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세력의 놀이터’ 기시다 내각…몰락과 파멸로 치닫는 일본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기사입력 2021/10/21 [10:17]

‘극우세력의 놀이터’ 기시다 내각…몰락과 파멸로 치닫는 일본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입력 : 2021/10/21 [10:17]

 

얼굴마담 기시다 후미오 ‘제4차 아베 내각’이라는 비아냥 

 

“뭐야. 이 기사는! 누가 이렇게 말하는 거야.”

 

막 출범한 정부가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보도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신임 일본 총리가 화내며 꺼냈다는 말이다. 시작부터 제대로 체면을 구긴 기시다 내각의 모습이다.

 

지난 10월 4일, 기시다 내각이 출범했다. 온갖 악재에 허덕이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재출마를 단념했다. 이후 기시다는 자민당 총재 선출 선거와 중의원 총리 선출 선거에서 과반 득표를 받아 자민당의 대표이자 새 총리가 됐다.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기시다 내각의 첫 지지율은 45%에 그쳤다. 이는 역대 가장 낮은 수치다. 그만큼 기시다 내각을 바라보는 일본 국민의 기대가 유례없이 낮다는 얘기다.

 

기시다는 일본의 ‘제100대 총리’다. 웬만하면 특별한 숫자라며 의미를 부여할 법도 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인기 없던 전임 정권에서 총선을 앞두고 스리슬쩍 얼굴만 바꿔 달았다는 혹평을 맞닥뜨리고 있다. 그동안 기시다 총리는 일본 주요 언론에서 ‘카리스마가 없다’, ‘결정력이 없다’, ‘기시다 색(色)이 없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아왔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인물이 총리가 될 수 있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기시다가 아베로 대표되는 극우세력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자민당 총재·일본 총리 후보로는 지지율 30%를 웃도는 고노 다로(河野太郎) 행정개혁상이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총재 선거 결과는 여론과 크게 달랐다. 아베 전 총리의 입김이 강한 자민당 내 의원 투표에서 기시다가 고노를 완전히 압도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총리를 뽑는 선거는 구색일 뿐, 자민당의 권력자들은 국민 여론과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스가 내각 다음은 기시다 내각’이라는 답을 정해놓았던 것이다.

 

일본은 가장 많은 의석을 가진 집권당 대표가 행정부 총리로 선출되는 의원내각제 국가다. 이론대로라면 자민당 총재와 일본 총리를 겸하는 기시다가 당과 정부 안팎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극우 3A’의 수렴청정…권력 틀어쥔 전범의 후손들

 

일본 민영방송 ANN에 따르면 기시다는 지난 6월 11일, 이른바 ‘3A’를 만났다. 3A는 전 총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현 자민당 부총재 아소 다로(麻生太郞), 현 자민당 간사장 아마리 아키라(甘利明)의 이름 앞글자 발음을 딴 약자다. 이 3A는 자민당 내에서 가장 극우적이면서도 영향력이 센 사람들이다. 3A와 기시다의 만남에서는 주목할 만한 일이 있었는데, 자민당 의원 145명이 기시다 지지 모임에 이름을 올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자민당 내 권력자들의 기시다 지지 선언과 다름없었다. 

 

3A의 지지를 받아 일본 총리가 된 기시다는 막강한 권력을 얻었다기보다는, 3A의 승인 없이는 어떤 정책도 펼 수 없는 허수아비 신세로 여겨지고 있다.

