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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과 경제, 2마리 토끼 잡은 중국

중국 코로나 방역의 성공 요인 분석1

김정호(북경대 박사) | 기사입력 2022/01/24 [16:16]

방역과 경제, 2마리 토끼 잡은 중국

중국 코로나 방역의 성공 요인 분석1

김정호(북경대 박사) | 입력 : 2022/01/24 [16:16]

사월혁명회가 2021년 12월 발간한 4월혁명회보에 김정호 박사(북경대)의 글 「중국 코로나 방역의 성공 요인 분석」이 실렸다. 국내에서는 대체로 중국의 코로나19 방역을 실패한 것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김 박사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중국의 방역 정책과 현실이 국내에 왜곡되어 퍼져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중국의 방역 성과를 혐중 혹은 친중의 정치적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식하여야 우리 방역 정책에도 개선할 지점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저자의 동의를 얻어 자주시보에 전제한다. 단, 분량 상 2번에 걸쳐 싣는다.  

 

1. 들어가며

 

지금처럼 한 해가 며칠 남지 않은 2019년 12월 말, 중국 우한에서 무섭게 퍼지기 시작한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있었다. 그 병원체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라는 것이 처음 밝혀진 것은 해가 바뀐 2020년 1월 8일이었다. 그 후 대략 2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전세계 구석구석까지 파고든 코로나 바이러스는 2021년 12월 9일 현재 2억 6천여만 명의 감염자와 5백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러 차례 변종을 만들어가면서 1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잠잠해질 것이라는 애초 기대와는 달리, 앞으로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으로 상황을 몰아가고 있다. 

 

이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주변 세계에 대한 우리의 기존 인식 또한 크게 바꾸어 놓고 있는 중이다. 그중 가장 충격적인 사실 가운데 하나는 줄 곧 현대문명의 모범으로 간주 돼온 미국과 서구 선진국들이 보여준 실망스러운 방역 결과이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의료시설과 과학기술을 보유한 미국은 놀랍게도 2021년 12월 현재 감염자가 5천만 명, 사망자가 80만 명을 넘어서 세계에서 가장 형편없는 성적을 보여주었다.(표1 참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다른 선진국들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스웨덴처럼 평소 복지국가로서 우리의 선망의 대상이던 나라가 지난해 3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백기를 든 사실은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아직 백신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면역’을 선언하였던 것인데, 그 결과는 예상대로 참담하였다. 

“마스크 의무화 안해 35만명 확진… 스웨덴 국왕 ‘집단면역 실패했다’”, 조선일보, 2020.12.19.

 

이제 이들 나라들 대부분은 ‘백신’ 하나만 의지한 채 소위 ‘위드 코로나’를 외치며 어쩔 수 없이 ‘코로나와의 공존’을 추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금까지 ‘제로(0) 코로나’를 고수하던 한국 역시도 지난 11월부터 더 이상 경제적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위드 코로나’ 대열에 동참하였다. 그 결과 우려했던 대로 순식간에 ‘7천명대’ 환자가 발생하였으며 사망자 수 역시 급속하게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표 1> 세계 각국 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 수 (2021년12월9일 현재)      (단위: 명)

▲ 자료: 코로나19 실시간 상황판 https://coronaboard.kr/  

 

서구와 한국 언론들은 요즘 하나 같이 방역과 경제는 양립할 수 없으며, 둘 중 하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전파하는데 열중이다. 한마디로 먹고살기 위해선 일정한 인명피해는 불가피하다는 논조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 같은 주장을 펼칠 때마다 의도적으로 빠트리는 국가가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중국이다. 

 

잘 알다시피 중국은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지구상에서 맨 처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습격을 받은 나라이다. 하지만 14억 인구를 가진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지금까지 감염자 수는 10만명에 채 미치지 못하며, 사망자 수도 4,636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4월 우한사태가 종식된 이후로 단지 2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을 뿐이다. 

