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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위 정론] 3개의 모자와 3개의 세트장

신은섭 통신원 | 기사입력 2021/12/31 [23:22]

[민족위 정론] 3개의 모자와 3개의 세트장

신은섭 통신원 | 입력 : 2021/12/31 [23:22]

*자주민주평화통일 민족위원회가 매주 발행하는 소식지에 실리는 정론을 소개합니다. 

 

1. 크리스마스에 뿌려진 찬물

 

크리스마스 캐럴이 한창 울려 퍼지던 때 찬물을 확 끼얹는 발언들이 있었다. 그 발언들은 얼마 전 한국을 뜬 전 주한미군 사령관과 새로 들어온 현 주한미군 사령관, 이 두 사람의 입을 통해서 쏟아져 나왔다.

 

전 사령관은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한국군이 전시작전권을 넘겨받을 준비가 안 됐다고 헐뜯으며 작전계획에 중국 문제를 넣었어야 하고 종전선언은 왜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작자가 앞으로 정치를 하려고 일부러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것 같다며 종전선언으로 유엔군사령부의 역할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발언이라고 평가한다.

 

현 사령관은 얼마 전 비무장지대에 군복 입고 들어가 쇼를 한 윤석열을 향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떠들었다. 쇼한 윤석열도 꼴불견이지만 이를 두고 자기들 관할 운운하며 협정위반이라고 협박하는 모습은 더 꼴불견이다. 그런데 이런 보도자료를 낸 곳이 유엔군사령부다.

 

​2. 3개의 모자

 

이들은 다 주한미군 사령관들인데 왜 유엔군사령부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것일까? 한국에 주한미군 외에 또 유엔군이란 군대도 주둔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그놈이 그놈이다. 주한미군이 유엔군이고 유엔군이 주한미군이다. 그래서 미군 장교 한 사람이 사령관을 다 해 먹는다. 여기에 한미연합사령관까지. 미군 장교는 이 3개의 모자를 들고 다니며 필요에 따라 잽싸게 바꿔서 머리에 쓴다.

 

그런데 유엔사는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종전선언을 앞두고도 자신의 존재가 사라질까 두려워 떨고 있는 것만큼이나 그 존재 기반이 아주 취약하다. 유엔사는 애초부터 미국이 한국전쟁 발발 직후 급조한 모자였고 유엔에서도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세상 희한한 군사령부다. 유엔 깃발을 사용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하니 실체도 없는 불법 군대 사령관이 한국군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유엔사가 아니라 유령사라고 불려야 옳을 것 같다.

 

3개의 모자를 바꿔 쓰고 다니며 주인행세를 하는 미군은 한국에 있는 게 즐겁다.

 

3. 몽니

 

그런데 최근에 심기가 불편하다. 2018년 갑자기 봄바람이 사정없이 불더니 급기야 백두산 천지에 붓을 적셔 쓴 통일의 약속이 이어져 3개의 모자를 통째로 잃어버릴 판이 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급히 ‘승인’ 밧줄로 한국 정부를 꽁꽁 묶었다. 그 뒤로 철도연결이니 뭐니 다 저지시켰다.

 

한시름 놨나 싶었는데 아프간에 갔던 친구 녀석들이 쫒겨나왔지 북한이랑 중국이랑 러시아는 군사력이 자꾸 성장하지 한국에선 한미연합훈련 연기하라고 국회의원들까지 나서지 아주 골치가 아팠다. 그래서 이번에 전현직 사령관들이 나서서 꽥 소리를 질렀다. 미국은 미군 사령관이 가지고 있는 3개의 모자를 죽어도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4. 3개의 세트장

 

영화 트루먼 쇼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그동안 자신이 하늘이라고 믿었던 영화 세트장을 만지면서 출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그걸 TV를 통해 지켜보는 영화 속 사람들은 손뼉을 친다. 그 장면을 스크린으로 보는 관객들도 물론 박수를 친다. 그런데 세트장을 빠져나간 주인공에게는 그것이 마지막 세트장이었을까?

 

한국에도 여러 개의 세트장이 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3개의 세트장이다. 검찰·언론 세트장이 있고, 분단 철조망 세트장이 있으며, 그 맨 위에 유엔사 세트장이 있다. 민주주의 실현의 길을 걷다 보니 그 길의 끝을 검찰과 언론이 막고 있었다. 그것이 1세트장이다.

 

검찰·언론 세트장을 지나면 다음 세트장이 이어진다. 그것은 분단 철조망 세트장인데, 사실 한국 사회는 분단 철조망 괴물이 지배하고 있다. 이걸 무너뜨리려고 민주정권에서도 많은 애를 썼다. 2세트장이다.

 

그런데 그런 민주정권이 ‘승인’ 밧줄에 묶여버렸다. 맨 마지막 세트장에는 유엔사의 모자를 쓴 미국이 있다. 이 3개의 세트장을 다 무너뜨려야 우리는 진짜 하늘을 만날 수 있다.

 

​5. 웅크렸던 호랑이 기지개 켠다

 

청와대에선 우리가 전 세계 군사력 6위라며 한국군을 깎아내린 전직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울분을 토했다. 궁금하다. 6위나 되면서 왜 ‘승인’ 밧줄에 그대로 묶인 채 입으로만 울분을 토하는가?

 

한미간에 종전선언 문안이 사실상 합의됐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입이 쓰다. 3개 모자의 주인이 과연 진정으로 종전선언을 바랄까? 한미가 합의하면 북한은 그대로 무조건 따라야 할까? 그렇게 될까? 우선 ‘승인’ 밧줄부터 끊는 것이 순서 아닐까? 그리고서 이미 합의한 남북철도부터 놓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래야 그 철도를 타고 북으로 통일로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이 아닌가.

 

2022년은 호랑이해라고 한다. 우리 모두 호랑이가 되어 3개의 모자를 빼앗아 찢어버리고 3개의 세트장을 부수자. 자주의 푸른 하늘, 민주의 푸른 하늘, 평화통일의 푸른 하늘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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