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의 권리 회복 없이 일상의 회복은 없다”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의 시민사회 단체가 29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의 권리 회복 촉구 시민사회 기자회견’을 열고 이처럼 주장했다.
11월이 되면 코로나 방역 조치가 완화될 예정이다.
이들은 코로나 방역조치를 완화함과 동시에 그동안 방역을 이유로 제한되었던 집회, 시위 자유 보장을 정부에 서울시에 요구했다.
이들은 “일상 회복은 제한된 생활반경이 넓어지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방역을 위해 인내와 희생을 감내해야 했던 많은 영역의 권리가 함께 회복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가장 크게 제한되었던 집회의 자유를 회복하는 것은 일상으로 가는 이행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라면서 “서울시는 서울 시내 주요 거점에서 노동자나 자영업자들의 생존권 요구 집회는 방역수칙을 아무리 잘 지켜도 금지했다. 이들 집회에서 감염확산이 일어난 적이 없음에도 정부와 언론은 불법집회로 규정할 뿐만 아니라 방역을 저해하고 사회를 위험에 빠뜨린다며 공격했다”라고 주장했다.
최종연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은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집회는 원칙적으로 허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운영위원은 “많은 시민이 최루탄과 물대포에 맞서서 지켜낸 집회 시위의 자유가 말라 죽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2020년 8월부터 2021년 6월까지 10인 이상 집회 금지를 유지했고, 현재도 10월 31일까지 서울 시내 전 지역에서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유독 집회에 관해서만 정부와 지자체의 강한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짚었다.
이어 “단계적 일상 회복을 하면 집회 자유도 회복되어야 한다. 정부도 집회 금지 기준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집회를 할 수 있는 방역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경찰과 지자체도 집회 금지만 할 것이 아니라 방역수칙 준수를 감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양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위드 코로나’라고 한다. 위드 코로나가 뭔가. 한 마디로 함께 살자 아닌가. 위드(with)=함께 살자는 이 용어는 아마도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썼던 걸로 기억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정부가 위드 코로나라고 한다. 정치인의 한마디 수사가 아니라 정말 국민 구성원이 함께 사는 대한민국이 돼야 하는 거 아닌가. 위드 코로나는 일상의 회복을 뜻한다. 일상이란 모든 곳에서 제자리로 돌려지는 것이다. 그런데 왜 집회는 100명 이하로 제한되는 것인가. 집회, 시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되었다. 이를 제한하는 것은 삶의 저항권도 빼앗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채완 민변 공익변론센터 변호사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의 금지 통고는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위드 코로나 시기에도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위법한 금지 통고가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명해질 우려가 있다. 비접종자의 집회 금지, 인원수에 의한 모호한 제한 등 정부가 발표한 계획이 위법한 금지 통고의 근거로 사용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집회의 권리 회복을 요구하는 시민사회 의견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아래는 시민사회단체 의견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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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의 권리 회복을 요구하는 시민사회 의견서]
일상의 회복을 위해서 집회의 권리 보장을 필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거대 정당들의 정치 활동은 언제나 많은 지지자가 참여하여 진행되고 있습니다. 빼곡히 들어찬 군중이 서로 부대끼며 함성을 질러대는 현장에는 거리두기도, 마스크 착용도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강제로 해산시키는 경찰도, 군중 없이 경선 레이스를 진행해야 한다는 정부의 지침도 없습니다.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서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의 5인 이상 모임을 방역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았는데, 선거운동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며 공적 영역의 행위라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중보건 위기 상황이라도 선거와 같은 정치참여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입니다.
