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관련한 회의 역시 합의점 못 찾아

이인선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2/01/14 [10:57]

서방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관련한 회의 역시 합의점 못 찾아

이인선 객원기자 | 입력 : 2022/01/14 [10:57]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무력 충돌 위기를 막기 위한 러시아와 서방 간 마지막 협의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의 회담도 양측의 입장만 확인하고 종료됐다.

 

앞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과 러시아 안전보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10일(이하 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마주 앉은 러시아와 미국은 끝내 일치점을 찾지 못한 채 헤어졌다.

 

12일, 13일에는 각각 나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관련해 논의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미·러 회담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나토와 러시아는 12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나토·러시아위원회(NRC)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위기 해소 방안과 유럽·러시아의 안보 문제 등을 놓고 4시간 15분 동안 회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나토는 동진 포기 약속을 문서로 보장해달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혔고, 러시아는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배치한 병력 철수를 약속하지 않았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회담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나토 동맹국과 러시아 사이 상당한 이견이 있다”라며 쉽지 않은 대화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모든 나토 동맹국과 러시아가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실질적인 주제에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덧붙였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러시아와 추가로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유럽 모든 국가의 자주권 등 핵심 원칙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해 오직 당사자만이 결정할 수 있다는 기존 태도를 되풀이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를 두고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발언은 협상에서 돌파구가 없었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동조해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12일 기자회견에서 “나토 동맹국은 중요한 일련의 국제 원칙을 지지한다는 완전히 단합한 목소리를 냈다”라면서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의 나토 가입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 명 이상의 병력을 모아 왔다”라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충돌을 추구한다고 주장하며 잘못된 정보와 선전을 퍼뜨리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나토 동맹국은 나토의 개방 정책을 향한 문을 닫아버리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 대표단을 이끈 알렉산드르 그루쉬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이른바 개방 정책의 종료와 나토가 더는 동쪽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법적 보장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루쉬코 외무차관은 나토가 우크라이나까지 확장하는 상황을 겨냥해 “오늘의 회의는 우리가 최근 몇 년간 주시해 온 유럽 안보 약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분석에 정확히 할애됐다”라고 말했다.

 

그루쉬코 외무차관은 “1997년에는 러시아와 국경을 공유하는 나라 중 나토의 문을 두드린 곳은 폴란드 한 곳뿐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나라가 그 동맹에 합류해 왔다. 그리고 그들의 영토는 공공연히 러시아에 대항하는 세력을 기획하는 데 쓰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루쉬코 외무차관은 이러한 흐름이 러시아의 안보를 심각하게 악화하고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을 낳았다면서 “나토가 러시아의 약점을 모색한다면 마찬가지로 행동하겠다. 이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지만, 현재의 매우 위험한 사건의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면 다른 길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13일 진행된 유럽안보협력기구와 러시아 간의 협상도 성과 없이 마무리되었다.

 

유럽안보협력기구 의장국을 맡는 폴란드 즈비그니프에프 라우 외무장관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러시아와 회담한 후 “현재 유럽안보협력기구 지역의 전쟁 위험이 지난 30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크다”라면서 빈 회의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서도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국에 나토 동진 중단과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반대 등이 담긴 안보 보장안을 요구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유럽안보협력기구 주재 러시아 대사는 회담에서 “러시아와 미국, 나토 간의 내실 있는 안전보장 협상 과정을 질질 끌거나 무의미한 쳇바퀴 식 의견 교환 수준으로 유명무실하게 만들려는 시도는 모든 국가의 안전 상황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루카셰비치 대사는 “합당한 시한 내 건설적 해답을 받지 못하고 러시아에 대한 공세적 노선이 계속되면 러시아는 불가피하게 전략적 균형 확보와 국가 안보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위협 제거를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다만 루카셰비치 대사는 이를 최후통첩이 아닌 전쟁과 평화의 문제에 대한 전문적이고 내실 있는 논의를 하자는 초대의 의미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서방국은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헬가 슈미트 유럽안보협력기구 사무총장은 13일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 지역 상황이 아주 위험한 상태에 빠졌다며 “군사적 위기 고조 시 대화와 함께 위험 감소, 사건 방지, 투명성 증대를 위한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즉 대화를 더 이어가야 한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이로써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첫 번째 논의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미·러 회담, 러·나토 회담, 러·유럽안보협력기구 회담에서 앞으로 논의를 이어나가기로 했기에 앞으로의 상황은 유동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위기는 또 다른 데서 발생할 여지가 있다.

 

로버트 메넨데즈 미 외교위원장과 민주당 의원 25명은 지난 12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적대적인 행동을 벌이면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의무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제재 대상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 은행들이 포함된다. 이어 미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외신과의 대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를 견제할 제재를 대부분 확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면 또 다른 국면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