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전쟁과 부패 그리고 빈곤의 제국에서 벗어나야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9/17 [10:23]

미국은 전쟁과 부패 그리고 빈곤의 제국에서 벗어나야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1/09/17 [10:23]

“미국은 군국주의와 강압으로 세계를 통제하려는 무익한 시도에 빠져 여전히 허우적대거나, 아니면 아프간을 계기로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재고해야 한다.”

 

미국의 반전평화 운동가 미디 벤자민과 미국의 독립언론인인 니콜라스 데이비스가 ‘전쟁없는 세상(WorldBeyondWar)’에 기고한 글에서 이처럼 주장했다. 

 

‘다른 백년-열린광장 세계의 눈’에 올라온 번역본을 아래에 소개한다. (편집자 주)


 

 

미국은 전쟁과 부패 그리고 빈곤의 제국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은 군국주의와 강압으로 세계를 통제하려는 무익한 시도에 빠져 여전히 허우적대거나, 아니면 아프간을 계기로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재고해야 한다. 

 

미국인들은 수천 명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탈레반의 집권에서 도피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비행기에 매달리는 비디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IS-K의 자살폭탄 테러 때문에 미군 13명을 포함하여 최소 170명이 사망한 사건에 또다시 충격을 받았습니다.

 

유엔 산하 기구들이 아프간 국민이 겪을 인도주의적 위기를 경고하고 있음에도 미 재무부는 아프간 중앙은행의 94억 달러 외화보유 예치금을 모두 동결하여 향후 몇 달 동안 아프간 국민에게 공급할 식량과 기본적인 서비스의 기회를 탈레반의 새 정부에서 박탈했습니다.

 

미국과 동맹국은 탈레반과 아프간 국민을 2차적인 경제전쟁으로 위협함으로써 전쟁의 패배에 대하여 보복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압력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보낼 예정인 4억5,000만 달러의 자금까지 실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미국과 함께 서방 국가들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8월 24일 아프가니스탄에 관한 G7 정상회의를 주재한 후 아프간 새 정부에 대한 원조와 승인을 보류한 것이 탈레반에 대하여 “경제적, 외교적, 정치적으로 매우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서방 정치인들은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포장하고 있지만 실은 자신들과 동맹국들이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서방의 영향력과 이해를 상실하지 않기 위하여 무척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레버리지(타인의 자본을 지렛대처럼 이용하여 자기 자본의 이익률을 높이는 것)의 수단으로 달러, 파운드 및 유로라는 화폐를 이용하고 있지만, 이는 아프간 사람들의 생명이 달린 문제입니다.

 

서구 분석가의 말을 읽거나 들으면 미국과 동맹국들이 20년의 전쟁을 통하여 아프간이라는 국가를 현대화하고 역내의 여성을 해방하며 의료, 교육 및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온건하고 유익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이러한 상황들이 이제 잔인한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모두 휩쓸려갔다고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며 이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단순합니다. 미국은 아프간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2조2,600억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이런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면 대부분 국가의 경우,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났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약 1조5,000억 달러(75% 수준)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오로지 미군의 점령을 유지하면서 아프간에 8만 개 이상의 폭탄과 미사일을 투하하고 민간계약자들에게 비용을 지급하며 군대, 무기와 군사장비를 밤낮없이 수송하기 위한 터무니없는 군사용 지출에 사용되었습니다.

 

미국이 국가채무의 비용으로 전쟁을 치르는 동안, 이자 지급에만 5,000억 달러의 비용이 들었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아프간에서 부상당한 미군의 의료 및 장애의 비용은 이미 1,750억 달러 이상이 지출되었고 이들 부상군인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욱 증가할 것입니다.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미국이 전쟁에 개입한 대가의 의료 및 장애 비용은 결국 1조 달러를 넘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엄청난 비용을 치른 “아프간의 재건”은 제대로 이루어졌을까요? 의회는 2001년 이후 아프간의 재건을 위해 1,440억 달러를 책정했지만 그중 880억 달러는 아프간 “정부군”을 모집, 무장, 훈련 및 급여를 지급하는 것에 사용되었는데 결국 이들 정부군은 모두 해체되어 고향으로 돌아갔거나 오히려 탈레반 진영에 가담하였습니다. 2008년에서 2017년 사이에 지출된 별도의 155억 달러는 아프간의 재건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미국 특별감찰관들이 “낭비, 사기 및 남용”한 것으로 문서화 되었습니다.