그러나 정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중단하거나 처벌하지 않으면서 정치 활동만큼 중요한 집회의 권리는 금지하는 차별적인 방역조치가 과연 정당한지에 대해 우리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집회·시위에 대한 권리 역시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떠받치는 기본권으로 다른 권리와 동일하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코로나19의 위험을 이유로 권리를 포기하게 하는 것이 아닌 방역과 기본권이 함께 달성될 수 있도록 모색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정치 활동, 경제 활동보다 항상 강도 높게 적용된 집회에 대한 방역조치는 코로나19 시기 삶의 위기를 겪는 노동자, 자영업자, 사회적 소수자들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 말하고 공론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기 위한 가능성을 차단했습니다. 이런 조치는 사람들로 하여금 방역조치 전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국민의 기본권을 차별적으로 보장하는 국가에 대한 실망을 안겨줄 뿐입니다. 일상을 회복하자는 정부의 1차 개편안은 여전히 집회를 방역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집회·시위 권리 보장은 생명·안전을 위한 조치가 민주적으로 시행될 수 있게 합니다. 민주적인 방역조치는 사회의 다양한 의견, 특히 사회적 약자의 삶을 살펴볼 수 있게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의 불평등이 더욱 심화된 지금 평등하고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 우리 시민사회는 온전한 집회의 권리 회복을 요구합니다.
기본방역 조치를 지키는 집회는 규모와 상관없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해 1월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집회에서 발생한 확진자를 모두 1,827명으로 집계했습니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지난해 있었던 사랑제일교회 집회 관련 확진자(1,174명)와 8·15 광복절 집회(646명) 확진자로, 이를 제외한 다른 집회 관련 확진자는 7명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그 중 민주노총 집회 확진자로 집계한 4명은 집회와는 무관한 곳에서의 감염사례였습니다. 사실상 8·15 광복절 광화문 집회 외에 집회를 통한 감염 전파는 없었습니다. 8·15 광복절 광화문 집회와 다른 집회의 차이는 집회를 하면서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 기본방역 수칙을 준수했는가 아닌가의 차이입니다. 방역 수칙을 지키며 진행한다면 집회도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바이러스 전파에 있어 실내보다 실외가 안전하며, 마스크를 착용한 야외 집회의 경우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사실은 이미 의학적,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2020년 8월 영국의학저널에서는 마스크를 쓴 상태로 장시간 접촉하며 소리치거나 노래를 하더라도 밀집도가 낮고 환기가 잘 되는 실외 상태라면 전파위험은 가장 낮은 것으로 분류했습니다.
결국 바이러스의 확산을 대비한 조치는 기본권의 제한이 아니라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 합니다. 그럼에도 현재 방역 당국이 제시한 단계적 일상회복 1차 개편안은 모든 집회의 인원을 일률적으로 100명 이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 집회가 전면 금지되었던 거에 비해 완화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인원의 많고 적음이 아닙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기본적 방역수칙을 지키는 집회는 감염 확산의 위험이 극히 낮음에도 왜 집회에 대해서는 여전히 인원을 제한해야 하는가를 질문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제한은 실내 행사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밀접, 밀집, 밀폐된 공간에서의 실내 행사와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집회는 다를 수밖에 없음에도 이를 동일하게 묶는 것은 지난 2년간 방역 당국과 지자체가 보여준 집회를 위험시하고 금지해야 할 것으로 보는 태도에서 전혀 나아가지 못한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접종완료자를 기준으로 집회 참여인원을 늘리는 조치도 그 자체로 차별적입니다. 앞서 밝혔듯이 백신접종과 무관하게 집회 자체가 방역에 위협적인 것이 아님에도 접종 여부로 집회의 권리행사를 차별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여전히 집회 자체를 방역에 위험한 행위로 간주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현재 백신접종율이 낮은 집단은 사회적 경제적 및 문화적 약자들입니다. 이들이 백신접종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불평등과 차별 개선을 도외시한 채 접종완료자만을 대상으로 인원을 늘리는 것은 또 다른 차원에서 인권 약자들의 집회·시위 권리를 빼앗는 조치입니다.
