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지금 종전선언이 중요한 게 아니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11/16 [13:24]

[논평] 지금 종전선언이 중요한 게 아니다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1/11/16 [13:24]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이 속담의 의미는 상대방은 뭔가 해줄 생각도 없는데 혼자 지레짐작으로 은근히 바라거나 착각하는 경우를 이른다.

 

‘종전선언’ 관련한 한미 양국의 말과 행동을 보니 딱 이 모양새이다.

 

종전선언이 성사되려면 북한이 이를 합의해야 한다.

 

그런데 한미 양국의 모습은 두 나라가 종전선언 문안을 합의하면 종전선언이 끝나는 것처럼 언론에 대고 문안 합의가 거의 끝나간다는 식의 발언을 하고 있다.

 

한미 외교차관 회담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14일(현지 시각)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 “지금 연말 국면이고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 차관은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공동 주최의 한미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한미 동맹의 강력한 조정과 협력으로 북한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다면서 “종전선언이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좋은 티켓”이라고 밝혔다.

 

최 차관의 말을 보면 종전선언이 현재 국면을 돌파할 신줏단지처럼 여기는 것 같다.

 

그런데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북한은 한미 양국에 이중기준 철회와 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한미 양국의 행동이 먼저 바뀌고 그다음이 종전선언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9월 24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이후 줄곧 이 입장을 유지해오고 있다.

 

그런데 한미 양국은 북한의 이런 주장에 호응하는 행동이 없었다.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와 잠수함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하며 북한의 행동을 문제 삼았다. 특히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도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미국은 자국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는 당연하며 북한은 안 된다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다.

 

그리고 한미 양국 군은 지난 10월 18일~22일까지 미국 아이다호 국립 연구소에서 북한의 핵 시설을 상대로 한 핵대응연합훈련을 진행했다. 또한 11월 1일부터 5일까지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을 적대시하는 군사훈련을 여전히 지속하면서 ‘종전선언’을 말하고 있으니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의 모습은 행동이 바뀌지 않으면 만날 생각이 없다는 애인의 집 앞에 가서 자꾸 만나자고 초인종을 누르며 질척거리는 모습과 흡사하다. 

 

한미 양국은 지금 종전선언 문안을 작성할 때가 아니다. 진정 남북·북미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비롯한 북한을 적대시하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신뢰할만한 행동을 먼저 하고 종전선언 문안을 짜는 것이 일의 순서이다. 그래야 한미 양국이 그처럼 외치는 ‘종전선언’ 협상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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