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재해”

황선 | 기사입력 2021/09/28 [14:54]

시 “재해”

황선 | 입력 : 2021/09/28 [14:54]

재해

 

-황선

 

고독사가 흔한 세상에서

재난도 재난이 아니다

한 평 짜리 방에서 발견된

마른 낙엽처럼 쓸쓸한 삶이

더는 새로운 뉴스가 아닐 때

세상은 고요한 재난의 복판

 

아니 그보다,

높고 휘황한 세상에서

함부로 죽지 않으려고

소외되지 않으려고

누군가는 아프리카에서나 하며 산다는 

손발노동에 부지런히 온 몸을 맡겼는데

바람은 

땅에서도 골방에도

빛나게 닦아대던 고층빌딩 창가에도

왜 그리 모진지

땀 흘리던 청년들이 

툭 툭 지는데

 

살고자 몸부림치던 착한 사람들이 

웃기도 잘 했을 착한 사람들이

반짝이는 빌딩에서 떨어지고

지하철 자동문에 끼이고

짐을 지고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악 소리도 없이 쓰러지는데

 

거리와 광장에 넘치는 

이 숱한 고독사 앞에서

오늘 뉴스는 정치인 아비 덕에

널리고 널린 고독을 잘도 피해살다가

하필 50억이라는 돈뭉치에 맞는 산재를 당하는

배부른 돼지들로 인해 시끄럽다. 

 

고독사 당한 청춘들 앞

추모조차 민망하도록

우리는 왜 이리 추한 몰골인가

물난리 지진 해일 산사태 

모두를 말려죽일듯한 가뭄도

이 고약한 재해의 땅에서

고개를 들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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