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금준미주 천인혈”

황선 | 기사입력 2021/12/05 [19:16]

시 “금준미주 천인혈”

황선 | 입력 : 2021/12/05 [19:16]

금준미주 천인혈

 

-황선

 

어려워도 꿈쩍않는 임대료며,

다달이 갚아도 죽을 때까지 줄지 않을 대출금,

빈 강의실에도 바쳐야하는 콧대높은 등록금, 

수십년 일을 해도 제자리걸음인 가장의 월급봉투에

먹먹한 가슴 위로 

폭탄주는 아니라도 소주 한잔 정도, 

우리도 매일 

한잔 하고 싶다. 

 

벗과 함께 취해서 

어깨동무하고 노래라도 한 자락 뽑으면 

그래도 이 무거운 생활 한 순간은 잊을까 싶은데,

소주를 어찌 사오천원 주고 먹나,

집 앞 가게에서 한 병 끼고 쓸쓸하니

집으로 와 TV를 켜고 앉으면

 

뉴스 속 그대는 

매일 뭐가 그리 즐거운지

이제 전국이 클럽 볼케이노 VIP석이고

이제 전국이 어느날 갑자기 떨어진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밀실과 같아서

가는 곳마다 매월이나 쥴리가 아니라도

다퉈 술을 따르고 섞고 부딪히고

그대의 주량을 찬미한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선거란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가,

누구에겐 매일 먹는 폭탄주가 유세가 되고

흔해빠진 건배가 혁명의 구호가 된다. 

폭탄주로 민중을 희롱하는 그대들도 역시

역사발전에 밑거름은 될 터.

 

가장 큰 업적은 

당장, 율사들의 위선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있다는 것,

혹시 조금 늦더라도 

불탄 왕궁의 창고에서 

여왕의 비아그라가 쏟아졌듯, 

그대 술잔에 섞어 마신 오물들

홍천의 어느 별장 풍경이 

과음 끝 구토처럼 좍좍 쏟아지지 않으리. 

 

명심해라,

그대들의 즐거운 폭탄주 앞에서 

지글거리며 열도를 올리는 것,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것이 

단지 안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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