 

아프간에 대한 미국 총지출액의 2% 미만인 남은 부스러기는 약 400억 달러 정도로, 그나마 경제개발, 의료, 교육, 기반시설 및 인도적 지원에 지출되면서 아프간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혜택을 제공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아프간에서 미국이 지원하여 수립된 정부는 부패하기로 악명이 높았으며 부패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공고해지고 조직화 되었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미국이 점령한 아프간을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정부의 하나로 한결같이 선정 발표했습니다.

 

서방의 독자들은 이러한 부패가 미국점령에 따른 특정한 특징과는 무관하게 별개로 아프간의 오랜 문제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투명성 기구는 “2001년 이후 아프간 정부의 부패 규모가 이전 수준보다 매우 증가한 것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라고 지적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9년 보고서도 “부패가 이전의 행정부에서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치솟았다”라고 경고했습니다.

 

2001년 미국침공으로 권력에서 물러난 탈레반 정부와 1980년대에 미국이 지원한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선구자들에 의해 전복된 소련과 연합사회주의 정부도 부패한 명단에 포함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당시 소련의 연합정부가 붕괴하면서 그들이 이루어 놓은 교육, 의료 및 여성의 권리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레이건 정부에서 국방부 관리를 지낸 안소니 코데스만(Anthony H. Cordesman)이 출간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어떻게 타락시켰는가”라는 제목의 2010년 보고서는 사실상 아무런 책임감도 없이 아프간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미국 정부를 질책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2013년에 “정기적으로 CIA는 달러를 담은 가방과 배낭 그리고 플라스틱 가방을 뇌물로 아프간 대통령에 전달하면서 군벌과 정치인들을 매수하도록 지원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또한 부패는 서구 정치인들이 현재 아프간 점령의 구실로 주장하는 교육 및 의료와 같은 분야, 바로 그런 영역에서 발생하였습니다. 교육 시스템은 종이로만 존재하는 학교, 교사,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아프간의 약국에는 가짜이거나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품질 낮은 의약품들이 가득했으며, 대부분이 이웃 파키스탄에서 공급된 밀수품이었습니다. 개인적 차원의 부패는 외국의 NGO 및 계약업체에서 일하는 운 좋은 아프간인 급여의 10분의 1에 불과한 교사들과 공무원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부패를 근절하고 아프간인의 삶을 개선하는 일은, 탈레반과 싸우고 꼭두각시 정부의 통제를 유지하거나 확장하려는 미국의 주요 목표보다 항상 부차적인 주제이었습니다. 투명성 기구가 보도한 바와 같이, “미국은 협력 또는 정보를 보장하려고 일부러 비밀리에 다양한 무장 단체들과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했으며, 부패에 찌든 주지사들과도 협력했습니다. 부패라는 고리를 통하여 아프간 정부는 점차 무기력해지고 미국의 임무는 시험에 부딪히게 되었으며 정부에 제공한 물적 자원은 반군들에게 흘러들어 갔습니다.

 

미군의 점령지역에서 발생하는 끝없는 폭력과 미국이 지원하는 정부의 부패는 특히 아프간 인구 4분의 3이 사는 농촌지역에서 탈레반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강화했습니다. 미군이 점령한 지역에 해결할 수 없는 빈곤도 탈레반의 승리에 이바지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미국과 서방 동맹국과 같은 부유한 국가의 점령이 자신들을 그토록 비참한 빈곤에 빠뜨릴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위기가 있기 훨씬 전부터 빈곤선의 소득으로 생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아프간인의 수가 2008년 60%에서 2018년 90%로 증가했습니다. 갤럽이 2018년 자체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아프간의 “복지” 수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갤럽의 조사내용은 아프간인들에 대하여 기록적인 수준의 비참함을 보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지닌 미래에 대한 전례 없는 절망감을 담고 있었습니다.

