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당신의 기도”

황선 | 기사입력 2022/01/09 [22:51]

시 “당신의 기도”

황선 | 입력 : 2022/01/09 [22:51]

▲ 배은심 여사 생전의 모습. [사진출처- 정종성 페이스북]     

 

당신의 기도

 

-황선

 

그 해 겨울이며 여름

향불 하나 피우는 걸로는

미안함을 씻을 수 없어

거리마다 몰려다니던 

최루탄 범벅 눈물 범벅

구호가 된 추모사

 

체육관 안에서만 사육되던 민주주의

광장으로 멱살잡아 끌고 나와

홍안의 영정 앞에 두고

편히 가라고

몸은 가도 쟁취한 직선제와 함께 

영원히 부활하는 거라고,

다른 이름 같은 악마들이 비집고 나서는 꼴

당장 볼 줄 모르고 

왜 우리는 그토록 떳떳했던가

 

어느날은 술잔을 기울이며 한탄하고

어느날은 지는 노을에 눈물 흘리고

어느날은 눈 감고 노래하고

어느날엔 촛불 하나 밝히고 자만했는데, 우리는

 

어머니 당신은 그날 이후

내내 죽음을 사셨죠. 

산을 넘은 아들과 늘 어깨동무하고

아들을 살았죠.

속울음 삼키며

어미 품이 필요한 세상의 모든 불쌍한 목숨들에게

가슴을 내어 주셨죠. 

웃음을 주셨죠. 

 

아들처럼 문득 

경계에서 서성거리면

더 많이 그리울까봐 그렇게 가신 건가요.

우리는 당신의 무덤가에 

직선제 쟁취, 그 다음 무엇을 바칠까요.

 

오래 오래 당신이 아들을 살며 빚으신 기도. 

사기 협잡의 범람

툭하면 버릇처럼 빨갱이니 멸공이니 

겁박하는 완장놀이 싹 다 걷어 치우고, 

동 트는 새벽빛

분계선을 넘는 봄바람

땀 흘려 아름다운 미소

그 해 봄 아들처럼 싱그러운 세상,

그런 세상이요? 어머니?

 

2022.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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