 

다른 한편 경제 역시도 주요 경제국들 중에서 지난해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였다. 2021년 들어서는 지난 3분기까지 9.8%성장률을 보여 주어 금년도 8%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볼 때 중국은 아마도 이번 코로나국면에서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유일한 국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다면 중국의 이 같은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강력한 국가의 리더십, 그리고 이에 대한 민중의 적극적 호응 두 가지를 빠트릴 수 없다. 이하 이 두 가지 기준에 입각하여 중국 방역의 성공 원인을 규명하도록 한다. 

 

2. 국가의 역할

 

국가의 역할은 이번과 같은 대규모 방역전의 성공에 있어 매우 관건적이다. 정부가 올바른 방역대책을 수립하였는지, 그리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과감한 집행을 하였는지는 방역 성공 여부를 일차적으로 좌우한다. 

 

중국은 비록 초기 지방정부인 우한정부가 코로나19 관련한 전문의사의 경고를 무시하는 등 실책을 범하긴 하였지만, 그 후 중앙정부가 신속히 개입하여 방역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가운데 시종일관 과학적 방역을 진행하였다. 

 

중국 정부의 이번 방역에서의 역할은 ‘우한봉쇄’를 중심으로 초기 방역(2019.12 하순~2020.4 중순)과 후기 방역(2020.4 중순 이후) 두 단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2020.1.20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간 감염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과감하게 우한봉쇄와 전국적 이동금지 조치를 취하였다. 이후 우한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을 조직하였으며, 춘절 연휴기간에도 전국적 이동금지 조치를 1주일 연장함으로써 2월 중순에 접어 들어서는 방역의 형세를 완전히 반전시켰다. 이후 방역과 조업재개를 결합하는 문제, 백신의 개발과 공급, 인류 공동방역 추진, 미국의 책임전가에 맞선 반격 등 방역의 각 단계마다 정확한 형세판단에 기초한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중국 방역을 시종일관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였다. 이는 중국 인민들이 정부 당국의 방역정책을 신뢰하고 적극적인 협력을 할 수 있는 기초가 되었다. 

 

그 진행과정을  구체적인 일정을 통해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이하 초기 중국 정부의 방역조치와 관련된 내용은 “악의에 찬 <팡팡일기>”를 주로 참조함. http://m.wyzxwk.com/content.php?classid=28&id=415964.

 

- 2019.12.27. 후베이중서병원(湖北中西医院)이 의사 장지선(张继先)으로부터 첫 관련한 전염병 발생 신고를 받은 후, 상급단체인 강한(江汉)질병통제센터에 보고하는 동시에 환자에 대한 즉각적 격리 치료를 실시하였다.

 

- 2019.12.30. 우한위생건강위원회는 긴급 통보를 내려 산하 모든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즉각적으로 관련 환자의 치료 상황을 추적하고 제때에 보고토록 지시 하였다.

 

- 2019.12.31.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전문가그룹이 우한에 도착하여 환자들에 대한 검사결과를 확인하였다. 당일까지 누계 환자 27건이 발생하였는데 모두 격리 치료하였다.

 

- 해가 바뀐 2020.1.1 중앙 차원에서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전염병 대응을 위한 영도소조를 구성했다. 1월 3일, 우한위생건강위원회는 이 전염병에 대해 독감, 조류독감 바이러스 감염 등의 가능성을 배제하였으며, 1월 5일에는 사스와 MERS의 가능성도 배제했다.

 

- 2020.1.8. 마침내 이 정체모를 전염병의 병원체가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임을 초보적으로 확인했다. 이에 따라 1월 11일부터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매일 전염병 상황을 동태적으로 갱신하기 시작했다.

 

- 2020.1.14. 우한을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인원통제가 시작되었다.

 

- 2020.1.19.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전국에 업무팀을 파견하였다. 전문가들은 처음 신종 바이러스가 ‘사람 간에는 전념되지 않으며, 방역과 통제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전파 경로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엄격한 모니터링(감시)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 2020.1.20. 지난 2003년 SARS 위기 때 맹활약한 의학 전문가 종남산(钟南山)이 신종 바이러스가 사람 간에 전염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하였다. 중앙 정부는 즉시 치밀한 방안을 마련해 병세 확산을 억제할 것을 지시하였으며,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 질병에 대해 ‘갑종(1급) 전염병’에 따른 조치를 취한다고 공고했다.

