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대남·대미 메시지’를 굳이 공개할 이유가 없었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1/02 [12:08]

북한은 ‘대남·대미 메시지’를 굳이 공개할 이유가 없었다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2/01/02 [12:08]

북한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이하 전원회의)를 5일에 걸쳐 진행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전원회의 후에 어떤 ‘대남·대미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북한이 대외 관계 관련해 공개한 내용은 단 두 줄 이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론은 다사다변한 국제정치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하여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을 제시하였다”라고 공개했다.

 

북한이 ‘대남·대미 메시지’를 언급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이례적 침묵’이라며 한국에서 3월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서는 등 대외 정책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많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었다.

 

과연 북한이 이런 외부의 변수 때문에 공개를 안 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북한이 굳이 남북, 북미관계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북한은 남북, 북미관계 관련해 지난해 하반기에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과 10월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개막식 기념 연설에서 남북, 북미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먼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국방발전전람회에서도 “나는 지난번 시정연설에서도 말했지만, 하루빨리 남조선 당국과 전반적인 남조선 사회의 대조선 관점이 북조선의 위협을 억제해야 한다는 낡고 뒤떨어진 근심고민과 몽상적인 사명감을 벗어놓고 과도한 위기의식과 피해의식에서 헤여나오기를 바랄 뿐”이라고 다시 한번 짚었다.

 

즉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이중기준 철회와 적대하는 행동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선행돼야 남북관계에서 일련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미국에 대해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새 미 행정부의 출현 이후 지난 8개월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으며 오히려 그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라고 짚었다.

 

국방발전전람회에서도 역시 “미국은 최근 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라고 밝혔다.

 

북미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가 먼저라는 것을 주문한 것이다

 

북한이 이런 입장이 있었으나 한미 당국의 모습은 어떠했나.

 

한국은 이중기준·적대정책을 철회하지도 않고 확실하지도 않은 종전선언에 매달렸다. 그러면서 국방예산을 증액하고 미국산 첨단무기를 계속 반입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계속 거론하고 대북제재를 시행했다. 또한 역대 최대규모의 국방예산을 책정했다.

 

그리고 한미 당국은 지난해 12월 2일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의 공동성명에서 새로운 작전계획을 세우기로 하면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더욱 노골화했다. 

 

한미 양국의 모습은 대북적대정책을 더욱 강화한 모양새이다.

 

북한의 시각에서 보면 전혀 변하지 않은 한미 양국에 북한의 생각을 더 알려줄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다. 

 

북한이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한미 양국에 지금까지 행보에 대해 진중하게 돌아보면서 관계를 개선하려면 행동에서 변화를 가져오든지, 아니면 관계를 악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갈 것인지 선택하라는 의미라 할 수 있다. 

 

북한은 관계 개선이든 관계 악화든 다 준비돼 있고, 굳이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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