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지 못할 강
-황선
수천명을 죽인 자가 따뜻한 침상에서 천수를 누리는 이 야만의 땅에서 학살자의 죽음 앞에 허망한 우리의 기도는 쓰다.
무간지옥이여 부디 있어라.
판관의 자리에 금남로에 피를 뿌린 꽃같은 이여, 꼭 그대가 준엄하게 있으라. 삼청교육대에서 얼어죽은 벗이여, 빨갱이 간첩으로 내몰려 고문당하던 대공분실의 청년이여, 녹화사업에 끌려가 돌연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들아, 인신매매로 사창가에 뿌려지던 딸들이여,
모두 모두 심장 속에 벼려 둔 서슬 푸른 칼 꺼내들고 그를 맞아 무릎 꿇리라, 그 오만한 이마를 바닥에 쿵쿵 찧어 죽어도 죽지 못하는 원혼들 앞에 차라리 죽여달라고 통곡하게 하라.
심판의 책임을 다하지 못 한 우리는 우리의 무거운 죄를 학살을 미화하는 놈 학살자를 존경하는 놈 또다시 학살을 꿈꾸는 놈들에게 미래를 다시는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씻을 터이니,
부디 그 강 편안히 건너지 못하도록 원한들이여 모두 불이 되어 타오르라.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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