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을 ‘겨레의 핵’으로 품자는 사고의 전환이 절박하다

이흥노 재미동포 | 기사입력 2021/10/19 [11:05]

북핵을 ‘겨레의 핵’으로 품자는 사고의 전환이 절박하다

이흥노 재미동포 | 입력 : 2021/10/19 [11:05]

민족 최대의 숙원이 ‘통일’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누구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남녘과 북녘 동포들이 만나면 이 노래를 부르곤 한다.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가슴이 찡하고 숙연해진다. 나는 줄곧 통일운동 이상의 애국 애민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왜 여태 그 소원을 풀지 못하고 있을까? 다양한 해답이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북핵’을 든다. 그럼 ‘북핵’이 없을 때는 왜 못했을까? 그때엔 남침야욕 때문이라고 둘러대는 게 상례다. 좀 시야를 넓혀서 보면 외세에 의한 ‘민족분단’이 정답인 데 말이다.

 

돌이켜 보면 ‘분단’은 전쟁을 불렀고, 그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4.19혁명’을 계기로 통일의 입에 물렸던 재갈이 풀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민족 화해의 물결이 출렁거리자 외세를 등에 업은 군사쿠데타가 출현했다. 통일 소리만 해도 쥐도 새도 몰래 사라지곤 했다. 94년, 근 반세기 만에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 간 긴장이 풀리고 ‘제네바 북미기본합의서’가 도출돼 평화가 손에 잡힐 듯했다. 하지만 클린턴의 뒤를 이은 호전광 부시가 들어서면서 제네바 합의서가 쓰레기통에 던져지고 말았다.

 

국제외교에 죽을 쓰던 부시가 임기 말 외교 업적을 남기려고 6자회담을 통해 9.19공동성명을 채택 샴페인까지 터뜨렸으나, 이명박-아베 반북연합전선의 집요한 훼방으로 거덜 나고 말았다. 부시에 이어 등장한 오바마는 대선공약에 따라 북미 대화에 무조건 나설 계획이었다. 그런데 인수인계 당시 이명박의 청와대 외교안보팀이 헐레벌떡 워싱턴에 날라와 ‘극비’라면서 “대북 압박을 조금 더 가하면 자동 붕괴한다”라는 정보를 전달했다. 이것이 ‘전략적 인내’로 돌아서게 된 결정적 배경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트럼프 초기 북미 간에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1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 무력 완성, 힘의 균형 선언으로 미국의 대북 태도가 돌변하기 시작했다. 선언이 있은 지 한 주일 만에 노련한 미국 외교관 펠트만 유엔 사무차장이 비공식으로 황급히 방북했다. 뜻밖에 그는 닷 세나 평양에 머물렀다. 이윽고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 (2018)이 발표돼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미국 네오콘의 강한 저항을 달래기 위해 사전에 꾸민 하노이 회담(2019) 결렬 공작에 따라 트럼프는 판을 뒤집고 말았다. 

 

이후 넉 달 만에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 간 대화에 이어 스톡홀름 북미 간 실무협상이 있었다. 하지만 대선공작의 목적으로 지연 작전을 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북한 실무진은 회담을 거부하고 말았다. 19년 말까지 ‘새로운 계산서’를 내놓으라는 북한 요구를 무시하고 대선이 임박하자 북에 대화를 애걸복걸하는 추태만 벌였다. 지금 바이든 정부도 적대 의도가 없다면서 대화 타령만 한다. 그러자 북한은 적대 의도가 없다면 그것을 행동으로 보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북핵’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외치긴 하지만, 실제로는 북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간단하게 말해, 북핵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산물이다. 동시에 북한의 입장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수단’이다. 북핵 해결의 척도는 원인 제공인 적대정책 폐기가 정답이다. 너무 간단하고 쉽다. 그런데 왜 못할까? 한반도의 적당한 긴장이나 위기가 미국의 동북아 정책 수행에서 가장 이상적 조건이기 때문이다. 악마화 된 북한은 미국의 필요악인 셈이다. 

 

미국이 불가능한 걸 알면서 CVID(완전비핵화)를 고창하는 것은 선전술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북핵을 즐기고 재미를 보자는 것이다. 북핵의 주범은 당연히 미국이지만, 남한이 자신의 이익을 내팽개치고 미국의 적대정책 굿판에 올라타고 같이 춤을 추고 있으니 부역자 또는 하수인 소리를 듣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 따라서 북핵에 대한 책임에서 남한이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는 이유다. 남북이 합의한 것 중 하나도 이행하지 못하고 미국의 자비를 무작정 기다리는 현실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게 작금의 대세다.

 

오인동 의학박사는 북의 3차 핵실험(2013) 뒤, 남한은 북핵을 “겨레의 핵”으로 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박문재 의학박사도 북핵은 남북 공동소유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두 분의 주장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위에 열거한 바와 같이 숱한 남북미 정상 간 약속과 선언이 자국의 정치적 제물로 희생되고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자 두 선각자의 주장이 최근에 비로소 새롭게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하노이 북미회담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선제적 폐기한 북한은 핵시설의 70%가 집중돼 있는 영변 핵 단지와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기 약속까지 했으나 미국의 선 핵 폐기 후 보상 주장으로 대화가 중단되고 말았다.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이런 기회가 더는 없다”라고 선언한 건 의미심장하다. 

 

위의 재미 의학박사 두 명은 미 의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과 기여했을 뿐 아니라 북한 의료지원과 의학기술 교류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은 정치와 거리가 먼 직종에 종사하면서도 민족문제를 풀어내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반도 평화통일운동의 최전방에 선 의사들이다. 인간의 병을 전문적으로 고치는 의사의 눈으로 강요된 민족의 ‘분단병’을 진단하고 끝내 처방전을 세상에 내놨다. 그래서 더 흥미롭고, 더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제야 그 진가가 인정되고 평가되기 시작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오인동 박사는 남측이 “북핵을 민족의 핵으로 품어야” 한다는 주장을 오늘도 하고 있다. 진정 북핵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동시에 이제는 이루지 못한 오바마의 “핵 없는 세계평화”를 위해 세계적 군축을 절규해야 할 결정적 시점에 당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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