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대리점 점주 사망 사건] 1.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9/17 [17:46]

[택배대리점 점주 사망 사건] 1.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1/09/17 [17:46]

지난 8월 30일 김포에서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김포장기 대리점)을 운영하던 40대 점주가 자살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은 고인의 자살 원인이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에 있다고 몰아가고 있다.

 

또한 김기현 국힘당 원내대표도 교섭단체 연설에서 택배노조와 민주노총에 대해 맹비난했다. 

 

물론 고인이 남긴 유서에 택배노조에 대한 원망이 담겨 있었다. 또한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는 “고인이 지난 4월 말께 노조에 가입하고 불법 태업에 나선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었으며 이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은 이 사건에 대해 왜곡, 과장 보도로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 있다. 이는 지난 6월 택배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합의가 채택되는 등 택배노조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가슴킥’ 논란의 진실>을 통해 택배노조에 덧씌워진 왜곡과 오해를 바로잡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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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조선일보사 앞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 [사진출처-노동과 세계]     ©

 

1.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공개된 고인의 유서에는 택배 노조원들의 괴롭힘, 불법 태업으로 힘들었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일부 언론은 택배 노조원들이 고인의 대리점을 강탈하려고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먼저 이 문제들을 짚어보기에 앞서 고인이 운영하던 장기대리점 현황을 살펴보겠다. 

 

이 대리점은 17명의 택배 노동자 중 13명이 노조원이다. 

 

그리고 택배노조가 밝힌 바로는 장기대리점은 ‘집하 매출이 월 2억 원이 넘는 전국 최상위 수준’이었다. 여기서 ‘집하’란 고객들이 주문한 물건을 택배 기사들이 수거하는 의미이다. 집하 매출의 의미는 택배 기사들이 물건을 거둬 고객들에게 갖다 주는 과정에 발생하는 이익을 말하는 것이다. 고인은 집하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고 기사들만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장기대리점의 전체 수익은 월 3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택배노조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노동자들 수수료가 2016년, 2017년, 2018년, 2019년 총 네 차례에 걸쳐 연도별로 20원씩 삭감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2022년 1월부터 10원씩 삭감될 예정이라고 한다. 

 

수익이 많은 대리점이었지만 노동자들의 처지가 좋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과정에서 올해 5월 1일 장기대리점에 노동조합이 결성되었다. 

 

이제 고인이 지적한 문제를 짚어보겠다. 

 

집단 괴롭힘·폭행·폭언 문제

 

택배노조는 노조 결성 이후 장기대리점주와 택배 노동자 17명이 포함된 단체 대화방에서 약 4개월간 오간 이야기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조합원 일부가 고인에게 인간적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사실이 있었다. 하지만 폭언이나 욕설은 없었고 고인에 대한 항의와 비아냥, 조롱 등이 있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고인이 집단적으로 본인을 괴롭힌다고 느낄 만한 정황이었다’고 판단했다. 택배노조는 이 문제에 대해서 경찰 조사와 무관하게 해당 조합원들을 노동조합 징계위원회에 부쳐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노조원이 비조합원을 향한 폭언과 욕설은 있었다. 이는 노조원의 개선요청 상품을 고인의 지시로 대체 배송한 기사를 향한 것이었다.

 

불법 태업 문제

 

장기대리점의 노조는 앞서 언급한 대로 올해 5월 1일 만들어졌다.

 

노조가 결성된 후 노조원들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매해 수수료를 20원씩 삭감한 것과 2022년 1월 10원씩 삭감하는 이유에 대해 근거를 밝힐 것을 고인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고인이 이 요구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노동조합은 기본 방침대로 ‘개선요청’을 진행했다.

 

개선요청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택배 표준약관 등에 따라 정상적 배송 의무가 없는 물품에 대해 지사에 반납하는 방식으로 5월 20일부터 진행했다. 

 

정상적 배송 의무가 없는 물품은 ‘▲판가 미준수 상품 ▲합포장’이었다.

 

판가 미준수 상품은 스마일배송과 YES24 중에서 20kg 이상의 택배 등 무거운 무게이면서 기준 판가에 현저히 미달하는 택배를 지사에 반납하는 것이었다. 무거운 무게의 경우 2,500원~2,800원을 받아야 하는데 1,450~1,700원을 받았다. 이런 상품의 경우 당연히 택배 노동자들의 수수료도 삭감된다. 