 

소녀들을 위한 교육에서 약간의 진전이 있었지만 2019년에 아프가니스탄 소녀들의 3분의 1만이 초등학교에 다녔고, 10대 소녀의 37%만이 글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프간에서 학교에 가는 어린이가 적은 이유 중 하나는 6세에서 14세 사이 2백만 명 이상의 어린이가 빈곤에 시달리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온종일 일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프간 국민을 빈곤에 빠뜨린 자신들의 역할을 속죄하는 대신 서방 지도자들은 이제 아프간 공공부문 지원금의 4분의 3을 차지하며 GDP의 40%를 구성하는 필수적이며 절절한 경제 및 인도주의적 지원을 중단시키고 있습니다.

 

사실상 미국과 동맹국은 전쟁에서 패하자 탈레반과 아프간 국민을 “2차적-경제전쟁”으로 위협함으로써 자신들의 패배에 대하여 보복하고 있습니다. 아프간의 탈레반 새 정부가 그들의 “지렛대”에 굴복하지 않고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않는다면, 미국은 자신이 벌인 경제전쟁의 희생자들을 핑계로 이란과 쿠바의 정부를 악마화하고 비난하는 것처럼, 서방 지도자들은 아프간의 국민을 굶주리게 하고 뒤이은 기근과 인도주의적 위기를 탓하며 탈레반의 정부를 비난할 것입니다.

 

아프간의 끝없는 전쟁에 수조 달러를 쏟아부은 뒤, 미국의 진정한 임무는 이제 그들이 가한 전쟁으로 끔찍한 상처와 외상을 당한 4천만의 (조국을 버리지 않은) 아프간 국민의 치유와 더불어 가뭄으로 올해 곡물생산량의 40%나 격감하고 코로나19의 세 번째 타격에서 벗어나도록 신속한 회복을 돕는 일입니다.

 

미국은 미국 은행에 예치된 아프간의 자금인 94억 달러의 동결을 즉시 해제해야 합니다. 현재는 해체되었지만, 아프간 정부군을 지원하고자 할당되었던 60억 달러의 군사 지원금을 이제는 인도적 지원금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각종 지원금을 보류시킨 유럽과 IMF를 독려하여 UN 2021 조항에 따라 준비되었던 인도적 긴급지원금 13억 달러(아프간에 40%를 할당했던)를 곧바로 시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과거 미합중국은 영국과 소련의 동맹국들과 힘을 합쳐 독일과 일본을 물리칠 수 있었고, 전쟁이 끝난 후 연합국과 패전국은 공히 건강하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국가로 재건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식민시대의 인종차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의 반인도적 범죄(핵무기 투하), 가난한 나라들과 신식민지 관계 수립 등 미국의 심각한 결점에도 미국은 전 세계 많은 국가의 사람들이 미국을 본받고 따르고자 하는 번영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미국이 결국 아프간에서 보여준 것이 전쟁과 부패 그리고 빈곤뿐이라면 세계는 이제 미국의 이러한 방식을 거부하고 새로운 모델을 추구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서구 민주주의와 사회 민주주의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성찰, 국가주권과 국제법에 대한 새로운 강조, 국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물리적 군사력을 대체하는 대안,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및 기후 재앙과 같은 세계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하여 지구적 협력을 조직하는 보다 공정한 국제기구 등.

 

미국은 군국주의와 강압으로 세계를 통제하려는 무익한 시도에 걸려 여전히 허우적대거나, 아니면 이번을 계기로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상을 ​​재고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미국의 시민으로서 세계 패권국가의 사라져가는 역할에 종지부를 찍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또다시 세계를 군사력으로 지배하려는 야심을 대신하여, 지구촌 미래의 의미 있는 새로운 건설에 협력적인 이바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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