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집회는 불허하고 보수단체 집회와 행진을 허용하는 서울시의 기준은 무엇인가?”
민주노총이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에 이처럼 물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1시 서울시청 앞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 노동자대회 불허! 서울시의 위헌행위 및 불평 부당한 행정행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날이다. 민주노총은 해마다 이날에 맞춰 전국 노동자대회를 열어 왔다. 2020년에는 코로나 여파로 규모를 대폭 축소해 서울 곳곳에서 진행했다. 올해 역시 민주노총은 오는 13일 전국 노동자대회를 준비 중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민주노총이 전국 노동자대회 개최를 위해 서울 세종대로에 499명씩 70m 거리를 둔 20개 거점의 집회신고를 모두 불허했다. 이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계획’이 시작되면서 최대 499명까지 모일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보수단체의 13일 광화문 집회와 청와대 행진을 허가해 문제가 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수구 단체가 같은 날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까지 곳곳에 신고된 집회와 나아가 청와대 행진은 허용됐으니 도대체 그 기준은 무엇인가”라면서 “헌법에 명시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고시에 의해 가로막히는 초법적이고 위헌적인 행정행위도 모자라 동일한 형식의 집회와 시위, 행진마저 편을 가르듯 허용과 금지를 결정하는 서울시의 행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천만한 역사적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서울시가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오세훈 시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민주노총은 “서울시의 어느 높은 분이 ‘민주노총의 집회는 무조건 안 된다’라고 하면서 개인적인 감정을 내세워 담당하는 일선 공무원까지 난감하다는 뒷얘기가 전혀 근거 없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노동자의 모든 집회를 금지한다는 서울시의 집회 금지는 오세훈 시장이 마치 서울이 자신의 것 인양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것”이라며 “유독 민주노총 집회에만 집회 금지를 하는 것은 계엄령과 다름없다”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불평 부당한 행정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다양하고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며 이로 인해 야기되는 모든 책임은 서울시에 있음을 밝힌다”라면서 서울시에 경고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이다.
서울시는 불평 부당한 집회금지를 철회하고 11월 13일 전국노동자대회를 비롯한 모든 집회와 시위를 전면보장하라!!!
위드코로나 조치에 따라 2년 가까이 닫혔던 많은 일상이 조금씩 숨통을 트여가고 있는 지금 여전히 막혀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모이고 외치며 주장할 권리 곧 집회와 시위의 자유다. 집회와 시위는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 1단계에 따라 접종 완료자 및 음성확인이 된 참가자로 한정한 499인 이하로 규모가 제한되어 있다. 집회와 시위가 열린 것이 아니라 여전히 제한되고 막혀있는 것이다.
며칠 전 열린 잠실에서 가을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는 2만9천여 명의 관객이 모여 취식과 함께 좋아하는 팀을 응원했다. 이상하지 않은가? 똑같은 야외에서 열리는 가을야구와 집회의 차이가 무엇인가? 야구장의 수만 명은 안전하고 광장과 거리에 모인 노동자는 여전히 위험한 존재인가? 민주노총이 주최한 몇 차례의 집회에서 집회를 통한 감염병 확산은 없었음이 정부 당국에 의해 확인되었음에도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수도 서울에서 집회와 시위는 여전히 불안하고 불손한 행위란 말인가?
11월 13일은 51년 전 산화하신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다. 51년 전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며 비인간적 삶을 강요받았던 노동자의 현실이 2021년 오늘과 무엇이 달라졌나? 이에 대한 질문과 답을 내놓는 장을 여는 것이 전국노동자대회의 취지이고 본질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확인된 이 구조적 불평등에 대해 ‘힘 있는 누군가의 시혜가 아닌 노동자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해야 한다’는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이 땅 노동자들의 가장 큰 잔치를 진행하기 위해 우리는 앞에서 지적하듯 부족하고 제한적이지만 주어진 조건에 맞춰 최대한 안전한 대회를 준비했다.
하지만 수 주일 전부터 그리고 오늘 김부겸 총리의 판에 박힌 담화에 이르기까지 ‘집회불허’와 ‘강경대응, 엄정대응’만 반복하던 정부와 서울시가 어제 반헌법적 폭거를 저질렀다. 정부의 방침에 맞춰 민주노총과 가맹산별조직이 낸 집회신고에 대해 서울시가 모두 불허 통고를 냈다. 불허 통고의 기준이 의아하고 그 기저에 깔린 저의가 의심스럽다.
한편 이와 비교되는 장면이 있으니 수구 단체가 같은 날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까지 곳곳에 신고된 집회와 나아가 청와대 행진은 허용됐으니 도대체 그 기준은 무엇인가? 헌법에 명시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고시에 의해 가로막히는 초법적이고 위헌적인 행정행위도 모자라 동일한 형식의 집회와 시위, 행진마저 편을 가르듯 허용과 금지를 결정하는 서울시의 행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천만한 역사적 퇴행이다.
심지어 서울시의 어느 높은 분이 ‘민주노총의 집회는 무조건 안 된다’라고 하면서 개인적인 감정을 내세워 담당하는 일선 공무원까지 난감하다는 뒷얘기가 전혀 근거 없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서울시의 반헌법적 행정행위에 대해 분노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또한 불평 부당한 행정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다양하고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며 이로 인해 야기되는 모든 책임은 서울시에 있음을 밝힌다. 나아가 서울시의 이러한 결정에 근거를 제공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투쟁의 수위를 높여 나갈 것이다.
광장의 힘을 잊었는가? 인내를 거듭하다 벼랑에 몰려 내뱉는 노동자, 민중의 함성이 가진 힘을 잊었는가? 민주주의의 발전과 사회의 진보는 다양한 목소리에 대한 경청과 반영 그리고 역사를 거스르려는 퇴행에 대한 투쟁에 있었음을 기억하라.
민주노총은 서울시가 지금이라도 입장을 바꿀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서울시의 불허 입장과 상관없이 10.20 총파업 투쟁에서 확인된 노동자들의 바람을 중심으로 전 민중의 최선두에서 불평등 세상을 타파하고 평등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발걸음과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1년 11월 1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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