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고성의 새벽”
황선 | 입력 : 2022/01/03 [16:34]
고성의 새벽
-황선
새해 벽두부터 누군가
언 땅 깊이 박힌 철책을 넘었다 했다
아바이 순대로는 허기를 채울 길 없는
실향민이거나
따뜻한 둥지를 찾아
이 산 저 산 타넘는 탈북자 탈남자거나
혹은 탕감받을 길 없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도망자라 수근거렸다.
그러나 그의 사연은 중요치 않다.
왜 아무도 그의 등을 쏘지 않았는지
왜 그 무모한 걸음걸음 마땅히 즈려밟힐 지뢰가
하나도 없었는지
철책엔 고압전류라든가 하다못해 경보장치도
왜 흐르지 않는건지
이 모든 불철저함이
자유민주주의를 좀먹는다는 호들갑들이
대놓고 쾌재를 부를 뿐이다.
고성항 등대는 38선에 걸리지 않고
속초에서 원산까지 빛을 뿌리고
명사십리의 해당화도 바람을 가두려는
인간을 비웃으며
올 여름 경포대에 제 얼굴을 비춰볼 것이다.
밤새 수평선을 장식하던 고깃배들도
부디 경계를 뭉개고 풍어가 나눠 부르며
어우러졌어라.
오늘도 목이 쉰 안보장사치들의
붉은 선동 가볍게 누르며
남 강원도 북 강원도
남 고성군 북 고성군
태양은 정확히 일곱시 사십삼분,
똑같이 떠올라 누리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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