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지금] 터키는 왜 러시아와 손을 잡았나

이인선 통신원 | 기사입력 2021/10/23 [11:46]

[러시아는 지금] 터키는 왜 러시아와 손을 잡았나

이인선 통신원 | 입력 : 2021/10/23 [11:46]

▲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019년 10월 22일(현지 시각) 러시아 소치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 이인선 통신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1년 9월 29일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이전부터 진행한 경제 협력(가스관 사업 등)에 이어 군수·국방 분야 협력도 논의했다.

 

사실 터키는 러시아보다 미국과 관계가 좋았던 친서방국가로 알려졌다.

 

그러나 몇 년 사이 터키는 러시아와 가까워지고 있고 미국과는 관계가 나빠졌다. 어떠한 이유로 뒤바뀐 것일까?

 

이번 글에서는 러시아와 터키의 관계를 들여다보며 관계 전환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대결과 협력을 반복해온 러시아와 터키

 

러시아와 터키는 러시아 제국과 오스만 제국 시절 서로 적대하며 전쟁을 많이 치르다 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각각 소련과 터키 공화국이 들어서면서 협력 관계로 나아갔다.

 

오스만 제국이 1차 세계대전 패전국이 되었다. 터키는 연합국이 1920년 터키의 주요 도시인 이스탄불과 이즈미르를 점령하고 터키 지역 곳곳을 나눠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분노한 터키 민중들은 민족 운동을 벌였다. 갈리폴리 전투에서 공훈을 세운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장군의 주도로 터키 독립 전쟁이 일어났다. 그렇게 1922년 터키는 독립을 이뤄냈고 케말 아타튀르크는 터키 공화국의 첫 대통령이자 국부가 되었다.

 

소련은 케말 아타튀르크의 터키 공화국 정부를 우호 세력으로 여기고 1921년 평화협정(모스크바 조약)을 맺었다. 또한 터키 공화국이 1923년 출범하면서 소련 기술자들이 터키 산업화에 크게 이바지했다.

 

하지만 케말 대통령 타계 이후 터키는 소련의 세력 팽창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동참하며 미국의 군수·국방·경제 원조를 받았다. 1950년 한국전쟁 참전과 1952년 나토 가입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터키와 러시아의 관계는 부침을 겪게 되었다.

 

하지만 소련 해체 이후 두 나라의 관계는 다시 우호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터키는 에너지 수요의 70%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해 충당하고 터키 건설 업체가 러시아에 진출하는 등 양국의 경제 협력이 활발히 이뤄졌다.

 

2004년 말 푸틴 대통령이 터키를 공식 방문하고, 2009년에는 에르도안 당시 터키 총리(현 터키 대통령)가 러시아를 방문했다. 이후에도 빈번한 상호방문을 통해 양국은 에너지 분야 협력, 가스관 ‘블루스트림’ 건설 협력, 비자 면제 협정 등을 체결하면서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

 

다만 양국은 여전히 서로 자국 내 소수민족에 대해 상대방이 지원하고 있다며 반목하는 부분이 있었다. 즉, 러시아는 터키가 체첸 반군 세력을 같은 이슬람 형제라며 두둔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터키는 러시아가 자국 내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을 돕고 있다고 여겼다.

 

그러다 러시아 전투기 Su-24가 터키 국경 근처인 시리아 상공에서 격추당하는 사건이 2015년 11월 발생했다.

 

터키는 러시아가 자국의 영공을 침범해 격추한 것이라 발표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테러와 싸우는 동안 테러 공범자가 등 뒤에 칼을 꽂았다며 터키에 사과를 요구했다. 이 무렵 터키는 수니파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 ISIL(우리가 아는 IS,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로부터 싼값에 원유를 공급받고 있다는 의혹이 있었다. 그래서 푸틴이 터키를 테러 공범자라고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터키는 사과하지 않았고 양국 간의 골이 깊어졌다.

 

이에 러시아는 터키와의 모든 경제 협력 사업을 전격 보류하고 터키산 식품 수입 거부·터키 단체관광 일정 중지 등 양국 간 교역을 전면 중단했다.

