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 연장, 매우 불길한 징조

이흥노 재미동포 | 기사입력 2021/09/08 [11:16]

바이든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 연장, 매우 불길한 징조

이흥노 재미동포 | 입력 : 2021/09/08 [11:16]

최근 미 국무부가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또 1년 더 연장해 2022년 8월 31일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원래 이 북한 여행금지 조치는 트럼프에 의해서 지난 2017년 8월부터 시작돼 1년 단위로 연장 여부가 결정돼왔다. 솔직히 말해 재미동포 이산가족들은 ‘싱가포르 북미정상선언’에 서명한 트럼프가 임기 전에 자신이 취한 북한 여행금지 조치는 해제할 걸로 많이 기대했었다. 그러나 끝내 희망이 보이지 않자 이산가족들뿐 아니라 많은 우리 동포들이 트럼프에 등을 돌리고 바이든으로 쏠렸다. 과거와 차별화된 대북 접근을 펼치겠다는 약속에 솔깃해서 이산가족뿐 아니라 압도적 우리 동포들이 전폭적 지지 몰표를 던졌다.

 

재미동포는 바이든 새 행정부가 늦어도 지난 8월 말까지 북한 여행금지 해제를 발표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많은 동포 이산가족은 3년 만에 상봉할 북녘 혈육에게 줄 선물 준비로 분주했다. 아, 그런데 이게 웬 비보인가! 미 국무부가 여행금지 재연장을 발표했다. 날벼락이 떨어졌다. 실망을 넘어 분노가 쓰나미처럼 치밀었다. 동포 이산가족뿐 아니라 인도주의 및 인권 단체들의 끈질긴 여행금지 조치 해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산가족들은 바이든과 트럼프가 ‘도긴개긴’ 또는 ‘그놈이 그놈’이라며 연장 조치를 극렬하게 성토해 나섰다. 이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대선 승리를 이끈 본인들이라 기대가 너무 컸고 따라서 실망도 그만큼 더 컸기 때문일 것이다. 

 

인권과 인류애를 강조하는 바이든이 자국민 혈육 상봉을 완전 봉쇄했으니 이산가족들은 더 망연자실(茫然自失)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슬프고 딱한 이산의 한(限)과 고뇌를 간직하고 있다. 한 동포 이산가족은 연로하신 어머니가 병석에서 미국에 사는 아들을 보고 죽어야 한다며 아들 이름을 조석으로 불러댄다는 전갈을 받은 지 벌써 3년이 넘었다. 이제는 살아생전 모자 상봉은 물 건너갔고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지경이라며 가슴을 치고 있다. 이제 저세상에 계실 것 같은 어머니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제발 불효자를 용서해달라고 비는 게 전부라고 울먹인다. 그는 자국민의 혈육상봉조차 틀어막는 주제에 무슨 염치로 인권 타령이냐며 울먹인다. 

 

또, 한 동포 여성은 3년 전 상봉한 88세 된 아버지를 위해 좋다는 위장약과 비타민을 사서 가방 속에 금이야 옥이야 챙겨 넣고 부녀상봉의 꿈만 꾸면서 기나긴 세월을 버텼다고 한다. 부녀상봉 불가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자 아버지를 위해 챙겨뒀던 약 보따리를 풀어놓고 제발 살아주시기만 해달라고 왼 종일 목놓아 울었다고 한다. 약 보따리가 눈물범벅이 돼 흥건히 젖어버렸다. 눈물에 젖은 약 보따리를 안고 또 울었다고 한다. 혈육상봉을 하고 자식 된 효도를 하려는 거야 격려할 일이지 막아 나설 일이 아니라고 외쳐도 본다. 부모와 자식 간 상봉을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건 천륜을 어기는 것으로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소리쳐 봐도 대답 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어느 동포 이산가족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북녘의 조카딸이 하도 영리해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고 연락하면 즉시 휴대용 컴퓨터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듬해에 자기 반에서 1등 했다는 소식이 왔다. 즉시 컴퓨터를 샀다. 그러나 막 시행된 북한 여행금지 조치로 끝내 방북이 무산됐다. 해제만을 기다린 지가 3년째다. 그런데 미 국무부의 날벼락이 날아들었다. 슬하에 자식도 없는 3촌이 부모 구실을 좀 하려는 데, 미국은 그것도 못하게 막았다고 원망한다. 그는 선진강대국이라고 우쭐대는 미국이 이렇게 치사하고 비겁한 찌질이일 줄 미처 몰랐다고 실토한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바이든을 적극 지지하고 투표한 것이 부끄럽다고 고백을 한다.

 

솔직히 말해, 이산가족이 아닌 사람들이야 이산가족의 피맺힌 아픈 사연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들은 여행금지 조치란 그저 요식행위라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직접 피해 당사자인 동포 이산가족들은 자기의 두 발목에 족쇄를 채운 것과 다를 바 없이 느껴지는 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바이든 신행정부는 과거 대북 제재가 실패했다는 걸 솔직하게 시인 인정했다. 보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이고, 융통성 있는 새 대북정책을 내놨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해 긴장을 조성하고 여행금지 조치 재연장으로 재미동포 이산가족의 숯덩이 같은 가슴에 대못질을 해버렸다. 이것은 좋은 징조는 절대 아니다. 뭔가 불길한 징조라는 신호라고 봐야 맞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싸우던 둘이 화해를 하기로 합의했다. 화해하려면 먼저 들었던 칼을 내려놓는 게 순서다. 그런데 둘 중 하나는 칼을 숨기고 화해의 악수를 청한다. 이것은 대화 자세가 아니라 대결 자세다. 악수하고 대화를 하려면 우선 대화 분위기 조성이 필수다.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또 연장하고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하면서 제재를 더 강화하는 게 새 대북정책이면 보나 마나 싹수가 뻔하다.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북미정상선언’을 존중한다는 것도 ‘입발림’에 불과하다고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또다시 오바마 시대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려는 것만 같다. 남북 간 교류 협력에 지지표명을 했음에도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하는 걸 보면 ‘말 잔치’ 같다.

 

여행금지 조치도 대북 제재의 일부다. 자국 이산가족들의 희생으로 얻는 대가란 뭘까? 그렇다고 판이 바뀔 리도 없다. 인종차별에 가깝지 않을까?

 

일련의 과정을 종합해 보면, 한반도 문제는 미국의 대중 압박공세에 제물로 희생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한반도의 운명은 미중 관계와 연동돼 있다고 보는 이유다. 그러나 확실히 변수도 있다. 그것은 북한이다. 북중·북미 관계 및 민족 문제에서 과거와 달리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힘과 능력이 날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멀지 않은 장래에 획기적 대사변이 예상된다. 한반도 평화·번영에 시동이 걸릴 수 있다. 북한의 주도적 역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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