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잔인한 사회를 바꿔야 우리가 산다”..故김용균 3주기 추모주간 선포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12/06 [15:54]

“이상한 나라, 잔인한 사회를 바꿔야 우리가 산다”..故김용균 3주기 추모주간 선포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1/12/06 [15:54]

 

▲ 177개 단체로 구성된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3주기 추모위원회’가 7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3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출처-노동과 세계]  

 

“용균이가 떠나고 지난 3년은 긴 악몽을 꾸고 있는 듯한 세월이었다. 용균이 같은 노동자들이 목숨 걸고 일해야 하고, 권리를 포기해야 일자리를 얻는 비정규직이 없어지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김미숙 김용군 재단 이사장은 6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3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밝혔다.

 

2018년 12월 10일 밤 한국서부발전 태안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혼자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입사한 지 3개월 만이었다.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도, 하청 업체 노동자도 안전한 노동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나 우리 사회에서는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많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우리나라 산재 사고사망자의 80%가 발생한다. 

 

그런데 안전한 노동 현장을 보장하자며 만든 ‘중대재해법’을 국회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을 안 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2024년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통과시켰다.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177개 단체로 구성된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3주기 추모위원회(이하 추모위)’는 6일 기자회견에서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 비정규직 없고 평등한 일터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다. 

 

김미숙 이사장은 “저는 용균이를 통해 위험에 내몰리는 비정규직 문제와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3년에 걸쳐 버거울 정도로 달려왔다. 그렇지만 지난해 대비 올해 들어 산재사망 사고가 더 많았다는 통계를 듣고 산업재해를 막는 것이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라면서 “여야 할 것 없이 국민의 생명안전보다 자신의 안위나 기업만 챙기면서, 힘없는 사회적 약자를 청소하듯이, 해마다 2,400명이나 죽이는 킬링필드와 같은 대한민국을 3년 내내 보고 있다. 경제 강국 세계 10위권이란 대한민국에서 영화 ‘오징어게임’의 잔인함이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담은 것임이 충격이었고, 너무나 깊은 공감대로 한심하고 부끄러웠다”라고 말했다. 

 

▲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노동과 세계]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김용균 죽음 이후 3년을 맞이하는 지금은 안전한가? 물을 수밖에 없다. 1년에 2,400명의 죽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죽음을 외주화시킨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 위험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노동자 참여는 여전히 제약받고 있다. 2인 1조를 위한 인력과 예산은 내년 정부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도 전이건만 못된 대통령 후보라는 자는 김용균의 죽음 때처럼 당사자의 잘못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라고 현실을 고발했다.

 

신대원 발전비정규노조대표자회의 한국발전기술지부 지부장은 ‘안전 문제, 노무비 중간착취’ 등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고 실태를 폭로했다.

 

최효 쿠팡 노동자는 “1년 사이에 쿠팡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 9명 중 겨우 2명의 노동자가 산재 승인을 받았다. 쿠팡이 주장하는 혁신은 사업장의 97.5%를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채우고, 실시간으로 통제·감시한 것에 불과하다. 물류센터는 쉬지 않고 돌아가는 것에 반해 고용 체계는 3개월, 9개월, 12개월로 단절되어 있어서 쿠팡의 노동자라면 누구나 계약 해지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감을 안고 있다”라고 말했다.

 

추모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올해 산재 사망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과 대비하여 늘었고, 컨베이어벨트 비상정지 버튼을 눌러도 설비가 계속 가동되는 현장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김용균의 동료들, 더 많은 김용균들은 여전히 비정규직이다. 정부의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라면서 “이상한 나라, 잔인한 사회를 바꿔야 우리가 살 수 있기에, 우리는 싸운다”라고 밝혔다.

 

김용균 3주기 추모주간 사업은 전국 곳곳에서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 선전전, 사진전, 촛불집회 등으로 진행된다. 

 

한편 올해 초부터 김용균 씨 사고의 책임을 회사에 묻는 재판이 시작됐다. 오는 21일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의 사장을 포함한 핵심 임직원 14명에 대한 선고가 있다. 

 

아래는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우리가 지켜낸다, 김용균과의 약속을!

우리가 뚫고 간다, 비정규직 없는 평등한 일터로!

 

산재 사망 노동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싶었습니다. 기업의 반대에 주춤거릴지라도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기를 기대했습니다. 김용균의 죽음을 만든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 체제를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로 사회적 살인이 멈추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올해 산재 사망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과 대비하여 늘었고, 컨베이어벨트 비상정지 버튼을 눌러도 설비가 계속 가동되는 현장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용균의 동료들, 더 많은 김용균들은 여전히 비정규직입니다. 정부의 약속은 어디로 갔습니까.

 

예견된 인재, 막을 수 있는 산재이기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자본의 힘에 흔들리는 가벼운 법이 아니라, 일하는 모든 사람의 생명을 지켜주는 든든한 법이 되길 원했습니다. 김용균법이라고 이름 붙인 채 28년 만에 산안법이 개정된다 할 때도 그랬습니다. 그 법이 김용균들을 위해 존재하길 원했습니다. 노동자들의 기본적 조건을 규정한 근로기준법도 당연히 그러하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산재 사고사망자의 80%에 해당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유예되거나 적용되지 않습니다. 김용균들은 김용균법에 의해서도 원청이 책임질 ‘우리 직원’이 아니고,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보호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기업 이익에 사업장 안전예방조치가 걸림돌이 된다면 그런 조치들을 없애겠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 버젓이 얘기됩니다. 

 

안전하지 않은 작업 현장에서 위험을 더 가중시키는 비정규직은 이제 철폐되어야 합니다.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하고, 일하다 아프면 병원을 찾고 쉴 수 있어야 합니다. 위험한 상황을 알려주고 방어해줄 동료가 있어야 합니다. 안전보건을 위한 충분한 작업인력이 있어야 합니다.

 

전기 만드는 기업에서 그 작업장을 밝히는 전기를 쓰지 않는 이상한 나라에 사는 우리들입니다. 교육이라 부르고 노동착취를 하는 잔인한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노동자 죽음의 원인에 대한 재판에서 깔려 죽고 떨어져 죽고 병을 앓고 있어도 작업자가 문제라고만 판결하는 이해 안 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를 바꾸고 진짜 책임자의 권한만큼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이상한 나라, 잔인한 사회를 바꿔야 우리가 살 수 있기에, 우리는 싸웁니다.

 

노동자의 시력을 앗아가는 작업으로 만들어진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고 싶습니다. 건설노동자의 죽음으로 세워지는 건물에는 들어가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어떤 질병을 얻게 됐는지 알기 전에 잘리는 파견노동자들의 희생이 만든 상품을 이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동 시간과 속도만큼 생명이 단축되는 노동자들의 불안감에 실려오는 택배, 배달, 운반 물품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정당한 바람이 현실이 되도록 우리가 싸움을 이어가고 넓혀갈 것입니다. 어둠 속 길을 내어가는 힘은 우리들의 연대입니다. 우리가 김용균이라고 외쳤던 그 마음으로 세상을 뒤집는 목소리를 모아서 바다 위 검은 구름의 끝자락부터 불태우며 뚫고 나오는 해처럼 생명을 지키는 투쟁을 계속해나갈 것입니다.

 

우리가 김용균이다! 약속을 지켜라!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 비정규직 없고 평등한 일터! 우리가 만들어간다!

 

2021년 12월 6일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3주기 추모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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