 

터키가 미국에 등 돌린 계기

 

러시아와 터키의 관계가 안 좋아질 상황에 놓였을 때 1945년부터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터키와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 역시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에르도안이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미국과 관계가 멀어지는 일들이 연거푸 일어났다.

 

에르도안은 2003년부터 총리를 하다 2014년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2018년 재당선되어 2019년부터 두 번째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의 개입으로 이른바 ‘아랍의 봄’이 발발한 2010년 이후 중동의 정세는 에르도안 총리에게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이집트의 민선 대통령이자 이슬람주의자인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정권이 무너졌고, 터키 국내에선 군부를 중심으로 정치적 저항이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서방의 국가들이 2013년 터키 반정부 시위 진압에 우려를 표하면서 에르도안 총리는 서방의 정치적 개입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터키 정부는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이 터키 안에 또 다른 국가를 세우려 한다고 봤다. 귈렌이 서방의 영향력을 터키로 유입하는 통로라고 여겼다. 

 

귈렌은 터키의 세속주의에 반대하며 1998년부터 미국으로 도피했다. 귈렌은 추종자들에게 이슬람국가를 세울 기회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내용의 연설을 하는 터키의 반체제 인사다.

 

이후 분리독립 무장세력인 쿠르드족 문제로 미국·터키 간의 균열이 점점 커지면서 터키는 오히려 2015년 11월 Su-24 격추 사건 이후 틀어진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기 시작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먼저 2016년 6월 푸틴 대통령에게 격추 사건에 대한 사과, 사망한 러시아 조종사 유족에 대한 애도, 피해보상의 뜻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이어 에르도안 대통령은 편지에서 러시아 전투기 조종사를 살해하고 탈출 중이던 터키인에 대한 조사도 착수했다며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훼손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 탱크에 올라가며 쿠데타 세력을 저지하는 터키 국민들.  © 이인선 통신원

 

터키가 미국과 멀어지고 러시아와 가까워진 계기는 2016년 7월 터키의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 사건이다. 2016년 7월 15일 오후 11시경 터키 군부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휴가를 떠난 틈을 타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과 보스포루스 대교, 앙카라 국제공항, 국영방송사 등을 장악하며 군사 쿠데타를 시도했다. 당시 폭탄 2발이 의회에 떨어져 중앙홀이 파괴됐다.

 

그러나 터키 국민의 저항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복귀로 6시간 만에 쿠데타는 실패로 끝났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7월 16일 오전 4시경 이스탄불에 도착해 터키 국민을 안심시키며 연설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에서 무장된 군대는 나라를 지배하지 않으며, 나라를 이끌지 않는다. 그들은 그럴 수 없다”라며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사람들(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는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과 그의 추종 세력을 말함)’을 쿠데타 배후로 지목했다. 

 

이후 터키 검찰은 귈렌과 함께 미국 연방수사국, 중앙정보국이 테러 지도부를 훈련한 것으로 쿠데타 세력 공소장에 명시했다. 터키는 이를 토대로 미국에 귈렌의 송환을 요구했으나 오히려 미국은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면 보내주겠다며 맞섰다. 지금까지 귈렌은 송환되지 않은 채 미국에서 살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이 쿠데타에 모호한 태도를 할 때 러시아는 에르도안 정부를 전폭적으로 도와주고 지지했다. 러시아는 쿠데타에 앞서 시리아 흐메이밈 러시아 공군기지의 첩보 장비로 터키 군부의 쿠데타 움직임을 미리 포착하고 이를 터키 정부에 경고해주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터키 쿠데타 직후 에르도안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반(反)헌법적 행동과 폭력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라며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2016년 7월 23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나라가 터키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는 서한을 보내왔다”라며 “특히 러시아가 가장 많은 도움을 준 나라 중 하나”라고 사의를 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미국에 대한 불신은 쿠데타 당시 인시를릭 기지에서 F-16 전투기가 발진해 앙카라 상공에 나타났고 자신의 대통령 별장을 공격하려 했다는 사실 밝혀지면서 커졌다. 그는 미국의 개입 없이 F-16 전투기 발진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로써 터키 정부는 미국과 군수·국방 협력을 더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비용·성능 측면에서 더 좋은 러시아제 방공망 S-400 도입을 결정하는 등 러시아와 군수·국방 협력을 확대했다.

