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연대는 오늘(1월 31일) 대북정책에 관해 윤석열 국힘당 대선후보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발표하였다.
아래는 전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
윤석열 국힘당 대선후보(아래 후보)는 ‘멸공’을 내세우고 ‘주적은 북한’, ‘선제타격’ 등 대북강경발언을 연이어 하였다. 이에 대해 여러 궁금증이 있어서 공개 질의한다.
1. 강한 대북 적대의식의 근거는 무엇인가
후보가 “선제타격 말고는 방법이 없다”, “주적은 북한”이라고 말할 정도면 북한을 향한 적대감이 아주 강한 것인데 그 근거는 무엇인가.
(1) 헌법은 읽어 보았나
후보는 검찰총장까지 지낸 법률가로 당연히 헌법을 공부하였을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 “민족의 단결”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라며 대통령의 기본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은 어디까지나 헌법에 따라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 후보가 강한 대북 적대의식을 가지고 대통령을 하려는 것은 이런 헌법 내용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
(2) 북한이 유엔 가입국임은 알고 있나
후보는 검찰총장까지 지낸 법률가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북한을 “정부를 참칭하는 반국가단체”라고 한 국가보안법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혹시 후보는 이 국가보안법의 논리에 따라 북한을 주적이라고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지난 1991년 남북이 함께 유엔에 가입한 점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엔은 유엔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를 까다롭게 심사한다. 특히 유엔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는 유엔 총회의 표결을 거쳐야 비로소 유엔에 가입할 자격이 생긴다.
현재 북한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그 자격을 분명히 인정받는 주권국가다. 유엔 대표부가 있는 뉴욕에도 북한 주재 대사가 있으며 유엔 총회에서는 북한의 발언권도 있다. 이처럼 주권국가로서 북한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유엔이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기라도 한다는 것인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국제사회에 북한의 유엔 탈퇴를 강력히 촉구하기라도 할 것인가. 후보가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라면 적어도 국제사회의 여론을 움직여 북한의 유엔 탈퇴부터 주장해야 일관성이 있을 것이다.
유엔에서 후보가 낸 북한 가입 취소 요구를 받지 않으면 그 때는 어떻게 할 셈인가. 후보는 국제사회를 상대로 ‘북한 가입 취소’ 투쟁이라도 벌일 생각인가. 예를 들면 유엔 본부 앞에서 정부 명의로 된 농성단을 꾸리거나 외교부를 동원, 각국에 ‘북한의 유엔 가입 취소’ 동조 연락을 돌리는 등 유엔을 압박할 구체적인 계획은 있는가.
(3) 남과 북이 맺은 합의를 부정할 셈인가
남북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하고 잠정적인 관계”다. 남과 북은 서로를 대등하게 대했고 숱한 회담과 합의를 이어왔다. 북한이 주적이라는 논리대로라면 남북 간 합의를 전면 부정해야 하는데 후보는 그럴 뜻이 있는가.
올해는 박정희 정권 당시 남과 북이 조국통일 3대원칙에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을 약속한 7.4 남북공동성명 50주년이기도 하다. 후보는 당장 7.4성명을 폐기한다고 공식 선언을 할 것인가. 아니면 노태우 정권 당시 ▲상호체제의 인정과 존중, ▲상대방에 대한 파괴·전복행위 금지, ▲정전상태의 평화상태로의 전환을 규정한 남북기본합의를 폐기할 것인가.
남북은 2000년 6.15공동선언. 2007년 10.4선언.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맺었다. 이처럼 남북은 일관되게 쌍방을 존중하고 자주적인 관계를 맺으며 평화와 번영, 통일로 나가자고 약속했다. 이를 보면 남과 북은 서로를 적대시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후보에게 기존 남북 합의를 전면 부정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지난해 후보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천안함 폭침 사과를 남북대화의 전제로 하면 안 된다, 대통령이 되면 북한 지도자를 “얼마든지 만나겠다”라고 하였다. 이는 어떤 의미인가. “북한은 주적”, “멸공”을 주장해온 후보의 발언과 정반대 입장 아닌가? 그렇다면 둘 중 하나는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는 건데 무엇을 취소할 것인가.
후보는 그동안 남북 합의 이행을 강조해온 북한의 발표를 마냥 ‘위장 평화공세’라고만 치부할 셈인가. 하지만 우리도 얼마든지 ‘위장 평화공세’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위장이든 진심이든 평화공세를 하면 좋은 일 아닌가.
기간 남북이 합의한 여러 선언, 성명들은 모두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김건희 씨가 녹취록에서 “국민은 바보”라고 했던데 혹시라도 윤석열 후보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바라는 온 국민의 열망을 바보 취급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2. ‘선제타격’ 대책은 있는가
(1) 대북 선제타격은 어떻게 결정하는가
후보는 “북한이 공격할 징후가 있으면 미사일 발사기지를 공격, 발사를 명령한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겠다”라고 공약했다. 그런데 ‘공격 징후’를 과연 어떻게 판단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만약 북한의 ‘공격 징후’를 오판해 북한을 선제타격했다가 전면전으로 확대된다면 그 책임은 어떻게 질 셈인가.