 

원내 제1당이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하는 일본에서는 정부 정책이 당과 아주 긴밀하게 조율된다. 그런데 자민당은 아베와 아소로 대표되는 특정 파벌이 국정운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3A 중 하나인 아소를 보자. 부총리 겸 재무상이었던 아소는 처남인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에게 내각 요직인 재무상을 넘겼다. 부총리였던 아소는 내각에서 자민당 부총재로 자리를 옮겼지만 여전히 ‘실세 부총재’로서 기시다 내각의 국정운영에 깊이 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도 마찬가지다. 아베는 당과 정부에서 공식 직책을 맡지 않았지만 영향력은 여전하다.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 기시 노부오(岸信夫 -어릴 적 외가인 기시가로 입양)는 방위상 자리를 지켰다. 전문성과 자질이 아니라 혈연관계가 고려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3A의 마지막인 아마리는 자민당 간사장 자리를 꿰찼다. 간사장은 자민당의 2인자다. 간사장은 총재를 대신해 당의 자금을 관리하고 공천권을 가진다. 아베 내각 당시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 밑에서 아베노믹스를 주창한 아마리 간사장은 뿌리부터 아베와 아소의 편이다. 

 

자민당의 요직 자리에도 어김없이 3A의 손이 뻗쳤다. 3A는 정책을 담당하는 정조회장에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회장에는 후쿠다 다쓰오(福田達夫) 중의원 의원을 앉혔다. 다카이치는 ‘친아베’로 알려진 강성 극우 인사이고, 후쿠다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의 장남이다. 정조회장은 자민당의 정책을 수립하고 총괄, 총무회장은 정책이 통과되기 전 마지막으로 심사하는 자리다. 3A는 언제든지 다카이치 정조회장과 후쿠다 총무회장에게 입김을 넣어 정책 간섭을 할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 기시다 총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닥치고 서명’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현 상황은 마치 조선 시대에서 볼 법한 수렴청정을 떠올리게 한다. 보이지 않는 장막 뒤에서 아베나 아소가 기시다에게 명령하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이러니 기시다 내각을 가리켜 ‘제4차 아베 내각’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새로 구성된 자민당 지도부와 내각 인사 중에서는 간사장인 아마리를 비롯해 무려 9명이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국민의 지지율도 낮고 비리 혐의가 있음에도 이들은 어떻게 당당히 요직을 꿰찰 수 있었을까.

 

아베, 아소 가문은 1868년 메이지유신을 계기로 권력을 쥔 사쓰마·죠슈(薩長) 세력의 적통 후손이다. 아베와 아소만 해도 친척 관계다. 지역구를 자식들에게 물려준 사쓰마·죠슈 세력 인사들은 결혼을 통해 기득권을 이어왔고 일제 시절에도 전범으로서 맹활약을 했다. 기시다 총리도 아베 전 총리 지역구인 야마구치현과 멀지 않은 히로시마현에서 3대째 의원직을 대물림한 세습 의원이다.

 

이를 볼 때 특정 가문이 집권당과 내각을 장악한 일본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한참 먼 나라다. 한국의 박근혜·최순실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극우세력의 국정농단이 굳건하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통하지 않는 듯하다.

 

권력 연장 꼼수…중의원 해산과 코로나19 통계 조작

 

“만세! 만세! 만세!”

 

지난 10월 14일 일본 중의원을 해산하는 자리에서 나온 ‘만세 삼창’이다. 중의원 해산 때마다 하는 일본 정치권의 관행이라고 한다. 의원들은 누구를 위해 만세를 외친 걸까? 당초 중의원 해산은 10월 말로 예상됐고, 일본 정계에서도 그에 따라 11월 총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예상과 달리 갑작스럽게 중의원을 해산했던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중의원 해산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번 선거는 미래 선택”이라고 운을 뗀 뒤 “지금 시대는 분기점에 있다.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가 일본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라며 자민당 지지를 호소했다. 

 

중의원 해산에 따른 이번 총선은 자민당에 유리한 “기습 총선”이라는 평가가 많다. 야권이 어수선한 틈을 탄 ‘자민당 알박기’라는 지적이다. 

 

이렇듯 일본 정치는 낡고 잘못된 과거에 묶여 있고 국민을 위하지도 않는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석연찮은 흐름도 있다. 바로 PCR 검사수 감소다.