 

- 2020.1.22. 우한에 대한 진입과 출입차량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시 전체에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였다.

 

- 2020.1.23, 전국적으로 830명의 확진자가 확인되었다. 우한에 대한 전면봉쇄를 시작하였으며, 전국적으로 엄격한 통제 상태에 돌입하였다.

  

이상이 2019년 말 코로나19 환자가 최초 발견된 후 중국 정부가 우한에 대한 전면봉쇄 조치를 내리기까지의 전체적 과정이다. 

 

이 진행과정을 보면 몇 개의 관건적인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2019.12.27 최초 환자가 발견될 때부터 중국 정부는 사스로 의심되는 규정에 준하여 격리 치료 조치를 취하였다. 그 다음 2019.12.31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전문가그룹이 우한에 도착한 후, 그들이 줄곧 이 질병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그 전염성, 치사율, 전파 경로는 어떠한지를 밝히는데 주력했던 점이다. 그 때문에 해를 넘긴 2020.1.8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신 병원체의 DNA 게놈 서열 분석을 완료함에 따라 그것이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인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의 이 방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한 과학기술이 한 몫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인간 게놈 연구에 있어 다른 선진국과 함께 선두그룹을 형성하였는데,  2007.10.11 중국 과학자들은 세계 최초로 ‘중국인 유전자 지도(옌황(炎黃) 1호)’를 완성하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0.1.20. 의학계의 권위 있는 종남산(钟南山) 원사(院士)가 이 신종 바이러스가 사람 간에 전염된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중국 정부는 주저하지 않고 즉각 갑종(1급) 전염병에 입각한 조처를 취했다. 중국의 공공위생 매뉴얼은 중국이 2003년 ‘사스’ 재난을 당한 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차원에서 새롭게 법률로 제정된 것이다. 그것에 따르면 갑종 전염병일 경우 의심환자를 단독 격리하여야 하며, 환자가 발생한 장소나 그 장소 내의 특정 지역의 인원에 대해 소재지의 현(懸)급(한국의 郡단위) 이상 지방정부는 격리 조치를 실시할 수 있다. 동시에 상급정부에 반드시 보고토록 되어 있다.

중국의 ‘전염병 예방 치료에 관한 법’에 따르면 전염병을 갑류, 을류, 병류 3종류로 구분한다. 갑종 전염병일 경우 의심환자를 단독 격리하여야 하며, 식수와 음식 등 위생을 강화해야 하고, 갑종 감염 사례가 발생한 장소나 그 장소 내의 특정 지역 인원에 대해서는 소재지의 현급(한국의 군단위) 이상 지방정부는 격리 조치를 실시할 수 있으며, 동시에 상급정부에 보고하여야 한다. 보고를 받은 상급정부는 반드시 즉시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격리실에 들어가는 의료진은 방호복, 모자, n95 마스크와 장갑 등의 보호를 받으며, 격리 기간에 격리 조치를 실시하는 인민정부는 반드시 격리된 인원에 대한 생활보장을 제공해야 한다. https://baijiahao.baidu.com/s?id=1713466631117339244&wfr=spider&for=pc

 

중국 정부는 2020.1.23 여전히 사태를 통제할 수 없음을 발견한 후 우한시를 직접 봉쇄하였으며, 중국 전역에 대해서도 엄격한 통제 상태로 진입토록 조처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의사들이 ‘괴이한 전염병’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부터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의심되는 규정에 따라 방역조처를 하였으며, 동시에 이 바이러스에 대한 진일보한 연구를 하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환자 발견→사스 의심→사스에 따른 치료→재인식→극단적 조치’로 사태인식과 대응에 있어 단계적인 상승 진화과정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 전파 속도, 사망률, 적절한 치료책을 찾기 위한 의사와 연구진들의 노력이 계속 되었다. 중국 정부의 조치도 이 같은 의료진과 연구진의 행보와 거의 보조를 맞추었으며 그 어느 쪽도 단 하루의 지체도 엿볼 수 없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신속한 초기 대응과 미국 정부의 늦장 대응은 좋은 대조를 이룬다. 

