경제협력의 이익을 남북주민들의 생활을 향상하는 재원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하면 어떨까? 남측은 일단 대륙철도 연결의 막대한 수익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대륙 운송의 규모가 확대되어 물류가 안정화됨에 따라 기본소득의 재원이 함께 늘어나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남측에서는 남북철도연결과 대륙철도연결 사업을 한국철도공사가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대륙철도사업의 수익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남북협력이 대북 퍼주기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생활의 질을 높이는 사업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킬 수 있다. 아울러 코로나 위기 이후 K자형 양극화에 늪에 빠진 서민경제를 다독이고 북돋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대륙철도사업으로 기본소득을 현실화, 활성화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북한 당국도 대륙철도 연결의 수익을 전적으로 인민경제발전을 위해 사용하기로 합의한다면 남측 일각의 우려도 씻을 수 있다. 남북이 함께 당위로의 통일에서 필요에 의한 통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를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통일경제로 진입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천혜의 지정학적 요충지다. 그러나 나라가 힘이 없을 때는 그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우리 민족이 외세의 개입으로 원치 않는 분단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 남북이 힘을 합친다면 지정학적 중요성을 우리 민족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남북이 이제는 대륙철도 연결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아니라 지정학적 혜택을 누릴 차례가 되었다. 분단을 극복하고 남북이 힘을 합쳐 세계로 뻗어가는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가자. 

 

남북철도연결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하는, 통일경제의 문을 여는 후보가 적극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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