대북 선제타격에 따른 전쟁은 온 한반도 8천만 민중의 생사가 걸린 무척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 만큼 선제타격 결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후보에게는 북한의 전쟁 징후를 판단하는 정확한 기준, 방법론이 있는가. 만약 없다면 올해 들어서만도 북한이 7번이나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걸 ‘공격 징후’로 보고 선제타격할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
대북 선제타격을 누가 판단하고 결정한다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대한민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은 미국이 지휘하는 한미연합사령부에 통째로 넘어가 있다. 윤석열 후보는 한미연합사를 통해 미국에 먼저 선제타격 허락을 구할 생각인가. 그것도 아니면 미국의 허가와는 상관없이 청와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독단으로 선제타격을 결정하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2) 북한의 전략무기에 맞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후보에게는 선제타격으로 북한의 보복능력을 무력화하면서 ‘한방’에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복안이 있는가.
만에 하나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핵무기를 비롯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극초음속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자기펄스(EMP)탄 등 그동안 북한이 개발해온 가공할 전략무기가 가동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북한이 개발한 전략무기에 대항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 이 점은 미국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따라서 전면전의 결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이 끔찍할 것이다.
따라서 전면전을 막자면 선제타격에서 북한이 보복을 못할 정도로 단번에 제압해야만 한다. 후보에게 북한의 전략무기를 제압할 무기, 전략전술이 있는지 궁금하다.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다. 핵보유국끼리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전쟁을 벌이게 되면 양국 모두 함께 멸망하기 때문에 서로 전쟁을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북한을 향해 선제타격 같은 강경한 주장을 꺼내던 미국에서 “대화와 외교”를 강조하며 전쟁 가능성을 극구 꺼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핵보유국끼리도 이러한데 핵무기가 없는 나라가 핵보유국을 향해 선제타격을 하겠다는 건 확실한 승리의 담보가 없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자칫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비웃음을 살 수 있어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대북 선제타격론이 미국 언론에 실리자 미국인들도 후보를 조롱하고 야유한다. 그 내용을 보면 ‘이동식 ICBM 미사일을 갖고 있는 상대를 건드는 건 자멸하는 것’, ‘휘발유통 들고 불속에 뛰어드는 격’이라는 식이다. 후보는 이것이 합리적 우려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한미관계를 불안하게 만들고 미국 국민과 척을 지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염려가 높다. 후보는 선제타격론을 주장하는 게 미국인을 자극하고 한미 사이를 이간질하는 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이렇듯 국내외 안팎에서는 북한과 전쟁을 벌이면 큰일 난다는 여론이 대세다. 그럼에도 후보가 국내외 여론을 무시하고 끝까지 ‘선제타격 배짱’을 부리는 근거가 대체 무엇인가. 혹시라도 북한의 무기를 허위라고 생각해서 무작정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혹시 북한의 핵미사일이 종이로 만든 가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김건희 씨가 온 국민 사이에서 허위 이력으로 유명한데 후보도 허위 조작에 익숙한 나머지 북한 무기를 허위라고 여기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북한을 선제타격 하더라도 반격당할 가능성 자체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이와 관련해서도 후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굉장히 궁금하다.
(3) 선제타격론에 따른 경제·민생 파탄을 막을 복안은 있는가
한반도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 상태다. 사소한 충돌을 계기로 언제든지 전쟁이 터질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분단국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느냐 잦아드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경제는 크게 출렁인다. 이를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고 부르는데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개념이다.
지난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북한을 자극하는 ‘멸공 발언’을 꺼냈다.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세계그룹의 주식을 대거 처분하면서 주가가 하루아침에 폭락한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 사례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경제는 분단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크게 저평가를 받고 있다.
후보가 꺼낸 ‘멸공’, ‘북한은 주적’, ‘대북 선제타격’ 같은 대북 적대 발언은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시련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설마 후보는 자신의 대북 적대발언이 대한민국 경제에 도움이 되리라 보는 것인가. 아니면 경제에 타격을 주든 말든 별 상관이 없다고 보는 것인가. 만약 후자라면 대통령 후보로서 무책임한 태도이지 않은가.
이와 관련해 후보가 참고해 볼만한 사례가 있다. 새해 들어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 지도자들은 내일 당장 전쟁이 날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는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우리 경제에 해를 끼치고 있다”라며 러시아가 아닌 서방을 규탄해 주목을 끌었다. 전쟁이 경제를 비롯해 국민 생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먼저 전쟁 자제를 적극 촉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후보는 이렇듯 경제를 위해 전쟁 분위기를 눅잦히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서 뭔가 느끼는 바는 없는가. 후보의 발언과 공약은 오직 전쟁 위기를 고조시킬 뿐이다. 만에 하나 전쟁이 벌어지게 되면 경제, 민생을 비롯해 우리 국민의 생활 전반이 극심한 피해를 입게 된다. 후보는 이와 관련해 생각은 해본 적이 있는가.
민생을 파탄 내며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안보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어떻게든 전쟁을 피하기 위해 애쓰는 우크라이나의 움직임을 비겁하다고 보는 것인가. 아니면 후보에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복안이 있는가. 만약 있다면 후보는 우리 국민 앞에 소상히 알려주길 바란다.
돌아보면 후보는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장관 가족을 비롯한 진보민주개혁진영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마구 휘둘러왔다. 후보가 앞장서서 본래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검찰을 기득권 수호집단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후보가 이처럼 검찰을 사조직처럼 움직이며 자기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보며 국민은 상당히 불안해한다. 만약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국민의 반대에 아랑곳 않고 ‘멸공’을 외치며 ‘선제타격’을 감행할까봐 걱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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