 

기록에 의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2020.1.3. 코로나19와 관련한 첫 공식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 CDC(질병관리예방센터)는 2020.1.15. 코로나19에 대한 경고를 발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1월 18일 대통령 트럼프는 그의 별장인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에서 주말을 보냈는데, 그때 가서야 아자르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자세한 보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1월 3일 코로나19에 대해 미국 정부가 정식 통보를 받은 후 벌써 2주가 지난 무렵이었다. 

“초기 관건적 70일 낭비한 미국”, 워싱턴포스트, 2020.4.4. 이 기사는 1만자에 이르는 일종의 장문의 조사보고서이다. 워싱턴포스트지의 자체 소개에 따르면, 이 글은 미국 정부관리, 공중위생 전문가, 정보 관리, 그리고 당시 전염병 투쟁에 참여한 기타 인물들에 대한 47차례의 인터뷰에 바탕을 두고 작성되었다. 필자는 환구시보에 실린  중국어 번역본을 이용하였는데, 영어 원본도 볼 수 있게 말미에 링크되어 있다.  https://world.huanqiu.com/article/3xnFg9KL9rO.

 

1월 21일 미국 본토에서 첫 공식 감염자가 나왔는데, 최근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시애틀의 한 남성이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미국 정부의 조치는 1월25일 실무자들 선에서 중국 내 우한영사관에 대한 폐쇄 선언과 외교관 철수와 같은 표면적 응급조치를 취하는데 그쳤다.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관심이 다른 곳에 가 있는 상황에서 그 같은 정책결정에 힘이 실릴 리 만무하였다. 워싱턴포스지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3월 중순까지 최초 ‘관건적인 70일간’을 낭비하였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할 점이 있다. 그것은 2003년 사스(SARS)가 전파될 때는 비록 바이러스 자체는 위험하였지만, 도시 전체를 봉쇄할 필요는 없었고 환자를 격리하기만 하면 되었다. 당시 사스는 광저우에서 처음 발생했는데, 도시는 거의 정상 가동되었으며, 폐업한 회사는 한 곳도 없고 전국적으로도 봉쇄된 도시가 없었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은 2020.1.3 우한위생건강위원회가 이 전염병에 대해 독감과 조류독감 바이러스일 가능성을 배제한 순간부터 즉각 도시봉쇄와 ‘팬데믹’을 선포해야 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직 여러 가지 상황이 불확실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우한처럼 인구 1500만 명의 대도시를 완전 봉쇄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사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부분의 특성이 확인 된 이후에도 그 같은 조처를 취한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 

 

예컨대 한국의 경우, 2020년 2월 하순 대구에서 신천지 신도들로 인해 집단감염 사태가 잇따르고 도시 전체의 방역상황이 심각해졌을 때, 한국 정부는 잠시 ‘대구봉쇄’를 검토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소식이 언론보도를 통해 나가자마자 대구를 비롯한 전국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정치인들과 보수언론은 이때다 싶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과 기사를 쏟아내었으며, 대구시민들은 마치 폭동이라도 일으킬 것 같은 기세였던 점을 우리는 기억한다.

 

오늘날에 와서 우리는 이 바이러스가 은닉성이 대단히 강해서 초기 증상을 거의 알아차릴 수 없으며, 14일 간의 잠복기를 가진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다. 그것의 전염성 또한 매우 강해서 우리의 예측을 훨씬 초월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2003년 사스(SARS) 수준을 뛰어넘지는 못하리라고 여겼다. 종남산 원사(院士) 같은 사람조차도 2월 초가 되면 2주 내에 전염병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가, 이후 사태가 악화되면서 1~2개월 정도 더 걸릴 것으로 수정하여 말했다. 2020.3.11 미국의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이 바이러스의 전염성은 미국 대독감의 3배, 사망률은 10배라고 했으며, 3월 24일에 가서야 미국의 유명 바이러스 전문가인 로버트 립킨 교수가 이 바이러스는 누구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고 확실하게 진단했다. 

