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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건너지 못할 강"

황선 | 기사입력 2021/11/23 [17:24]

시 "건너지 못할 강"

황선 | 입력 : 2021/11/23 [17:24]

건너지 못할 강

 

-황선 

 

수천명을 죽인 자가

따뜻한 침상에서 천수를 누리는 

이 야만의 땅에서

학살자의 죽음 앞에 허망한

우리의 기도는 쓰다. 

 

무간지옥이여 부디 있어라.

 

판관의 자리에

금남로에 피를 뿌린 꽃같은 이여, 

꼭 그대가 준엄하게 있으라. 

삼청교육대에서 얼어죽은 벗이여,

빨갱이 간첩으로 내몰려

고문당하던 대공분실의 청년이여, 

녹화사업에 끌려가 

돌연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들아,

인신매매로 사창가에 뿌려지던 딸들이여,

 

모두 모두 심장 속에 벼려 둔 

서슬 푸른 칼 꺼내들고

그를 맞아 

무릎 꿇리라, 

그 오만한 이마를 바닥에 쿵쿵 찧어 

죽어도 죽지 못하는 원혼들 앞에

차라리 죽여달라고 통곡하게 하라. 

 

심판의 책임을 다하지 못 한 우리는

우리의 무거운 죄를 

학살을 미화하는 놈

학살자를 존경하는 놈

또다시 학살을 꿈꾸는 놈들에게

미래를 다시는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씻을 터이니,

 

부디 그 강 편안히 건너지 못하도록 

원한들이여 모두 

불이 되어 타오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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