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전략안보대화 합의점 찾지 못한 채 끝나

이인선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2/01/11 [11:41]

미·러 전략안보대화 합의점 찾지 못한 채 끝나

이인선 객원기자 | 입력 : 2022/01/11 [11:41]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과 러시아 안전보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0일(이하 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마주 앉은 러시아와 미국은 끝내 일치점을 찾지 못한 채 헤어졌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각각 이끄는 대표단은 10일 제네바에서 약 7시간 30분에 걸쳐 미·러 전략안정대화를 진행했다. 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쟁 분위기를 없애는 문제와 러시아가 지난해 12월 15일 공개적으로 미국과 서방에 요구한 러시아 안전보장 문제를 논의했다.

 

러시아는 회담에서 나토의 동진 금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회담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어떤 계획이나 의도도 없다”라고 말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이어 “러시아에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며 확인이나 안전장치가 아니라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보장’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2021년 12월 15일 요구한 안전 보장안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를 둘러싼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로 ▲나토의 확장(동진) 중단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중단 ▲우크라이나와 동유럽, 캅카스, 중앙아시아에서 나토군의 군사 활동 중단 ▲서로의 영토를 타격할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금지 ▲합의한 대로 접경지역에서 훈련 중단과 정기적인 군사훈련 정보 교환 ▲비상 접촉을 위한 핫라인을 구축 ▲평화적으로 모든 분쟁 해결 및 무력 사용 자제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의 요구를 일축했다. 셔먼 부장관은 회담 뒤 기자들과 전화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에 가망 없는 (러시아의) 안보 제안을 확고하게 거부했다”라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를 두고 러시아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며 “우리는 누구도 나토의 ‘열린 문’ 정책을 닫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빼고서 우크라이나에 관한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셔먼 부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긴장 완화 행위에 나서면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한 미·러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의 복원과 유럽에서 군사훈련 규모 제한을 논의할 수 있다는 조건을 걸었다. 

 

미국은 러시아가 먼저 우크라이나와 접경지역에 배치한 병력을 철수하는 등 먼저 행동을 보이면 미국도 그에 상응해 러시아의 불안감을 덜어주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번 전략안정대화에서 합의를 보진 못했으나 미·러 양국은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이야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제네바 대화의 유용성은 기존에 존재하던 문제들에 관해 우리가 처음으로 얘기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며 “첨예한 이견을 얼버무리려고 하지 않으면서 어렵고 길고 매우 전문적이며 깊이 있고 구체적인 회담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랴브코프 차관은 미국이 러시아의 제안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깊이 연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도 “주요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우리가 만족할 만한 방식의 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미국이 이해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셔먼 부장관도 회담의 성격을 “협상이 아닌 대화”라며 솔직하고 직설적인 토론을 했다고 평가했다. 셔먼 부장관은 이어 “오늘은 서로에 대해, 각자의 우선 사항에 대해 더 잘 이해하기 위한 토론이었다”라며 양자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이후 12일 러시아·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담, 13일 러시아·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담을 진행하고 조만간 다시 만나 추가 대화를 통해 최선의 길을 찾아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지난 10일 보도에서 “미국으로선 러시아와의 느린 대화라도 우크라이나에서 전쟁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며 “외교적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가 요구를 더 확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쉰다”라고 설명했다.

 

미·러 양국은 이번에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대화를 마무리했지만, 추가 대화의 여지는 있다.

 

셔먼 부장관은 11일 벨기에 브뤼셀로 이동해 나토에 이날 회담 내용을 브리핑할 예정이다. 이어 12일, 13일에는 각각 나토, 유럽안보협력기구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다.

 

나토와 유럽안보협력기구는 미국이 브리핑한 내용에 기초해 러시아와 논의를 할 것이다. 미국이 직접 나오지 않더라도 미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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