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게 거짓 진술 강요해”..국가보안법 피해 사례 청취회 열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11/30 [15:54]

“제자에게 거짓 진술 강요해”..국가보안법 피해 사례 청취회 열려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1/11/30 [15:54]

“국가보안법 적용 자체가 어려워졌음에도 자의적 적용이 계속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국회의원들이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국가보안법 피해 사례 국회 청취회-하루라도 국가보안법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에서 나온 증언이다. 

 

이날 청취회는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12명의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주관했다. 

 

▲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12명의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가보안법 피해 사례 국회 청취회-하루라도 국가보안법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를 개최했다. [사진제공-국민행동]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유우성 씨는 청취회에서 간첩 조작으로 여동생을 비롯해 온 가족의 일상이 무너진 이야기를 생생히 전했다. 

 

이어 유 씨는 “나에게 간첩 누명을 씌우고 기소하여 구속한 검사들은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조작의 증거들이 밝혀졌을 때 잠시 국가보안법 폐지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21대 국회의 용기 있는 결단을 주문한다”라고 촉구했다.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유우성 씨가 청취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행동]  

 

그리고 ‘북침설 종북교사’라는 누명으로 국가보안법의 피해자가 되었던 강성호 교사는 “수업 중 학교장의 급한 부름이 있다고 하여 교장실에 갔는데 제천경찰서 대공과 형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끌려나갔다”라고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강 교사는 “대공과 취조실에서 제자들과 마주쳤던 순간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내가 북침설 수업을 했다던 그날 결석으로 수업 시간에 없었던 제자 2명에게 북침설 수업을 들었다고 거짓 진술을 하게 했던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이라고 규탄했다. 

 

1982년 안기부에 연행돼 옥고를 치렀던 강 교사는 올해 9월 2일 재심 판결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 증언하는 강성호 교사. [사진제공-국민행동]  

 

또한 만 10년째 법정에서 싸우고 있는 이선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은 “어느 날 갑자기 경기경찰청 보안수사대의 자택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리고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 도중 경찰이 내 휴대전화 3년 치 통신 내역, 개인 이메일 등을 모두 조사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라면서 “시중에서 판매하던 도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모임인 ‘민주노동자 전국회의’ 자료집 등을 모두 이적표현물이라 규정하여 기소의 증거로 삼았다. 이 부당함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지금까지 법정투쟁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증언했다. 

 

조지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가보안법폐지TF 소속 변호사는 ‘북한 찬양 트윗을 리트윗했다가 구속되어 무죄를 선고받았던 사건, 민중가요 혁명동지가 제창이 국가보안법 위반이 되었던 사건, 활빈단의 국가보안법 허위 고발사건, 축구선수 정대세 고발사건, 시 낭송 극 고발사건, 북한 컨셉 홍대 앞 주점 사건,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북한 미화 고발사건’ 등 지금도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국가보안법 피해 사례들을 소개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의 특징은 상당히 높은 무죄율, 과반이 넘는 집행유예 비율, 7조 1항과 5항 관련 사건의 높은 비중과 현저히 낮은 양형 수준, 인터넷 활동·탈북자·대북사업 관련 등으로 확장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청취회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서면 축사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와 존치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지만, 오늘 청취회의 사례처럼 국가보안법으로 많은 피해자가 실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며 국민주권의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원칙에 따라 국민의 안전과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라면서 “논의를 모아나가”라고 제안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만은 새로운 시대의 청년들에게 절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다. 폐지만큼 중요한 일은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국가권력이 저지른 전횡을 생생히 기억하는 일”이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기한을 21대 국회 임기만료일까지 연장한 것은 대선을 의식하여 우리 시민의 고통을 나중으로 미루어버린 부끄러운 기득권 정치행태”라고 비판했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은 우리들의 생각과 양심을 법과 정치의 감옥에 구속해 놓은 법이다. 생각과 양심을 감옥에 가둔다는 것은 사람의 존재 자체를 감옥에 가두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촛불시민의 정신을 이어받은 문재인 정부에서 남은 임기 안에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보안법 제정일인 내일(12월 1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등 항의 행동이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오후 2시에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과 항의 행동을 진행한다. 경기,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전남 등 주요 도시에서도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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