 

그러자 미국은 터키가 러시아산 미사일 체제를 운용하면 미국의 군사기술이 러시아에 유출될 것이라며 러시아 미사일 구매 계획을 철회하라고 터키를 압박하며, F-35 전투기 판매 중단과 경제 제재를 가했다. 하지만 터키는 미국의 제재에 굴하지 않고 더 굳건히 나아갔다.

 

▲ 쿠데타 진압 4주년을 맞아 순교자 기념비에 헌화하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가운데)  © 이인선 통신원

 

터키의 친러시아 행보

 

터키 정부는 쿠데타 진압 후 첫 방문국으로 러시아를 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6년 8월 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고 훼손됐던 양국 관계를 전면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터키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해 나가겠다고 밝혔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에너지 분야 양국 협력 프로젝트 이행을 가속하겠다고 화답했다.

 

이후 양국은 2016년 11월 28일 터키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테러의 주범이 러시아 정부가 공개 수배 중인 아크메드 차타예프로 밝혀지자 공조 수사에 나섰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2016년 12월 1일 소치에서 만나 테러 대책을 논의하고 양국이 테러리즘 격퇴에 함께 협력하고 노력할 것을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2017년에만 8차례 만나며 긴밀한 관계를 쌓았다. 특히 경제 협력을 넘어 군수·국방 협력까지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경제 일간지 ‘코메르산트’의 2017년 9월 13일 자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터키에 4개 포대 분량의 S-400 미사일을 공급하기로 했으며, 전체 계약 규모는 20억 달러 이상”이었다. 

 

터키는 미국의 반대에도 2017년 12월 러시아로부터 2020년 초 도입을 목표로 방공미사일 S-400 2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터키는 미국과 군사적 외교적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S-400 도입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2018년 3월, 4선에 성공하며 첫 방문국으로 터키를 택했다. 이에 2018년 4월 3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양국 정상은 이 만남에서 터키의 첫 원자력발전소 착공을 선언했다. 1,200메가와트급 원전은 러시아 국영 원자력공사가 건설하며 터키 건국 100돌이 되는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이에 미국 정부는 2017년부터 러시아와 터키의 밀착을 막고자 터키에 경제 제재를 가하고 터키 리라화 폭락을 만들었다. 하지만 에르도안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터키 내지지 세력은 더욱 결집했다. 2017년 퓨리서치센터 여론 조사로는, 터키 국민의 79%가 미국에 부정적 견해를 가졌고 82%는 트럼프를 신뢰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8월 13일 ‘2019 국방수권법안’을 통해 터키가 S-400 도입을 포기하지 않을 시 F-35 전투기 인도를 제한하도록 명시하며 터키를 압박했다. 하지만 미국의 압박은 터키에 통하지 않았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태도를 빠르게 유화적으로 바꿨다. 2019년 10월 6일 에르도안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난 뒤 시리아에서 미군 철군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12월 13일 에르도안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나는 당신의 큰 지지자(big fan)”라고 달랬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히려 S-400 방공망 성능 실험에 미국제 F-16 전투기를 과녁으로 사용하는 등 미국을 경악하게 했다.

 

미국과 터키의 관계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도 좋아지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4월 24일 성명을 통해 20세기 초 오스만 제국(지금의 터키)이 저지른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집단학살’이라고 인정했다. 미국 대통령들이 터키와의 관계를 고려해 꺼려온 이 표현을 바이든 대통령이 40년 만에 꺼내 들자 터키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의 인디언 학살·인종 갈등·일본 원자폭탄 투하·베트남전·이라크전 등을 언급하며 “거울을 보고 자신을 평가하라”라고 충고했다. 이어 그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판매한 바이든 대통령이 “피의 손으로 역사를 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2021년 9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참석 후 “이전 미국 정부들과 달리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좋은 관계로 시작하지 못했다”라면서 이전에 F-35 공동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F-35를 14억 달러에 샀지만, 아직 인도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어 2021년 9월 24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금요 기도회에서도 “미국이 테러 조직(쿠르드족 무장 조직)과 싸우기는커녕 많은 양의 무기와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라며 미국과 적대관계가 아닌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를 바라지만 현재 양국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 이인선 통신원