 

그리고 합포장의 경우 과일은 3개 이상, 아이스박스는 2개 이상 택배나 포장 불량 택배 등을 개선요청했고 규격을 초과하는 상품은 본사에 요청해 개선되면 정상적으로 배달했다. 

 

택배노조는 장기대리점 노조가 다른 대리점 노조가 진행한 개선요청보다 개선 품목 대상이나 규모를 오히려 축소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고인이나 대리점연합회가 주장하는 불법 태업이 아니다. 

 

그리고 태업은 노동자들의 투쟁 중 하나의 형태로 노동자의 권리 중 하나이다. 

 

‘불법 태업’과 관련해 살펴볼 것 중 하나는 올해 6월 택배 노동자들의 파업 시기도 포함돼있다. 

 

택배 노동자들은 과로사를 막기 위한 총파업을 6월 8일부터 진행했다. 이 투쟁을 통해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냈다. 

 

이 총파업은 6월 16일 종료했다. 

 

이 과정에서 장기대리점 노조원들은 사회적 총파업에는 참여하지 않고 ‘9시 출근, 11시 배송출발’ 투쟁만 전개했다. 이는 택배노조의 지침에 따라 진행한 것이다. 그리고 총파업이 종료된 후에는 앞에 언급한 개선요청에 집중했다. 

 

역시 불법 파업이나 태업은 없었다. 

 

대리점 포기 문제

 

고인은 원청인 CJ대한통운에 장기대리점 포기 각서를 냈는데 포기 기한은 숨지기 전날인 8월 29일이었다. 이를 두고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측은 노조가 대리점 설립을 위해 장기 대리점의 분구(장기대리점을 장기동과 운양동으로 두 개로 나누는 것)를 지속해서 요구하다 갈등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공문, 집회, 단체 대화방 등 어떤 경로를 통해서도 고인에게 ‘대리점을 포기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다. 원청(CJ대한통운)의 요구로 대리점 포기 각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라고 반박했다. 

 

아래는 지난 2일 택배노조가 공개한 김포지사장과 대리점 노동자와 통화한 내용 일부이다. 김포지사장은 CJ대한통운 김포지역 전체를 관할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장기대리점은 그 아래에 있으며 대리점 점주는 보통 소장이라 부른다. 

 

“지사장: ㄱ(고인)이 만약에 통으로 내놓으라면 안 내놓고 지가 버텼어요. 근데 제가 얘기를 했어요. ‘그러면 장기동, 운양동 두 개로 내놓고 네가 장기동 입찰을 들어와. 그래서 들어와서 네가 할 수 있으면 해. 다만 판단은 본사에서 할 거야’ 그리고 더 솔직하게 얘기하면 본사 심사위원들에게 내가 ㄱ을 어떻게 얘기했을 거 같아요. 내가 잘 얘기했으면 얘가 붙었겠죠. 저는 얘 떨어뜨리려고 한 거예요. 솔직하게. 그래서 저는 제 목표대로 얘를 떨어뜨린 것이고 ㄱ이 대리점에 발 못 붙이게 하려고 떨어뜨려 새로운 점주를 뽑은 거예요.”

 

택배노조는 녹취록에 근거해 “CJ대한통운이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결정적 원인 제공자”라고 주장했다.

 

택배노조를 죽이고자 하는 세력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고인의 자살 원인을 택배노조로 단정 짓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보수언론과 국힘당은 택배노조의 탓으로 돌리며 택배노조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대담에서 “택배노조를 공격하는 대리점연합회와 보수언론 뒤엔 원청(“CJ대한통운)이 있다고 본다. 조선일보의 기사 소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원청일 가능성이 크다. 터미널 CCTV는 원청이 관리한다. 지사에 들어가면 가장 깊숙한 곳에 있다. 택배 물건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는 건데, 그 영상이 계속 유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택배노조가 공개한 녹취록에도 이를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새로운 지점장이 노동조합원에게 “(김포)지사장이 얘기한 건데 00(조합원)을 아예 죽이는 방향으로 갈 것 같아. 이건 엄청나게 큰 이슈거든. 노조 새끼들하고 얘기하는 새끼들 다 죽여버린다고. 완전 심각해서 얘기해주는 거니까 그렇게 넌 잘 생각해봐”라고 말했다.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 택배노조와 노동자를 죽이는 보수언론과 국힘당의 행태는 지금 당장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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