 

최근 들어 공식통계상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예전과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 특히 한때 하루 확진자만 수천 명대로 집계되던 도쿄는 수십 명대로 뚝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도쿄감염증대책센터에서는 2차까지 백신을 접종한 국민이 절반에 가깝다는 점, 오봉(일본의 명절) 연휴가 겹쳐 사람들의 이동이 줄은 점 등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진실은 이와 다르다는 의혹이 나온다. 정부에서 PCR 검사수 자체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기준 16만 건이었던 PCR 검사수는 10월 들어 3만 건까지 줄었다. 검사수를 줄이니 확진자도 적게 집계되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이유로 국가가 지원하는 무료 PCR 검사를 없앴다. 이에 따라 일본 국민은 자비로 PCR 검사를 감당해야 한다. 일본은 어느 때나 선별진료소를 찾아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한국과 달리, 검사를 받기 위한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기로도 악명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 1만 엔(10만 원)에서 최대 3만 엔(30만 원) 이상 드는 검사를 흔쾌히 받을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와 관련해 자민당 정권이 총선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사실상 통계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확진자 수 감소를 성과로 포장하면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그대로 받아 ‘확진자 감소는 자민당의 성과’라고 보도할 뿐이다. 후생노동성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면 PCR 검사수가 줄었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쯤 되면 일본의 정치와 언론이 자국민을 완전히 ‘졸’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마치며 : 바짝 다가온 파멸

 

지난 17일 기시다 총리는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그런가 하면 전 총리인 아베와 스가는 거리낌 없이 직접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3일 참의원 본회의에서도 “일한(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한국 측이 조기에 내놓도록 강하게 요구하겠다”라며 확고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기시다 내각은 10월부터 인정하는 백신접종증명서 발행국에 한국을 포함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 국민은 백신을 2차까지 접종받고 일본에 가더라도 꼼짝없이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주요 국가들의 국민은 면제가 되는데 치사하게 한국만 쏙 빼놓은 것이다.

 

이는 한국이 일본에 무릎을 꿇을 때까지 한국 국민을 볼모로 삼겠다는 적대 의식이라고 풀이할 수밖에 없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에서도 기대가 없을뿐더러, 우리에게도 껄끄럽고 반갑지 않은 존재임이 분명하다.

 

기시다는 아베 정권 당시 내각과 자민당에서 여러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외무상만 내리 4년 7개월을 지내며 2015년 당시 한일 위안부합의를 주도했다. 기시다는 아베를 적극 설득해 박근혜 정권과 한일 위안부 합의를 추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결정력이 없다는 평가를 듣는 기사다가 유독 한일관계에서만큼은 눈에 띄는 결정력을 보인 것이다. 

 

다카이치 정조회장은 기시다 총리를 대신해 자민당의 총선 공약을 주도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정조회장은 자민당의 총선 공약으로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태, 역사 인식 등을 둘러싼 이유 없는 비난 등 일본의 주권 및 명예, 국민의 생명·안전·재산에 관한 과제에 냉정하고도 의연하게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한국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 국가에서도 빠졌다. 지지통신은 “다카이치 정조회장과 아베 전 총리가 주장한 보수적 정책만 두드러졌다”라고 지적했다.

 

자민당 정권 아래에서는 극우세력이 일본을 지배하는 일상이 계속될 뿐이다. 일제를 미화하는 역사 교과서가 채택되면서 전쟁범죄를 뉘우치는 목소리도 점차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고 사죄할 수 없다는 점은 일본으로서도 무척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정치에 관심 없다.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체념과 무기력감이 파다하다. 돌이켜보면 일본은 시민이 혁명을 주도해 세상을 바꿔낸 역사가 전혀 없다. 촛불혁명을 비롯해 숱한 항쟁이 있었던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특정 가문의 족벌지배와 극우행태가 판치는 일본의 미래는 암울하다. 실제 일본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일본을 ‘침몰하는 배’로 비유하곤 한다. 일본을 떠오르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키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저항이 아닐까. 현 단계로선 거의 기적에 가까운 바람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이대로라면 일본의 민주주의는 몰락을 넘어 완전한 파멸로 치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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