 

반면, 러시아와 터키는 2019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정상회담을 10차례 여는 등 더 밀착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20년 1월 8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투르크스트림(신 블루스트림)’ 가스관 개통식에 참석하며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미국과 이란의 긴장 고조를 깊이 우려한다. 이는 이라크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2020년 1월 3일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언급하며 이러한 행위들은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해치는 것으로 규정했다. 두 정상은 이어 “어떤 세력의 공격과 무력 사용은 중동지역의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불안정의 악순환이다. 결국 모든 사람의 이익을 해친다”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터키와 러시아는 미국과 매우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 유럽인, 그리고 전 세계와 협력 중이다. 나는 우리가 더욱 성공하리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투르크스트림 사업이 지난해 11월 미국 하원의 제재 대상에 오른 것을 고려하면 푸틴 대통령의 말은 의미 있는 메시지로 보인다. 이는 미국은 주변국을 제재하고 공격을 하는 국가지만 러시아는 세계와 협력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만남이 중단되었지만, 러시아와 터키의 협력은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선 최근 사례 하나만 소개한다.

 

터키는 2021년 7월 28일부터 남부 안탈리아 지방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을 진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통화하며 터키에 소방용 비행기와 헬기 8대를 지원해 주었고 진화 과정에서 사망한 이들을 함께 추모했다.

 

코로나19 상황에도 통화로 양국의 밀착 관계를 다져온 두 정상은 2021년 9월 29일 소치에서 대면으로 다시 만났다. 양 정상은 이날 경제·군수·국방 협력뿐 아니라 시리아·리비아·아프가니스탄·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분쟁 등 국제 현안을 두루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가스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터키는 2019년 건설한 투르크스트림 가스관 덕분에 안심하고 있다며 에너지 협력 성과를 치켜세웠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터키가 국제 채널을 통해 상당히 성공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시리아와 리비아 문제와 관련한 조율이 그렇고,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국경에서의 휴전 감시를 위한 러시아·터키 공동센터도 잘 가동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양국 협력의 성과에 동의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의 평화가 러시아·터키 양국 관계에 상당 부분 달려있다며 양국이 취하는 공동 행보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또 양국 관계 강화와 발전이 모두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아 내전에서 각각 정부군과 반군을 지원한 러시아와 터키는 내전 종식을 위한 평화협상도 중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회담에서 군수·국방 분야 협력에 대해 논의 의사를 밝혔다. 터키는 지난 2017년 러시아와 S-400 미사일 4개 포대분을 25억 달러(약 2조 7천억 원)에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해 2019년 10월 도입을 완료했다. 그리고 터키는 추가로 S-400 미사일 구매 의사를 밝혔다. 이에 러시아는 자국산 제4세대 전투기 Su-35 구매도 터키 측에 제안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과 항공기 엔진과 전투기에 대해 논의했으며, 조선 분야 협력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잠수함 건조에서도 기꺼이 공동 조치를 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과 갈등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은 약속한 전투기(F-35)를 주거나 14억 달러(약 1조 6,500억 원)의 대금을 반환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스마일 데미르 터키 방위산업청장은 이와 관련해 2021년 10월 18일 미국이 F-16 판매와 개량 사업마저 동결할 시 러시아의 Su-35나 Su-57을 구매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Su-35는 Su-27을 개조한 러시아 공군의 주력 전투기이며, SU-57은 러시아가 미국의 F-22 스텔스 전투기의 대항마로 개발한 차세대 전투기다.

 

데미르 방산청장은 “터키는 대안없이 방치되지 않을 것”이라며 필요한 경우 언제든 Su-35와 Su-57 구매를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우리의 방위 산업은 조국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터키 관계는 이처럼 가까워지고는 있지만, 터키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지 않는 등 아직 견해차가 있다. 이러한 견해차를 차근차근 해결해나간다면 러시아와 터키의 관계는 굳건히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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