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도
-황선
그 해 겨울이며 여름 향불 하나 피우는 걸로는 미안함을 씻을 수 없어 거리마다 몰려다니던 최루탄 범벅 눈물 범벅 구호가 된 추모사
체육관 안에서만 사육되던 민주주의 광장으로 멱살잡아 끌고 나와 홍안의 영정 앞에 두고 편히 가라고 몸은 가도 쟁취한 직선제와 함께 영원히 부활하는 거라고, 다른 이름 같은 악마들이 비집고 나서는 꼴 당장 볼 줄 모르고 왜 우리는 그토록 떳떳했던가
어느날은 술잔을 기울이며 한탄하고 어느날은 지는 노을에 눈물 흘리고 어느날은 눈 감고 노래하고 어느날엔 촛불 하나 밝히고 자만했는데, 우리는
어머니 당신은 그날 이후 내내 죽음을 사셨죠. 산을 넘은 아들과 늘 어깨동무하고 아들을 살았죠. 속울음 삼키며 어미 품이 필요한 세상의 모든 불쌍한 목숨들에게 가슴을 내어 주셨죠. 웃음을 주셨죠.
아들처럼 문득 경계에서 서성거리면 더 많이 그리울까봐 그렇게 가신 건가요. 우리는 당신의 무덤가에 직선제 쟁취, 그 다음 무엇을 바칠까요.
오래 오래 당신이 아들을 살며 빚으신 기도. 사기 협잡의 범람 툭하면 버릇처럼 빨갱이니 멸공이니 겁박하는 완장놀이 싹 다 걷어 치우고, 동 트는 새벽빛 분계선을 넘는 봄바람 땀 흘려 아름다운 미소 그 해 봄 아들처럼 싱그러운 세상, 그런 세상이요? 어머니?
2022. 1. 9.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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