지금 정부의 역할은 집회가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주최 측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집회는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집회의 권리를 보장하고 집회가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방역이며, 코로나19로 인해 위기에 놓인 사람들의 삶을 회복하는 길입니다. 이것이 바로 국가의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지자체 자율성 확대가 또다시 지자체의 집회금지 행정명령 남용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코로나19 시기의 집회 금지는 지자체장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1항 2호에 의해 집회 금지 행정명령을 내리고 경찰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5조 1항 2호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지자체의 집회 금지는 주로 각 지자체의 고시에 의해 집회 금지 장소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시행되었는데, 고시를 해제하지 않아 장기간 금지장소가 유지되었습니다. 지자체가 특정 집회의 개최를 앞두고 집회 취소를 요청하거나 집회 금지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와 더불어 집회금지 장소가 아닌 곳에 대해서는 방역 단계에 따라 지자체가 집회 인원을 제한했는데, 다른 사회활동보다 언제나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적용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7,071건의 집회에 금지 통고를 했습니다. 2018년, 2019년 평균 0.002~0.003%에 그친 집회 금지율은 코로나19 이후 5,000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집회 금지율은 2020년 11.1%로 급등했고 2021년 들어 지난 8월까지 13.7%로 치솟았습니다.
지자체의 집회 금지 조치는 코로나 시기 위기를 겪는 사람들을 더욱 위축시켰습니다. 자신들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발언하고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수단을 빼앗아 갔으며, 집회의 권리를 행사한 사람들을 처벌하고 범죄자로 만들었습니다. 기본권을 보장하고 그 제한에 신중해야 할 정부와 지자체가 인권침해의 가해자가 되었지만 이에 대한 반성과 개선은 없었습니다. 기본권 제한에 어떤 원칙도 없었던 방역 당국은 지자체의 인권침해를 방관했습니다.
지난 7월부터 수도권은 모든 집회가 금지되었습니다. 이 조치는 이미 법원에서 수차례 코로나19 확산 방지 필요성을 고려해도 집회 허가제를 넘어설 정도의 과도한 제한이며, 위헌적인 조치라는 판단이 이루어졌습니다. 특정 지역에 대한 전면적인 집회금지 역시 위헌적이며 허용될 수 없습니다. 지자체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은 지난 시기 집회와 관련해 지자체가 개별 행정명령으로 특정 지역에 집회를 금지하거나 집회에 대한 제한을 강화 문제를 반복할 수 있습니다. 기본권 제한에 대한 권한을 지자체에만 맡겨서는 안 됩니다. 지자체가 자의적으로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현행 감염병예방법은 개정되어야 하고, 법 개정 이전이라도 기본권 제한에 규제를 채택하기 전에 시민사회와 의견을 나누는 민주적인 절차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본권을 보장하고 증진하는 것이 방역 당국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에서 가장 중요한 인권 원칙은 방역을 이유로 시민들의 일상과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일상과 기본권 행사가 가능한 방향으로 방역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방역 조치와 기본권은 제로섬 관계가 아니며, 집회·시위의 경우 안전한 집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방역 당국이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합니다. 무조건적으로 기본권을 제한하고 침해할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기본권을 보장하고 증진할 것인지가 코로나19 시기 방역 당국의 주요 목표이자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코로나19의 위협 속에도 집회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이것이 제일 중요한 권리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자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단결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 안전과 생명에 대한 권리, 인권침해로부터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등 우리 삶과 연관된 여러 권리를 요구하고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집회가 금지된다는 것은 단지 모이는 행위가 금지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지금, 오히려 집회가 더 필요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집회가 코로나19 시기 오히려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처럼 호도되지만, 사실 그동안 집회는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밖으로 전하고, 그들의 삶과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일상의 회복은 코로나19로 무너지고 유예된 권리를 회복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국제인권기구들은 코로나19로부터 회복과 대응하는 과정에서 인권이 중요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후퇴시킨 권리들을 회복하고 그러한 후퇴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이전 방역조치의 문제를 검토하고 개선해야 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집회의 권리는 그 자체로도 회복되어야 할 권리이며, 코로나19로 확인된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방역 과정에서 억울하게 인권을 침해당한 이들의 일상을 되찾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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