미국에서 최고 전염병 전문가로 알려진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 역시 여러 차례 실수를 하였다. 그는 자신이 낮은 위험 지역으로 여행할 때는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하지 않겠다고 했던 2020년 2월 이메일과 관련해서, 당시 알려진 과학 지식·데이터의 범위 안에서 내린 판단이었다고 해명했다. 파우치 소장은 "축적되는 과학적 정보를 보면 (작년) 1월과 2월에 진행되던 일, 사실·데이터로 알려진 것이 (내가) 사람들에게 말할 것과 정책에 지침이 됐다"며 그 뒤인 3월, 4월, 5월이 되면서 더 많은 정보가 축적됐고 이에 따라 의견과 권고를 수정하고 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따라서 전염의 상당수가 무(無)증상자란 걸 그때 알았다면, 병원이 아닌 환경에서 마스크가 실제 효과가 있다고 데이터가 입증한다는 것을 그 당시에도 알았다면,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뭔가 달리 했겠느냐고 묻는다면, 물론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했을 거다"라고 말했다. ( ”파우치 ‘내 이메일 오해…코로나 자연기원 가능성 높지만 불확실’”, 연합뉴스, 2021.6.4.)

[美 ‘전염병 대통령’ “독감사망 0.1%, 코로나가 10배 치명적”], 중앙일보, 2020.3.12.

 

지금 우리는 이 바이러스가 아마도 백 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전염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초기 대응이 늦었다는 비난은 별로 설득력이 없을 것 같다.

 

이후 세계 각국의 대응을 비교해 봐도 중국 지도자들은 그 과정에서 대단히 강한 책임감과 용기를 보여줬다고 말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1월 23부터 2월 5일까지 2주간 전국적인 이동 금지령을 내린 후 다시 이를 10일간 연장하였다. 이 기간 동안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연휴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춘절 대목을 완전히 포기하면서까지 전국에 엄격한 통제 조치를 실시한 것이다. 이 조치로 말미암아 최소한 GDP의 0.5%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예측이 있었다. 2019년도 중국 GDP총량은 약 100조 위안(대략 14조5000억 달러)이었으므로 5000억 위안(약 726억 달러)을 그냥 날려버리는 셈이다. 이는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선례가 없는 일이었으므로 상당한 정치적 결단을 필요로 하였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순수하게 과학적 지침에 따랐으며 순응했다. 

 

이렇듯 기존의 방역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극단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초기 방역에서 대도시 우한이 함몰된 기울어진 형세를 신속히 만회하고 수백만 명의 목숨을 보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전 세계를 위해서는 최소 한 달간의 시간을 벌게끔 해 주었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방역조치에 대해 세계 위생 전문가들의 평가 역시 인색하지 않다. 

 

테워드로스 테워드 WHO 사무총장은 “중국의 행동은 신속하고 규모가 대단히 크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다”라며 “다른 나라들이 참고할 만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테워드로스는 중국이 미증유의 속도로 병원체를 선별해 세계보건기구(WHO) 및 다른 나라와 바이러스 관련 유전자 서열을 실시간으로 공유하였다고 밝힌바 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2020년 하반기에 코로나19 백신을 그렇듯 짧은 시간 내에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중국 정부의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의 WHO를 통한 신속한 ‘공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계보건기구 긴급 프로젝트 집행소장 마이클 라이언 역시 “중국이 심상치 않은 조치를 내놓고 있다”며 “이렇게 큰 규모의 통제, 그리고 강력한 조치를 나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또 다른 전염병 전문가인 코호프는 중국의 ‘능동적 모니터링’ 시스템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발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했으며, 중국은 강력한 공중보건 능력을 과시하며 방역을 위해 막대한 자원을 제공했다고 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도 코로나19에 대해 중국이 “강하고 인상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서는 신속한 해결책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2020년 4월 중순이 되면서 마침내 우한 봉쇄령도 해제되고 전국적으로는 코로나19 환자 ‘제로’라는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이때부터 중국의 방역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는데, 중국 정부는 기존의 방역성과를 유지하면서 또한 경제회복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등 새로운 복잡한 과제를 맞게 되었다. 이 단계에 있어서도 중국 정부의 방역조치는 세계 방역상황의 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하면서 한 발 앞서는 조치를 발표하는 등 매우 우수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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