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돈바스 지역 공화국 독립 인정한 것이지 우크라이나 침공 아냐

이인선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2/02/22 [22:45]

러시아, 돈바스 지역 공화국 독립 인정한 것이지 우크라이나 침공 아냐

이인선 객원기자 | 입력 : 2022/02/22 [22:45]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2월 21일 저녁 10시 30분 무렵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주민이 세운 독립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대표들과 만나 우호·협력·상호지원 협정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조인식 전 이날 국영 방송으로 중계한 대국민담화에서 “이미 오래전에 내렸어야 할 결정, 즉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과 주권을 즉각 인정하는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라며 의회가 이 결정을 지지하고 두 공화국과의 우호·협력·상호지원 협정에 비준 요청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역사를 공유하는 중요한 곳이지만 역사를 지우려 하고 있다고 말하며 우크라이나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동부 우크라이나에 사는 주민의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며 러시아군에 두 공화국의 안보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평화유지군의 진입을 명령했다.

 

푸틴 대통령은 조인식이 있기 전에 국가안보보장 회의를 진행해 돈바스 상황을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고 논의 결과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숄츠 독일 총리에게 알렸다. 이는 2019년 12월 9일 돈바스 지역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 민스크 협정을 맺은 당사국인 프랑스, 독일에 먼저 이야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의 연락에 마크롱 대통령과 숄츠 총리는 민스크 협정을 일방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러시아의 결정에 서방국들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두 공화국에서 미국인의 새로운 투자와 무역, 금융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추가적인 제재도 곧 뒤따를 것이라며 이번 제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내릴 제재와는 별개의 것이라고 덧붙였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언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공동성명을 내어 “유럽연합은 이런 불법적 행위에 대해 제재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 장관도 트위터로 영국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계속 갈등을 조장하며 우크라이나 침략을 위한 “명분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서방국들은 뉴욕시간으로 21일 저녁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둘러싸고 긴급히 열린 유엔 안보리에서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려고 한 것에 비난했다. 안보리 회의에 초청받은 세르게이 키슬리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도 “러시아의 행동과 무관하게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우크라이나의 국경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왜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돈바스 분쟁의 시작부터 정확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14년에 있었던 크림합병은 돈바스의 친러시아 주민을 고무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선포로 이어졌다. 도네츠크 공화국과 루간스크 공화국은 2014년 5월 11일 650만 주민에게 독립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했다. 투표 결과 75%의 주민이 참여해 96%가 찬성했다.

 

당시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은 2014년 4월 7일 돈바스의 분리 독립 운동에 대해 대테러 작전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은 2014년 4월 9일 돈바스의 분리 독립 움직임은 협상이나 무력 사용을 통해 48시간 안에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이 세워지면서 돈바스 지역에선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돈바스 반정부군 간의 분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다 2014년 9월 5일 러시아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중재로 두 공화국 대표와 우크라이나 대표가 민스크에서 만나 휴전을 합의했다. 이 합의로 내전은 약화했지만, 완전 종식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당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에 무기 지원을 요청했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체첸화”를 목표로 소형 무기를 제공할 것을 고려했다.

 

돈바스 분쟁이 장기화하자 러시아·우크라이나·독일·프랑스 정상은 2019년 12월 9일 프랑스 대통령관저인 파리 엘리제궁에서 만나 ‘민스크 협정’의 실질적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합의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민스크 협정을 이행할 생각도 없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12월 13일 민스크 협정 조항을 바꿀 것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2021년 4월 26일에도 “과거가 아닌 현재의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민스크 협정 조항을 변경하고 조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2년 2월 2일 “민스크 협정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라며 특정 부분에 대한 요구와 처리방식이 다르다고 밝혔다.

 

알렉세이 레즈니코프 국방부 장관(당시 부총리겸 임시점령지재통합부 장관)도 2020년 7월 9일 협정이 돌에 새겨져 있지 않다며 “민스크 협정에 명시된 기한이 이미 만료되었다”라고 말했다. 알렉세이 다닐로프 국가안보보장 회의 장관도 2021년 1월 31일 민스크 협정의 이행이 국가의 파괴를 의미한다며 “이 협정을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민스크 협정을 맺으며 우크라이나와 두 공화국이 문제를 잘 해결하길 바랐다. 그리고 8년간 두 공화국의 독립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도 미루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어를 쓰거나 친러시아 성향인 주민을 탄압했다. 특히 돈바스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투입되어 포격이 이어지고 봉쇄되는 등 분쟁이 이어져 주변 주민도 지하실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렇게 두 공화국 주민들은 우크라이나 당국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인권 침해, 혜택 박탈, 포격 등으로 탄압받아 왔다.

 

이에 도네츠크 공화국과 루간스크 공화국은 러시아에 독립 및 주권 지지와 지원을 요청해왔고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도 두 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라고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푸틴 대통령은 고심 끝에 21일 18시 즈음 국가안전보장회의를 가지고 두 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한 것이다.

 

이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에 따르면 2022년 2월 19~20일에만 107건 이상의 공격이 있었고 러시아 국경을 향한 난민의 이동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약 80만 명의 러시아 시민이 두 공화국에 살고 있고 21일 오전 9시에 6만 8,500명이 도네츠크 공화국과 루간스크 공화국을 떠났다.

 

또한 일부 우크라이나군들이 비밀 파괴 공작을 벌이기 위해 루간스크-러시아 국경과 도네츠크 마리우폴에 들어와 러시아 국경수비대가 우크라이나군 중 한 명을 체포하고 이를 저지했다고 한다. 

 

분쟁으로 인해 현재 도네츠크에는 물이 공급되지 않고 루간스크의 경우 도시의 3분의 2에 가스가 공급되지 않고 한 광부는 버스 정류장에서 포탄에 맞아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과 장관들은 이번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평화보다 권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서방국들에 우크라이나가 빨리 평화를 만들고 민스크 협정을 준수하도록 얘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들은 나토의 동진을 지적하며 미국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라브로프 외무부 장관은 회의에서 나온 비판을 토대로 오는 24일 제네바에서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만나 다시 얘기해보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후 대국민담화에서도 우크라이나 정부가 돈바스 지역에서 2014~15년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전격전을 벌이려고 시도한다며 “현재 돈바스 지역 거주지들은 연일 포격을 받고 있으며 공격용 무인기, 중화기, 미사일, 대포, 다연장포 등이 공격에 동원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우크라이나는 꼭두각시 정권이 들어선 미국의 식민지”라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를 비판했다.

 

러시아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자국민의 안전과 두 공화국의 자결권을 보장하기 위해 평화유지군 투입을 통해 우크라이나군과의 분쟁만 끊고 다시 민스크 협정으로 복귀할 계획이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2022년 2월 21일 유엔 안보리에서 서방의 비난을 반박하며 평화유지군 배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네벤쟈 대사는 외교적 해법에 대해 열린 입장이지만 “돈바스에서 새로운 피바다를 허용하는 것은 우리가 의도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네벤쟈 대사는 돈바스 지역이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모험’의 코앞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네벤쟈 대사는 우크라이나군이 두 공화국에 대한 포격을 멈춰야 한다며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악화하지 말고 우크라이나가 군국주의적 계획을 버리게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번에 푸틴 대통령이 두 공화국의 독립을 지지하면서 러시아는 군대를 파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국가두마 비준을 거쳐 이후 크림합병 때처럼 두 공화국의 주도로 러시아 연방과 합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가 전쟁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을 포함해 이번에 나온 말들을 통해 봤을 때 서방국들의 예상과는 달리 돈바스 지역 외 우크라이나 영토에 침공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