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칼럼] 정말 직업에는 귀천이 없을까?

알바 노동자 | 기사입력 2021/10/27 [12:09]

[노동칼럼] 정말 직업에는 귀천이 없을까?

알바 노동자 | 입력 : 2021/10/27 [12:09]

“저는 시급 8,720원 받는 알바입니다”가 아니라

“저는 인간에게 필수적인 음식을 만드는 알바노동자입니다”가 맞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연봉으로, 다니는 회사로, 사는 집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직업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노동의 가치는 사라지고, 돈만 남았다. 돈을 많이 벌면 좋은 직업, 돈을 적게 벌면 별로인 직업이 되어버렸다. 그 속에 내가 그 일을 통해 만들어가는 가치는 사라진 채 말이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성인남녀 52%가 직업에도 귀천이 있다고 응답을 했다. 직업의 귀천을 나누는 가장 큰 기준으로 사회적 인식, 소득수준, 업무환경 등을 들었다. 정말 귀하거나 천한 직업이 있을까?

 

우리 사회는 IMF 외환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탐욕을 억제하던 안전장치가 풀리며 약육강식의 생존경쟁 속에서 노동의 가치는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던 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하청노동자로, 알바노동자로 끝없이 착취당하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돌아오는 것은 계약종료와 최저임금뿐인 상황이 노동의 가치를 상실하게 만든다. 실제 노동으로 생산된 가치는 대부분 사용자가 가져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이나 직업 자체가 귀하거나 천할 수는 없다. 빼앗긴 노동의 대가를 다시  되찾아 와야 한다. 노동자가 해고의 위험 없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때 사회적 인식도 바뀔 수 있다. 노동자에게 안정적인 직업과 인간적인 삶을 영유할 수 있는 노동환경이 만들어져야 직업의 귀천도 사라질 수 있다.

 

의사와 자동차 정비사라는 두 개의 직업을 예로 들어보자.

의사는 의료행위를 통해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한다. 자동차 정비사는 자동차의 고장 난 곳을 수리해 자동차를 살리는 일을 한다. 하지만 자동차 정비사도 정비를 통해 사고를 예방해서 결국은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두 가지 직업 모두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지만 월급은 3~4배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업종이 다르다고 해서 두 가지 직업의 임금 격차가 이렇게 커야 할까?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스웨덴의 경우 의사보다 숙련된 건설노동자의 월급이 더 높다. 청소노동자도 건설노동자와 큰 차이는 없다. 또한 네덜란드의 벽돌공은 대학교수와 연봉이 같다. 정말 직업에 귀천이 없다. 

 

그런데 이런 나라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행복지수가 높다는 것이다. 

 

국가별 행복지수가 있다. 2021년(2020년 기준) 『유엔행복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1위는 핀란드, 2위 덴마크, 3위 스위스, 4위 아이슬란드, 5위 노르웨이, 6위 네덜란드, 7위 스웨덴, 8위 뉴질랜드, 9위 오스트리아, 10위 룩셈부르크 등 순이었다. 

 

반면에 대한민국은 62위였으며, OECD 국가 중 하위 그룹 국가로 나타났다.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이지만 행복 규모는 그렇지 않다. 행복한 나라들의 특징은 노동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결국 노동이 행복하려면 지금의 노동환경을 바꿔야 한다. 대기업만 행복한 나라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행복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 

 

직업에 귀천이 없는 사회는 결국 모든 노동자에게 동등한 대가가 주어지며 누구나 행복을 누리는 사회를 말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노동자, 알바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등으로 나누고 차별하고 착취하는 구조를 깨뜨리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직업에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모두가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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